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추경호, 어디서 뚫렸나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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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31 |
| ⓒ 연합뉴스 |
추경호가 받고 있는 혐의는 비상계엄 당일 의원총회 장소 변경 공지와 관련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할 의도가 있었는지와 계엄 직후 윤석열과 통화에서 관련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선 당일 추경호의 행적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추경호는 비상계엄 선포 후 의총 장소를 국회(밤 11시 3분)→당사(11시 9분)→국회(11시 33분)→당사(12시 5분)로 세차례 변경했습니다. 주목할 건 이런 장소 변경과 윤석열 통화와 연관성입니다.
추경호는 당일 밤 10시56분 홍철호 정무수석과 3분간 통화했고, 이후 11시 11분 한덕수 전 총리와 7분간 통화했으며, 11시 22분에는 윤석열과 2분 가량 통화했습니다. 추경호는 단순한 계엄 선포 경위와 상황 공유 차원이었다고 주장하지만 특검은 일련의 통화에서 여당 차원의 '역할'을 요구받은 것으로 의심합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한덕수와 통화가 7분이나 이어진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이 취해야 할 조치와 입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윤석열의 전화는 이를 재차 강조하는 차원이었을 공산이 크다는 게 특검 판단입니다.
문제는 추경호가 윤석열과 통화 후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바꾼 것을 혐의 부인의 가장 유력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윤석열의 지시 또는 공모 행위가 있었다면 통화 직후 의총 장소를 국회로 변경했겠느냐는 겁니다. 특검은 수사 초기부터 이런 주장을 깨뜨릴 증거 확보에 역점을 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와 관련해 내란 특검 박지영 특검보는 3일 "(윤석열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이나 방법은 확인해주기 어렵지만 (공모관계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밝혔습니다. 추경호가 그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던 방어벽이 무너졌음을 암시합니다.
비공개 조사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서 유의미한 진술 얻었을 수도
그 계기는 지난 9월 추경호 원내대표 보좌진 휴대폰 압수가 결정적이었을 공산이 큽니다. 당시 보좌진 5명으로부터 휴대폰을 압수했는데, 그중 일부에서 그날의 상황을 알려주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애기가 흘러나옵니다. 추경호가 윤석열의 지시를 암시하는 말을 보좌진에 건넨 녹음 파일이나 문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당시 추경호와 함께 있었던 국민의힘 의원과 당직자들의 진술이 혐의 입증에 도움이 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검은 공개된 국민의힘 현역 의원 4명 외에도 일부 의원들을 비공개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검이 법원에 청구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에 대한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을 철회하지 않고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것도 주목됩니다. 당시 원내대표 추경호는 당 대표인 한동훈의 여러차례에 걸친 본회장 소집 지시를 거부했습니다. 한동훈은 추경호가 의총장소를 재차 당사로 변경한 직후인 12시 6분께 우재준 의원을 통해 '대표 지시사항이니 본회의장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12시 10분에도 '당대표 한동훈인데, 본회의장으로 모두 모이라'는 지시를 반복해 보냈습니다. 한동훈이 계엄해제 표결 당시 상황을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면 추경호 혐의 입증이 한층 수월할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추경호 신병 처리가 내란정당 프레임이 작동하는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별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추경호가 구속될 경우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여당과 시민사회에선 국민의힘 지도부의 내란 동조 행위가 드러나면 정당 해산 심판을 제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계엄의 밤에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저항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국민의힘에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다수 국민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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