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대한민국, 글로벌 중추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고창남 2025. 11. 3. 11: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 주일대사 "'실용외교 강조 이재명 정부 외교 핵심 기조는 '結 미·일, 連 중·러, 和 북'"

[고창남 기자]

▲ 악수하는 한중정상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외교가 '글로벌 중추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강창일 전 주일대사를 만나 이번 회의의 외교적 의미와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난 국제질서의 변화, 그리고 APEC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 및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방향을 짚어봤다.

그는 이재명 정부 외교의 핵심 기조를 '結(결)미·일, 連(련)중·러, 和(화)북'으로 요약하며, 감정이 아닌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강조했다. 다음은 강창일 전 주일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강창일 인터뷰하는 강창일 전 주일대사
ⓒ 강창일 전 주일대사 제공
APEC, 한국 외교의 '글로벌 중추국' 위상 확인

-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외교적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시나. 특히 미·중 양국 정상의 대화와 그 속에서 한국이 놓인 위치를 어떻게 보시는지.

"지난 일주일은 전 세계의 이목이 부산과 경주에 쏠린 기회였다. 한·미 관세협정, 미·중 관세전쟁, 강경 보수인 다카이치 총리의 다자외교 무대 데뷔 등 많은 세계적 이슈가 몰려 있었다. 전반은 트럼프가, 후반은 시진핑이 주도 했다. 만만하지 않은 트럼프와 시진핑, 그리고 앙숙 같은 두 나라의 지도자를 모시고 하는 행사라서 크게 걱정했는데 대성공이었다. 이번에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으로 확고히 자리를 매김했다. 과거에는 일본이 그런 위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왜소하게 보여 측은한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전쟁에서 '유예'라는 휴전을 선택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많은 국민들이 걱정했다. 선방했다고 본다. 핵 추진 잠수함 문제는 오랜 숙원이었는데, 일단은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내었다. 중국이 불만을 표시할까 내심 걱정했는데, 무난히 넘겼다. 장비 같은 용장 트럼프, 관우같은 덕장 시진핑, 제갈량 같이 지혜롭고 순발력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돋보인 회의였다. 또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으면서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시진핑 주석도 세계를 이끄는 G2 국가의 지도자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많은 국민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매우 걱정해, 반미 데모까지 이어지는 사태였는데, 큰 무리없이 헤쳐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성공하는데는 조현 외교부 장관 , 김정관 산업부 장관, 김용범 정책 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등 참모진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블록화'에서 '균형'으로... 동북아 외교 지형의 변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월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APEC 회의를 통해 드러난 미·중·일의 외교 전략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나. 동북아 질서가 다시 '블록화' 될 조짐이 있다고 보시는가.

"오히려 그런 우려를 씻어내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미국과는 종래의 동맹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하고는 그동안 찬 바람이 불어왔는데, 우호증진의 협력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게 되었다. 일본과는 우익 강한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가 총리로 취임하면서 어떻게 될까 염려했는데, 서로가 민감한 문제는 피하면서 현실주의적인 실용 외교를 취하면서 셔틀외교 재개를 약속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카이치에 총리에 대해 이 대통령이 '극우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실제로는 만나보니 말이 잘 통하는 훌륭한 정치인이다'라고 한 건 백미 중의 백미였다. 중국과 일본과는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한·일 정상회담은 매우 대비되는 광경이었다. 9월 3일 중국 전승절 이후 보여주었던 동북아시아의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결 구도의 심화라는 우려는 이번 한·중 회의를 통해 많은 부분 해소되었다고 생각한다."

-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 동맹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한·중 관계는 냉각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한·중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시는가?

"서로가 '떼어낼 수 없는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라고 한 시진핑 주석의 말처럼 양국이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성이 이번 회의에서 다시금 강조되고 확인되었다. 중국은 우리에게 최대의 교역국이자 전략적 파트너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7개 분야 MOU 즉, 실버경제 분야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추진,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 한국산 감 생과실의 중국 수출 식물검역요건 완화,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 원/위안화 통화스와프 계약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쌓인 오해를 하나씩 풀어나가며 경제·안보·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복원해 나갈 것이다. 서로의 체제와 이해를 존중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한·중 관계 복원의 필요성과 현실적 한계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중국과의 경제·안보 협력에서 한국이 어떤 '실용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보나요?

