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상습범" "흔들지 마라"…명∙청 팬덤, 이젠 노 따로 젓는다

조수빈, 한영익 2025. 11.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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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을 멈춰세우면서 4일 강성 지지층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입법 드라이브에 나서려다 주저앉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난하는 주장과 감싸는 주장이 온라인 상에서 격하게 맞붙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만의 팬덤과 정청래 대표를 당선시킨 당 고유의 강성 지지층의 분화가 뚜렷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新)이재명 지지층이 주로 모인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서는 정 대표를 향한 비난 글이 속출했다. 3~4일 해당 게시판에는 “재판중지법은 반명 김어준이 연기 피우고, 친문 국회의원들이 휘발유를 뿌렸다”“정청래가 눈치 안보고 들이받은 건 다음 당 대표도 자신 있다는 계산” 등의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정부조직법 야합 논란 때도 김병기 원내대표에게 다 뒤집어씌우더니 재판중지법 논란은 박수현 수석대변인한테 뒤집어씌우나. 당 대표가 상습범” 등 감정섞인 비판도 잇따랐다.

하지만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서는 “이번 일로 정청래 욕하는 사람들 정신차리라”는 반응이 주류였다. “정 대표가 관세협상 중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는 게 왜 대통령의 시간을 가리는 게 되냐. 그런 식으로 정청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댓글에서도 “요즘 대통령보다 당 대표가 더 발목 잡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정 대표는 흔들리지 말라. 민주시민들이 지지한다” 등 정 대표를 향한 응원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 대통령의 팬덤과 정 대표 지지층의 입장 대립은 정 대표가 취임 후 검찰·언론·사법 등 ‘3대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노출되기 시작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당)·존치(정부) 등을 놓고 당·정간 엇박자가 드러날 때였다. 이후 이 대통령의 유엔 총회(9월 23~26일) 참석 기간에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해 주목도가 반감됐을 때 두 그룹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최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때 지도부가 친명계 모임인 유동철 ‘더민주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를 컷오프(공천 배제)시킨 결과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변성완 위원장이 당선된 것도 지지층 내부에 균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 불신 극복, 사법행정 정상화 TF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재판중지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지층의 분화가 확연해지자 당내에서도 정 대표를 향한 쓴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호남의 한 민주당 의원은 “고관여층으로 갈수록 정 대표의 강성 일변도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과를 홍보해야 하는 시기에 조율도 없이 당 지도부가 재판중지법 얘기를 한 건 부적절했다”(원내 지도부 인사)는 지적이 나왔다.

지지층의 분화를 구조적 단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노무현·문재인 팬덤을 뿌리로 둔 민주당 전통 강성 지지층과, 스스로 형성한 개딸 지지층 양쪽을 모두 흡수하면서 정치적 성공을 거뒀다”며 “정 대표는 이 중 전자와의 결합을 통해 정치적 미래를 그리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대통령은 중도층도 인정할만한 성과를 내는 게 본인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지만 정 대표는 유튜브·쇼츠·딴지게시판 기반으로 강성 지지층의 볼륨을 키워야 대표직 연임의 길이 열린다”며 “각 지지층의 요구 사이의 간극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영익·조수빈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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