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로는 부족하다" 경계선지능인의 일할 권리를 말하다
[느린IN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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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경계선지능인 노동시장 취업경험과 노동실태' 토론회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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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회는 신경다양성 관점에서 경계선지능인의 노동경험을 조명하고, 복지 중심의 접근에서 고용 정책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학영 국회부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이수진·김윤·박홍배·이용우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일하는시민연구소·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공동 주관했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은 "경계선지능인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기회가 주어지면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중한 구성원"이라며 "단기 대책이 아닌, 노동·복지·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필균 우분투재단 이사장은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가 있지만, 우리 사회는 조금 느린 이들을 노동시장에 배제하고 있었다"며 "이들을 부르는 용어부터가 경계를 짓고, 낙인을 만들고 있는 만큼 이를 바꿔나가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의 사회는 기현주 경기도미래세대재단 청년 본부장이 맡았다. 기 본부장은 "그간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집중됐던 논의가 이제는 성인기 노동으로 확장돼야 한다"며 "특히 이번 토론회는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노동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주목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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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에서부터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윤자호 화성시복지재단 연구원, 기현주 경기도미래세대재단 청년본부장, 신재완 사단법인 씨즈 커리어 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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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71.2%는 최근 3년 내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직장 내 관계 갈등과 의사소통 어려움, 업무 이해 부족 등을 주요 어려움으로 꼽았다. 사회적 고립 수준도 평균보다 높았다. 특히 현재 일하지 않는 이들의 사회적 고립 비율은 32.4%로, 응답자의 전체 평균(21.6%)나 전국 청년의 은둔고립 비율(5.2%)을 크게 웃돌았다.
또한 최근 3년간 정신질환 진단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3.1%, 구직 중인 집단의 경우 42.4%에 달했다. 이는 2023년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신질환 1년 유병률(8.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윤 연구원은 "경계선지능 청년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겪는 심리·정서적 부담이 크고, 다른 집단에 비해 정신건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경계선지능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표면적으로는 일반 청년과 비슷해 보이지만, 정보 접근성과 사회성 측면에서 훨씬 큰 장벽이 있다"며 "이해하기 쉬운 취업정보 제공과 조직 적응을 위한 커뮤니티 기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경계선지능인을 비롯한 신경다양인에 관한 국내외 사례를 분석하며 "경계선지능인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노동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다양인이란 경계선지능인 비롯해 자폐스펙트럼, ADHD, 난독증 등 비전형적 신경 인지 발달상태를 포괄하는 용어로, 이를 질병이나 문제가 아닌 다양한 모습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김 소장은 먼저 "프랑스에서는 장애 범위를 인지, 정서, 정신적 능력까지 포함해 신경다양인을 장애로 인정하고 있다"며 "신경다양인 지원과 고용정책 역시 장애인 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독일은 경계선지능을 국제질병분류기준에 따라 의학적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사회적 지원 대상을 지칭할 때는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며 "학령기를 지나도 이들이 겪는 학습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지속되기 때문에 직업훈련과 사회참여를 위한 별도의 지원 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라별로 경계선지능인을 분류하고 진단하는 기준은 다르다"면서도 제도 내에서 사회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국내외 사례를 촘촘하게 검토하며 논의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원이 학령기나 성인 초입의 청년기에만 집중돼 있다"며 "청소년기에 머물던 지원을 생애 전주기로 확장하고, 성인기 자립·고용을 중심으로 한 다부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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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단법인 씨즈에서 지원하고 있는 취약청년 일경험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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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업에는 경계선지능인을 포함한 신경다양인 청년 15명이 참여해 ▲소통력 훈련 ▲노동법·금융·주거교육 ▲적합일자리 인턴십 등을 경험했다. 또한 실패 경험이 있는 청년들을 위해 농촌 일경험과 가상회사 '두더집' 프로젝트를 병행해 안전한 환경에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신 코치는 "직무역량 강화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과 자신감 형성"이라며 "개별 상황에 맞춘 맞춤형 사례관리가 필요하고, 가족·지역사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지원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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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30일 열린 토론회 현장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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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은 지난해 일경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경기 화성시·울산광역시·대전광역시 등에서 경계선지능 청년 대상 일경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변민수 연구위원은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사회성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성취 중심의 훈련보다는 사회성 회복과 관계 적응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중심 사업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이제는 중앙정부가 고용 중심의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입법조사관은 "경계선지능인은 법 제도 밖에 놓여 있다"며 "별도의 기본법을 통해 정의, 판정기준, 지원체계를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IQ 기준이 아닌 기능 중심의 판정체계 도입과 생애주기별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며 "학교 졸업 이후 성인기 단절을 막기 위한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보경 고용노동부 사무관은 "내년부터 경계선지능 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한 발굴·상담·구직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고용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도에 '경계선지능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새로 시작하며, 예산 3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박승빈 복건복지부 서기관은 "지원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어떤 제도로 담을 것인지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대상자 인정 체계에 대한 고민, 다양한 입법 방식에 대한 논의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현장에서 경계선지능인을 만나고 있는 실무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대상자 발굴의 어려움, 취업 경로 부재, 낙인 등 현실적인 한계가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김종진 소장은 "많은 논의가 이뤄졌는데, 빠르게 제도화하는 것이 답이라고 본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느린인뉴스에도 실립니다.https://www.slowlearner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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