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이준석·최민희…고소·고발 정치화, 경찰만 진땀 뺀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정치인들 고소·고발에 경찰이 진땀을 빼고 있다. 일부 사건의 경우 명확한 근거 없이 상대방을 흠집 내려는 목적이 있는가 하면, 절차를 문제 삼는 항의까지 빗발치고 있어서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작 피해자 구제가 절실한 민생·치안 수사는 진도를 못 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를 관할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대표적이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던 담당자와 영등포서장은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 전 위원장 측 법률 대리인인 임무영 변호사는 4일 페이스북에 “내일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겠다”고 예고했다. 임 변호사는 이 전 위원장의 진술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를 근거로 “내용이 매우 빈약하다” “불필요한 체포·조사였다”고 주장했다.
“왜 정치인을 불러 조사하지 않느냐”는 항의성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지난 2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정치자금법·보조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지난주 영등포서 담당 수사팀에 전화해 “왜 아직도 소환 조사를 하지 않느냐”며 “조용히 무혐의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항변했다.

영등포서는 이날 오후 2시 충북 청주시에서 집무를 보던 김영환 충북지사도 소환 조사하는 등 지역 정치인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9월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국회 국정조사에서 허위로 증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9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김 지사에 대한 고발 안건을 의결하면서 시작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에 고소·고발이 더 몰리는 분위기”라며 “다른 민생 수사를 진행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자녀 결혼식에서 피감기관 등으로부터 화환·축의금을 받은 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난 3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도 지난 9월 10일 서울경찰청에 구의원·보좌진을 동원해 아들의 숭실대학교 편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고발했다. 이외에도 서울 강서경찰서가 서민위의 고발을 토대로 위장 전입 의혹 등을 받는 강선우 민주당 의원에 대해 4달째 수사 중이다.
한쪽이 고발하면 고발당한 쪽에서 맞고발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변호인 교체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민주당은 주 의원이 허위 의혹을 제기했다며 지난달 16일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주 의원은 다음날 김 실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맞고발했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이 아직 검찰로 송치하지 못하고 수사 중인 지난 21대 대통령선거 관련 사건만 524건에 달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준 21대 대선 선거사범은 모두 3822명으로, 20대 대선(2614명)과 비교하면 46%가량 증가했다.
"고발인 책임성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고발인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며 “무고죄를 묻는 등 고발인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치권에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건 쉽게 말해 고소·고발장이 ‘공짜’라서 가능한 것”이라며 “불기소·불송치일 경우 본인 부담을 원칙으로 해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재·이아미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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