李∙트럼프, 팩트시트 서명 진통…"핵잠, 미국 내 막판 변수 된듯"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 등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의 상세 문안을 놓고 한·미가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한·미가 ‘4일 정오 발표’로 잠정 합의했던 팩트시트는 5일 오후까지 양국 정상이 서명하지 못하고 있는데, 핵(원자력)추진잠수함 관련 문안 조율이 관건으로 보인다. 이면에는 국제 비확산 체제 약화와 민감 기술 이전 문제 등과 관련한 미 부처들 간 우려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발표→?…안규백 "양국 정상 간 협의 중"

SCM 공동성명은 조인트 팩트시트와 연동돼 있는데, 이 중 핵잠(원잠)과 관련한 문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한·미 국방부 장관이 협의한 것처럼 안보 분야 팩트시트가 있다. 경제 분야 시트는 거의 마무리가 다 됐고, 안보 분야만 마무리되면 팩트시트에 사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 파트 팩트시트 때문에 아직 발표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핵잠 관련 조율 문제로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 장관의 언급과 맥락이 닿아 있는 설명이다.
美 비확산·기술 통제 부처 제동건 듯

국무부는 미 정부 내에서 핵 비확산을 담당하는 부처이고, 상무부는 원자로 등 민감 기술 이전과 통제를 총괄한다. 이들을 ‘설득’하겠다는 건 곧 관련 부처가 한국의 핵잠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는 뜻일 수 있다. 실제 헤그세스 장관도 전날 SCM 공동 기자회견에서 핵잠 승인과 관련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국무부, 에너지부와 신중하고 긴밀히 협의해 갈 것”이라며 전쟁부 단독으로 이행할 수는 없는 사안이란 점을 내비쳤다.
8월 윤곽 나온 안보 분야, 핵잠 변수 급부상

구체적으로 한·미 원자력 협정이 아닌 별도 협정을 도입할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를 놓고 미 측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을 수 있다. 팩트시트에 핵잠 관련 문구를 못 박는 대신 다른 안보 현안에서 한국이 부담을 더하는 쪽으로 미국이 요구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본질적 문제가 아닌 기술적 문제"라며 “'하우스 투 하우스(대통령실 대 백악관)'의 직접 채널이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문안이 어제 저녁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 올라간 상태”라고 언급했다.
한편 안 장관은 ‘대통령이 요청한 게 핵 연료에 국한된 것인지, 소형 원자로(SMR)도 포함된 것인지’를 묻는 질의에 “전반적인 내용이 다 포함됐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공식 명칭은 ‘핵잠’이 아닌 ‘원잠’으로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핵잠은 핵폭탄을 연상할 수 있다”면서 “평화적 이용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그세스, 공동성명 없이 출국

이런 가운데 미 해군의 니미츠급(10만t급)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CVN-73)은 사전에 잡힌 일정대로 5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해군은 입항 목적을 군수 적재와 승조원 휴식 등으로 설명했지만, 사실 이는 당초 SCM 직후 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하기 위한 이벤트 성격도 있었다. 하지만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일정이 꼬이면서 어색한 뒷마무리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해군에 따르면 이날 핵추진 항모인 조지워싱턴함을 필두로 이지스 구축함 밀리우스 등 제5항모강습단 소속 4척이 부산에 기항했다. 해군은 “이번 기회로 양국 해군 간 교류 협력을 증진하고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정·심석용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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