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바이낸스 귀환...K-코인 거래소 ‘빅뱅’ [스페셜리포트]
“바이낸스 자본력과 기술은 국내 거래소와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단순 수수료 경쟁만으로도 시장 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지난 10월 15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는 속보가 나온 직후 여의도 증권가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세계 1위 디지털자산(코인)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 2021년 자진 철수 이후 5년 만의 복귀다. 국내 5위 거래소 고팍스를 품으며 사실상 ‘왕의 귀환’을 예고했다. 압도적인 유동성과 기술력, 글로벌 인프라를 앞세운 바이낸스 등장으로 K-코인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이 사실상 양분해온 폐쇄적인 국내 시장에 강력한 ‘메기’가 등장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한편으로는 외국계 거래소에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책당국과 기관투자자, 경쟁 거래소 모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눈치 싸움에 들어갔다. 국내 코인 생태계가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5년 만에 컴백한 바이낸스
사법 리스크 해소…고팍스 인수
K-코인 거래소 시장이 격변기를 맞이했다. FIU는 2023년 바이낸스가, 고팍스 운영사인 스트리미 지분 67%를 인수해 대주주가 된 지 약 2년 반 만에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2021년 한국 시장에서 자진 철수한 지 5년 만에 귀환이다.
2021년 당시 바이낸스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핵심 요건인 은행 실명계좌 제휴를 충족하지 못해 사업자 신고가 불가능했다.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한국어 서비스 중단과 원화 마켓 폐쇄” 공지를 내고 자진 철수했다.
이후 한국 재진입을 시도했지만, 고팍스 인수 과정에서 창펑 자오 전 CEO의 사법 리스크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논란이 불거지며 승인이 미뤄졌다. FIU가 태도를 바꾼 것은 최근 들어서다. 창펑 자오 체제를 정리하고 리처드 텅 신임 CEO 체제로 전환한 점, 고팍스가 정보보호(ISMS) 인증과 전북은행 실명계좌 체계를 유지하며 AML 보고 시스템을 강화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FIU 관계자는 “지배구조가 명확해지고 위험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외국계 우회 진입 논란은 있으나 국내 법인 고팍스가 전면 책임을 지는 구조라 위법 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거래액·이용자·자본력 ‘압도적’
바이낸스는 2017년 중국계 캐나다인 창펑 자오가 설립했다. 창립 6개월 만에 세계 1위로 올라선 뒤 지금까지 단 한 해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현재 전 세계 40여개 언어를 지원하고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일본·싱가포르·프랑스 등 주요 금융 시장에서도 영업 중이다.
바이낸스 가장 큰 무기는 압도적인 ‘덩치’다. 전 세계 이용자 약 2억9000만명, 일평균 거래액 약 300억달러(약 42조원)로 전 세계 거래소 1위 사업자다. 바이낸스 추정 순이익 규모만 연간 5억달러다. 현재 국내 1위 사업자 업비트 일평균 거래액(약 20억달러)과 비교하면 6배 이상이다. 10월 23일 현재 기준, 지난 7일간 이용자 수만 따져도 1200만명이다. 같은 기간 업비트(약 210만명)와 빗썸(약 90만명)은 물론 글로벌 2~3위권 거래소(약 500만명)과 비교해도 2배가 훌쩍 넘는다.
거래 가능한 법정화폐 종류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거래소는 ‘원화’로만 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반면 바이낸스는 엔·위안·유로·파운드 등 80여개가 넘는 법정화폐 결제 기능을 갖췄다.
현행법상 당장 국내 사업 때에는 바이낸스(고팍스) 역시 원화만 지원한다. 하지만 확장 가능성 면에서 잠재력이 다르다. 바이낸스는 법정화폐 지원 기능을 토대로 국가별 스테이블코인·페이먼트 시스템과 연동,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거래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면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오더북 통합 시스템’을 통해 각국 거래소의 주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묶어 거래를 지원한다. 보안 측면에서도 ‘SAFU(Secure Asset Fund for Users)’라는 보호기금을 운용, 수수료 일부를 별도 지갑에 적립해 해킹 피해를 즉시 보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글로벌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바이낸스로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낸스는 단순 거래소가 아니라 결제·커스터디·파생상품까지 수직계열화한 글로벌 금융 플랫폼”이라며 “국내 시장이 이 구조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고립됐던 국내 코인 거래 시장에 세계 1위 유동성과 기술력이 유입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국내 거래소 옥석 가리기 가속화될 테다. 기존 거래소는 서비스 질과 수수료 경쟁 압박을 받게 되고 이를 좇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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