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빅뱅, 관전 포인트는 [스페셜리포트]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5. 11. 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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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빅뱅, 관전 포인트는

➊ 업비트·빗썸 양강 무너질까

바이낸스 한국 진출은 업비트와 빗썸이 양분해온 국내 코인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업비트 약 65%, 빗썸 약 30% 수준으로 두 곳이 전체 95%를 점유하고 있다. 바이낸스가 인수한 고팍스 점유율은 0.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세계 최대 거래소 자본력과 유동성이 결합되고 화제몰이에 성공하면 기존 구도는 급변할 수 있다.

당장 거래 수수료에서 차이가 난다. 최저 0.01% 수준으로 업비트(0.05%)와 빗썸(행사 적용 시 0.04%)보다 낮다. 자체 발행한 거래소 토큰 BNB를 사용하면 수수료 추가 할인도 가능하다.

국내 거래소도 경계심을 내비치는 중이다. 예를 들어 국내 3위권 거래소 코인원은 바이낸스 인수 승인 직후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시작했다. 기존 상시 운영 중이었던 신규 고객 수수료 무료 이벤트 혜택 범위와 기간을 늘리고, 첫 거래 고객에게는 최대 25만원 상당 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시작했다.

한 코인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바이낸스식 수수료 정책이 고팍스에 도입되면 단기적으로 이용자 확보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며 “고객 충성도가 떨어지는 업계 특성상 수수료에 따라 대규모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바이낸스 재진입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기존 바이낸스 글로벌 이용자 입장에서는 고팍스로 옮겨 탈 필요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해외 계정을 통해 직접 거래가 가능한 데다, 원화 결제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서다.

➋ 오더북 통합…‘김프’의 종말

바이낸스와 고팍스 사이 오더북(Order Book·호가창) 통합이 가능할지 여부는 업계 최대 관심사다. 글로벌 바이낸스가 가진 막대한 유동성이 고팍스와 연결될 경우 국내 투자자도 세계 시장 주문 흐름에 실시간 접근하게 된다. 매수·매도 호가가 더 촘촘해지며 체결 속도는 빨라지고 가격 왜곡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기존 글로벌 바이낸스를 이용하던 국내 투자자도 고팍스 계정을 새로 만들 유인이 충분해진다. 추가로 원화 거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오더북 통합 시 기대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김치 프리미엄’ 축소다. 김치 프리미엄은 같은 코인이라도 국내 거래소 가격이 해외 평균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김치 프리미엄은 실명계좌 원화로만 거래 가능한 국내 시장 특수성에서 나온다. 국내 투자자 수요가 폭증하면 특정 종목 가격이 오르는데, 외국인 거래가 막혀 있다 보니 차익거래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오더북이 연동되면 가격이 즉시 글로벌 평균으로 수렴해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국내 거래소 단기 거래 유입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시장 전체 유동성은 높아지고 거래 안정성은 개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더북 통합은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국내 시장에서 고수익을 노리던 일부 투자자, 특히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단타 세력이 사라지는 등 시장 왜곡 해소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오더북 통합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현행 특금법과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는 이용자 데이터를 국내 서버에만 저장해야 하고, 해외 서버와 실시간 연동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 FIU 역시 최근 국정감사에서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하면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밖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당국은 빗썸이 호주의 스텔라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위법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다만 향후 국제 기구 권고에 맞춘 공조 체계가 정비되면 부분 유동성 연동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국내 AML 체계와 연동이 확보되고 나면 오더북 통합 제한적 허용이 가능할 수 있다”며 “실현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시장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➌ 전북은행이 최대 수혜자?

현재 고팍스 실명계좌 제휴 은행은 전북은행이다. 바이낸스 인수로 신규 이용자 유입이 늘면 전북은행이 최대 수혜를 볼 수 있다. 투자자가 거래를 위해 전북은행 실명계좌를 잇따라 개설하면 전북은행은 지방은행에서 단숨에 전국구 은행으로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은행 단독 체계로는 거래량 급증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사 계약은 내년 2월 종료된다. 업계에서는 NH농협·케이뱅크·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의 제휴 전환 가능성을 거론한다. 계약 만료 후 상대적으로 고객 기반과 자금세탁방지 인프라가 탄탄한 시중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FIU 역시 전북은행 리스크 관리체계를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슈를 계기로 기존 ‘1거래소 1은행’ 구조가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자은행 체제로 전환이다. 박주영 FIU 기획행정실장은 “1거래소 1은행 구조는 리스크 집중과 독점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복수은행 제휴를 허용하는 다자은행 체계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➍ 파생상품 거래 허용될까

파생상품은 바이낸스 핵심 수익원이다. 전용 플랫폼 ‘바이낸스 퓨처스(Binance Futures)’에서는 선물·옵션·영구선물·레버리지 토큰·마진거래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된다.

파생상품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 전체 70%를 차지할 만큼 거대한 시장이다. 국내 투자자가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 역시 파생상품 거래 수요다. 같은 목돈으로도 더 큰 투자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데다(레버리지), 시장 흐름에 따라 코인 하락에 베팅하는 등 투자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거래소에서는 지원하는 코인 거래 기능은 ‘사고팔기’뿐이다. 한국은 자본시장법상 미인가 금융상품 판매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어, 개인 투자자가 파생상품에 접근할 수 없다. FIU 관계자는 “파생상품은 변동성이 크고 불공정거래 위험이 높아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며 “감독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까지 허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FIU와 시장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 전용 파생상품 등 제한적 허용 논의는 진행 중이다. 김익현 변호사는 “코인도 헤지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관투자자 전용 시장부터 단계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석진 교수도 “감독 체계가 안정되면 파생상품 시장을 합법화, 투명한 거래로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건전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파생상품 외 다른 기능도 허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바이낸스가 운영하는 ‘레퍼럴(referral)’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레퍼럴은 이용자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한 기능이다. 기존 이용자가 새로운 투자자를 초대하면 거래 수수료 10~40%를 보상으로 받는 방식이다. 레퍼럴은 바이낸스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플랫폼 내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핵심 유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추천형 보상 프로그램이 사행성·다단계성 논란을 부를 수 있어 사실상 금지돼 있다.

➎ 고파이 사태 해결될까

고파이(GoFi) 사태는 바이낸스와 고팍스의 신뢰 회복에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다.

고파이는 2020년 고팍스가 출시한 예치형 투자상품이다. 고객이 일정 기간 코인을 맡기면 연 8~13% 수준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였다. 고팍스는 예치금을 해외 대출 플랫폼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에 재예치해 이자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운용했다.

문제는 2022년 말 제네시스가 파산하면서 시작됐다. 제네시스는 당시 글로벌 거래소 FTX 붕괴 여파로 유동성이 막히며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고, 고팍스가 예치한 약 1479억원 규모 자금이 회수 불가능해졌다. 피해자는 1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투자자들은 “예치상품이 아닌 대출상품 성격이었는데, 고팍스가 위험 구조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팍스 인수를 추진하며 “산업회복기금(IRI)을 통해 고파이 피해액 전액을 상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지급은 절반 수준에 그쳤고, 잔여 상환 일정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내부에서는 이번 사례를 외국계 거래소 제도권 편입 시험대로 보고 있다. 고파이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고팍스 인수 후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상환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며 “정부가 승인만 내준 채 책임을 회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FIU는 이번 인수 승인 과정에서 상환 계획 제출을 조건으로 명시했고, 금융당국은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기로 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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