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상습범" "흔들지 마라"…명∙청 팬덤, 이젠 노 따로 젓는다

대통령실이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을 멈춰세우면서 4일 강성 지지층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입법 드라이브에 나서려다 주저앉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난하는 주장과 감싸는 주장이 온라인 상에서 격하게 맞붙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만의 팬덤과 정청래 대표를 당선시킨 당 고유의 강성 지지층의 분화가 뚜렷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新)이재명 지지층이 주로 모인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서는 정 대표를 향한 비난 글이 속출했다. 3~4일 해당 게시판에는 “재판중지법은 반명 김어준이 연기 피우고, 친문 국회의원들이 휘발유를 뿌렸다”“정청래가 눈치 안보고 들이받은 건 다음 당 대표도 자신 있다는 계산” 등의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정부조직법 야합 논란 때도 김병기 원내대표에게 다 뒤집어씌우더니 재판중지법 논란은 박수현 수석대변인한테 뒤집어씌우나. 당 대표가 상습범” 등 감정섞인 비판도 잇따랐다.
하지만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서는 “이번 일로 정청래 욕하는 사람들 정신차리라”는 반응이 주류였다. “정 대표가 관세협상 중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는 게 왜 대통령의 시간을 가리는 게 되냐. 그런 식으로 정청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댓글에서도 “요즘 대통령보다 당 대표가 더 발목 잡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정 대표는 흔들리지 말라. 민주시민들이 지지한다” 등 정 대표를 향한 응원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 대통령의 팬덤과 정 대표 지지층의 입장 대립은 정 대표가 취임 후 검찰·언론·사법 등 ‘3대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노출되기 시작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당)·존치(정부) 등을 놓고 당·정간 엇박자가 드러날 때였다. 이후 이 대통령의 유엔 총회(9월 23~26일) 참석 기간에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해 주목도가 반감됐을 때 두 그룹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최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때 지도부가 친명계 모임인 유동철 ‘더민주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를 컷오프(공천 배제)시킨 결과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변성완 위원장이 당선된 것도 지지층 내부에 균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지층의 분화가 확연해지자 당내에서도 정 대표를 향한 쓴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호남의 한 민주당 의원은 “고관여층으로 갈수록 정 대표의 강성 일변도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과를 홍보해야 하는 시기에 조율도 없이 당 지도부가 재판중지법 얘기를 한 건 부적절했다”(원내 지도부 인사)는 지적이 나왔다.
지지층의 분화를 구조적 단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노무현·문재인 팬덤을 뿌리로 둔 민주당 전통 강성 지지층과, 스스로 형성한 개딸 지지층 양쪽을 모두 흡수하면서 정치적 성공을 거뒀다”며 “정 대표는 이 중 전자와의 결합을 통해 정치적 미래를 그리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대통령은 중도층도 인정할만한 성과를 내는 게 본인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지만 정 대표는 유튜브·쇼츠·딴지게시판 기반으로 강성 지지층의 볼륨을 키워야 대표직 연임의 길이 열린다”며 “각 지지층의 요구 사이의 간극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영익·조수빈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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