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진술 바꾼 통일교 직원..."증언 연습했나" 묻자 "변호사 질문지로"
[정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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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한학자 통일교 총재,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세 사람 모두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
| ⓒ 이정민, 유성호, 이희훈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본부장의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증거인멸 혐의가 주로 다뤄졌다. 윤 전 본부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건희에게 금품 등을 건네며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는 혐의 외에도,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원정 도박에 관한 수사 정보를 획득한 뒤 관련 증거인 2010~2013년 3년치 통일교 회계 장부(이하 회계장부)를 수정·삭제하도록 통일교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혐의(증거인멸)도 받는다.
이날 공판에는 통일교 세계본부 재정국에서 근무했던 직원 김아무개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씨는 2022년 10월경 문제의 회계장부를 직접 수정한 실무자로 앞서 지난 7월 23일과 8월 8일 두 차례 특검 조사에 임한 바 있다. 특검팀은 통일교 2인자였던 윤 전 본부장을 필두로 김씨에 이르기까지 한 총재의 원정 도박 관련한 통일교 자료가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수정·삭제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특검 조사 당시 진술을 모두 뒤집었다. 이날 특검팀이 공개한 김씨의 특검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씨는 앞서 특검에서 2022년 10월 경 통일교 재정국에서 근무했던 상급자 A씨로부터 ▲ 특정 시기(2010~2013년)의 회계 장부에서 ▲ '적요'란에 적혀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모호한 표현으로 바꾸고 ▲ 특히 '해외'라는 단어, 국가명, 도시명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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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 ⓒ 유성호 |
김씨는 법정에서 진술이 바뀐 이유를 두고 "(특검 조사 당시) 경황이 없어서 사실과 다르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답변이 바뀐 건 특검 조사 시에는 전혀 모르는 '멘붕' 상태에서 횡설수설한 것이고, 지금은 자료를 확인하고 찾아보고 준비한 것이니 이것이 내 생각인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의 진술 번복에 재판부 역시 증인신문 도중 김씨에 진술이 바뀐 경위를 몇 차례 질문하기도 했다.
재판장 : 증인은 특검 조사 당시에는 생각나는 대로 진술한 게 맞나요?
김씨 : (당시) 정확하게 모르고 답한 것 같습니다.
재판장 : 진술조서를 보니까 본인이 직접 수정하고 진술내용을 다시 쓴 것도 있던데. 본인이 쭉 읽어보고 맞는 건 놔두고 내 진술하고 다른 건 (조서 열람할 때) 수정한 거 아닌가요?
김씨 : 그런 건 맞는데. 제가 그때 너무 당황한 상황이었고 진술조서 확인할 때 지쳐있는 상황이었어서.
(중략)
재판장 : 증인, 특검 조사 당시에는 어떤 이유에서 조사가 이뤄졌는지 몰랐는데 지금은 (한학자의 원정 도박 수사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죠?
김씨 : 네.
"거래처 코드만 손댔다"는 김씨의 일관된 주장이 이어지자, 특검팀은 김씨가 법정 진술 전에 통일교 관계자들과 증언을 사전에 연습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김씨는 특검팀이 추궁하자 "직원들하고 (증언 연습을) 해봤다"며 "(질문지를) 변호사님이 준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변호사에게 든 비용은 "회사에서 줬다"고 답했다.
특검 : 증인 오늘 증언하는 데 있어 증언 연습한 적 있습니까?
김씨 : 없습니다.
특검 : 한 번도 연습해본 적 없습니까?
김씨 : (통일교) 직원들하고 해본거죠.
특검 : 연습할 때 누가 있었나요?
김씨 : OOO(통일교 직원)이랑, △△△(통일교 직원). 주말에 같이 세 명이서 연습했습니다.
특검 : 질문지는 누가 준비했습니까.
김씨 : 변호사님이 준비했습니다.
(중략)
특검 : 변호사 타임차지는 증인이 지급한 겁니까? 변호사비.
재판장 : 오신 분에 대한 변호사비는 누가 줬나요?
증인 : 그건 회사(통일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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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진법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 등의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 ⓒ 이희훈 |
이날 공판엔 윤 전 본부장의 아내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을 역임했던 이아무개씨 역시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 역시 남편인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김건희에 그라프 목걸이 등을 건넨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지난달 10일 특검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이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윤 전 본부장의 증거인멸 혐의 위주로 이어졌다. 이씨는 ▲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10월 경 통일교 직원에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와 ▲ 당시 재정국장이었던 본인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 모두를 부인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윤 전 본부장의 3차 공판에서 통일교 직원 B씨는 윤 전 본부장과 이씨, 또다른 통일교 직원 C씨가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회계 프로그램 자료 삭제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관련기사 : "시시한 분 아니다, 정권 쪽" 통일교 재판에 등장한 녹음파일 https://omn.kr/2fpz4) 그러나 이를 두고 이씨는 "'삭제'가 아니라 불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하자는 취지의 얘기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검이 이씨에 "2022년 10월 경 하급자인 A씨에게 2010~2013년 경 회계자료를 수정하라고 요청한 적 있냐"고 묻자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검 : ●●●(B씨)는 피고인(윤 전 본부장)이 ◇◇◇(C씨), 증인(이씨), 그리고 ●●●(B씨)가 있는 자리에서 재정팀의 자료를 삭제하라라고 지시를 했는데 우선 전표를 파기하라고 했고, 더존 회계 자료를 백업하여 놓은 후에 폐기하라고 했다는 취지로 특검에서 진술을 했는데, 피고인(윤 전 본부장)이 이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러한 지시를 한 사실은 있는가요?
이씨 : 파기하라고 하지는 않았구요. (통일교) 세계본부와 한국협회가 합쳐졌기 때문에 그 이전에 불필요한 자료들을 좀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 필요 없는 거는 그렇게 정리를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그런 취지로 얘기한 겁니다.
(중략)
특검 : 혹시 그 자료 중에 '회계자료'라는 것을 피고인(윤 전 본부장)이 따로 언급을 하기로 했습니까?
이씨 : '회계자료'라고 얘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씨는 특검팀의 이어지는 질문에도 재차 "(윤 전 본부장이)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하지 않고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 그 정도였다. 파쇄해라 없애라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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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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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해 7월 18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통일교 청년 신도들이 천정궁 입구에서 기도와 노래를 하고 있다. |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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