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위상 높아졌지만 해외선 ‘짝퉁’ 천국...지재권 사각지대 방치하나

임유정 2025. 11.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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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와 유통 수법 갈수록 고도화
1등 상품, 인기 편승 목적 베끼기
표절과 모방 근절할 뾰족할 방법 부재
기업 차원 대응 잇따라…“정부 도움 절실”
(왼쪽)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중국 불닭볶음면 미투상품 이미지ⓒ삼양식품 제공 및 인터넷 캡처

세계적으로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업체들이 만든 K푸드 짝퉁 제품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조와 유통 수법이 고도화 되면서 맛은 물론 패키징 까지 한국 제품과 흡사하게 출시되고 있어 식품업계의 고심이 커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지식재산권 보호는 업계의 요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K푸드의 해외 인기가 높아질수록 모방·위조 위험도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 체계가 미비한 탓에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법적 대응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 놓인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지식재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통된 우리 식품 분야 위조 상품 차단 건수는 총 1만840건이고, 차단 금액은 11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연간 차단 건수는 2609건으로 2020년 대비 43.2% 늘었고, 차단 금액은 78억5309만원으로 8712%(88배) 증가했다. 여기서 상품 차단은 피해 기업이 직접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요청해 모방·위조 상품 판매를 중단시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특정 식품이 유행을 하면 이와 비슷한 상품이 우후죽순 생기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름과 레시피를 교모하게 바꿔 비슷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잏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국내 식품 경쟁사끼리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해외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통상 이런 ‘짝퉁 식품’은 시장 1위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를 모방해 그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한편으론 시장을 확장시키는 순기능도 있지만 경쟁사 간 소송전과 비방전 등 부작용이 상당해 업계에선 오랜 골칫거리로 통한다.

두고두고 기록될 만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중국의 다리식품에서 만든 초코파이가 대표적이다. 해당 제품은 우리나라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비슷한 겉모양과 맛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여기에 스타 마케팅까지 더하며 후발주자가 원조의 발목을 잡았다.

또 중국의 수많은 라면 회사들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고스란히 카피한 제품을 내놓은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봉지 디자인부터 색감까지 원조 불닭볶음면과 구분이 되지 않게 제품을 내놓아 한국 네티즌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국 제품이 많이 노출되고, 국내 가수나 배우들이 한국 제품을 이용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공유 되면서 미투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빙그레의 '메로나'(위)와 서주의 '메론바'.ⓒ각 사 제공

문제는 그럼에도 표절과 모방을 근절할 뾰족할 방법이 부재하다는 것에 있다. 기업들과 재판부에서 판단하는 법률적 해석 차이가 커 특허를 인정받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데다, 시간과 비용은 물론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현저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어기구 의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음에도 최근 5년간 정부의 지식재산권 분쟁 지원 실적은 14건에 그쳤다.

이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정 기업의 개발 성과에 무임승차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기업의 연구개발(R&D) 의욕을 떨어뜨리는 데다, 소비자가 원래 구입하려던 제품이 아닌 경쟁사 제품을 사도록 유인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서 승소한 사례도 있다. ‘메로나 표절’ 문제를 둘러싼 빙그레와 서주 간의 소송에서 빙그레가 승리했다. 1심에선 졌지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빙그레가 대법에서 최종 승소한다면 식품업계의 '베끼기 관행'에 주요한 관련 판례가 생길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규모가 작을수록 대응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산 식품의 경우 수출기업의 95% 이상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위조와 모방 피해를 당해도 법적 대응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상표권 침해가 발생해도 정부 지원이 없다면 결국 기업이 자체적으로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고, 언어와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 직접 대응해야 한다”며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수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위조품이 확산되면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고, 정품 판매마저 급감한다. 한 번 이미지가 훼손되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게 해외 시장”이라며 “정부 차원의 법률·행정 지원과 함께, 해외 지식재산권 등록·모니터링을 돕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푸드가 한류를 이끄는 산업으로 성장한 만큼, 지식재산 보호도 문화 콘텐츠 수준으로 격상돼야 한다”며 “이제는 단순한 수출 진흥이 아니라 ‘브랜드 방어’가 국가 경쟁력의 일부로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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