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보고 나오는 길에 이상한 체험 했습니다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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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8번 출구> 스틸 |
| ⓒ (주)NEW |
< 8번 출구 >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붐과 함께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의 진화이자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제 관객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수동적인 형태를 떠나 '체험'을 원한다. 재미의 가치를 공통분모로 두고 아는 이야기도 끝까지 보고 싶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기존의 화법과 방식은 과감히 버려야 할 때다. 새로운 시도를 하되, 고유의 언어로 독창적인 작품이라야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
작품은 게임 원작을 영상화한 작품 중 손꼽히는 웰메이드 영화다. 원작의 이해가 부족했던 게임 원작 영화와 다르다. 원작인 호러 게임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며 영화적 장르성을 더해 확장했다. 등장인물을 늘려 고유의 전사를 부여했는데 어떤 서사라도 자유로운 상상력의 극대화다.
영화의 완성도는 소설가, 프로듀서, 감독으로 종횡무진하는 카와무라 겐키가 있어 가능했다. 대중이 원하는 것과 영화적 경험을 제대로 읽어낸 감독 카와무라 겐키는 오랫동안 프로듀서로 활동해 왔다. <전차남>, <고백>, <분노>,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등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구분 없는 흥행 제작자로 이름을 알렸다.
2014년에는 소설가로도 활동해 역량을 발휘했다. 데뷔작 <고양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억남>, < 4월이 되면 그녀는 > 등이 있다. 소설은 대부분 영화화되었으며 2022년에는 <백화>를 직접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 8번 출구 > 또한 게임을 소설로 옮긴 후 시나리오 작업까지 더한 두 번째 연출작으로 숨은 역량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영화다.
제78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 초청되었다. 현재는 20대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지난 10월 22일 개봉해 누적 관객 33만명(11월 4일 기준)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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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8번 출구> 스틸컷 |
| ⓒ (주)NEW |
헤매는 남자는 앞서 지하철에서 우는 아기를 달래지 못해 승객의 질타를 받는 엄마를 외면했다. 출근길 승객들은 각자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볼 뿐 누구 하나 이 상황에 끼어들지 않으려 한다. 귀찮게 굳이 나서지 않으려는 현대인의 특성은 이후 주인공의 죄책감으로 구현된다.
남자는 목적지에 내려 출구를 향해 나아가지만 전화를 받고 이상 현상을 겪는다. 헤어진 여자 친구(고마츠 나나)의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을 듣고 갈등한다. 임시직으로 생계도 불안한 상황에서 전 연인의 아이까지 책임져야 한다니 혼란스럽다.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은 상황의 연속이다. 결국 주인공이 감추고 싶었던 책임감과 모른척했던 죄책감이 기인해 이상 징후로 발현되어 버린다.
반복되는 패턴은 지루함을 유발할 것 같지만 의외로 쫄깃하다. 불안함을 조성하는 롱테이크가 조금씩 흥미로운 지점을 더한다. 반복 속에 약간씩 변화를 주며 일인칭 플레이어로서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관객은 숨은그림찾기 하듯 숨 막히는 심리전을 감당해야만 한다.
숱한 되풀이 끝에 힘들게 다가간 출구 앞에서 처참히 무너져 버린 기대는 충격과 공포 그 이상이다. 깨지 못하는 악몽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미로에 갇힌 패닉 상황,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다. 들어오긴 왔는데 나가는 문을 찾지 못해 영영 떠도는 도시괴담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기분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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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8번 출구> 스틸컷 |
| ⓒ (주)NEW |
어쩌면 '이상 현상 발견 시 후진'이라는 법칙처럼 때로는 전진만이 정답은 아니다. 두보 전진을 위한 한보 후퇴는 더 큰 목표를 위해 물러설 줄 아는 재정비의 시간이다. 똑같은 삶을 살 것인지, 변화를 줄 것인지, 도전할 것인지 제시한다. 반복 속에서도 인식하려 노력한다면 반드시 돌파구를 발견한다 희망적인 어조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소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인간의 무의식을 들춘다. 출구를 찾는 행위는 걷는 남자의 머릿속이자 관객의 복잡한 마음이다. 손바닥만 한 창만 열면 그 속에 가짜 뉴스와 이미지, 영상이 넘쳐난다. 진실 여부를 떠나 목적 없이 중독된 지 오래다. 작은 창에 매여 현실을 망각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잊지 말길 독려하고 있다.
끝으로 고백하건데 < 8번 출구 >를 본 후 이상한 경험을 했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의도에 흠뻑 빠지는 게 즐겁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는 확실하기에 크게 공포스럽지 않다. 영화가 끝나 특정 공간을 벗어나면 반드시 현실로 돌아오는 안도감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 8번 출구 >를 본 후는 조금 달랐다. 괜히 기분이 묘했다. 영화관을 나서자 긴 복도가 이어졌고 스마트폰을 보고 걷는 군중을 지나 지하철로 귀가해서다.
영화에서 분명히 로그아웃했는데 현실로 로그인하지 못하는 기분이랄까. 혼란스러웠다. 스마트폰을 켜 단 두 마디로 무한 재생되는 곡을 만든 라벨의 '볼레로'를 들었다. 에셔의 착시 그림,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불길함이 음악과 함께 최면에 빠진 듯 멍해졌다. 과연 8번 출구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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