"서두르면 안 된다. 서로가 각각 놓인 위치를 감안해 주어야 한다. 한국에게는 미국이라는 동맹이 있고, 중국에게는 북한이라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다. 이처럼 상호 제약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모든 현안을 풀겠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자 외교틀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양국의 뜻만으로는 어렵다.

'실용외교'는 감정이나 이념이 아니라, 국익을 중심으로 한 현실적 선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안보 문제에서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되, 경제·기술 협력에서는 중국과의 실질 협력 공간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나 배터리, 탄소중립 산업처럼 상호 보완적 구조를 가진 분야에서 협력의 여지가 크다. 또한, 양국 관계는 양자관계에만 머물지 않고 다자협력의 틀 속에서 움직인다. 한·중·일, RCEP, APEC, G20 등 다양한 협의체에서 '대화의 일상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용외교는 결국 '경쟁 속의 협력, 차이 속의 공존'을 구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최근 한·일관계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이번 APEC 회의에서도 한일 정상의 연속 대화가 있었는데, 일본 내에서는 이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일본에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각각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미봉책일런지는 모르지만, 미래지향적 협력과 우호 관계를 증진하자는데 일치했다는 점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실용적인 태도를 엿볼 수가 있다. 잠복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이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는 모르지만."

- 일본 정치권과 일본 언론이 한·미·일 공조를 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협력 관계로 가기 위해 풀어야 할 '심리적 거리'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한·미·일은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로서 삼각공조와 안보 협력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가야 한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미국을 내세워 국제문제를 해결하여 왔다. 여기에서 한국은 종속 변수였다. 미국은 최상석에, 일본은 가운데에, 한국은 말석에 자리잡는 구도를 늘 생각했고, 윤석열 정부 때는 더욱 심했다.

이제 양국은 우호증진과 협력 강화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해야 한다. 서로가 이제는 대등한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비대칭적인 70, 80년대의 관계가 아니다. 두 나라가 손을 잡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한다. 우리도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의연하고 담대하게 대해야 한다. 역지사지와 지피지기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중국과 일본은 삐끄덕거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향후 어떻게 될지 초미의 관심거리이다."

- 역사·안보·경제를 아우르는 실질적 한·일 협력의 과제를 꼽는다면 어떤 점을 강조하시겠는지?

"운명적으로 같이 가야 하는 관계이다. 투 트랙 혹은 멀티 트랙으로 대응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아베같은 우책을 범해서는 서로에게 도움이 안된다. 서로가 손을 잡는다면 세계로 비상할 수가 있다. 일본과 한국의 시장, 자본 그리고 일본의 탄탄한 기초과학과 한국의 응용능력, 한국인의 진취성·도전성과 일본인의 섬세함·치밀함이 결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한·미·일은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로서 삼각공조와 안보 협력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가야 한다."

'結미·일, 連중·러, 和북'로 요약되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 이재명 정부의 기조는'실용외교'가 핵심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한미동맹 강화 속 한중-한일관계에 있어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정책방향은?

"한·미·일은 같은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동맹이다. 한미동맹은 기본 축이고 상수이다. 그러나 중국은 인접국이고 우리의 최대의 교역국이다. 우리의 세계전략은 <結 미·일, 連 중·러, 和북>의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미국과 일본과는 가치·이념을 공유하는 동맹으로 결속하고(結), 중국과 러시아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유연하게 연결하며(連), 북한과는 평화적 공존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和)이다.

이른바 '結·連·和' 전략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자율적 외교의 표현이다. 강대국 사이의 경쟁 속에서도 한국이 능동적으로 공간을 창출하고, 실리를 극대화하는 것이 실용외교의 목표이다. 한마디로, 이재명 정부의 외교는 '감정이 아닌 국익, 구호가 아닌 실행'으로 요약된다. 서로를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 미·중 경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자율성을 유지하려면 어떤 외교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이런 측면에서 실용외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중국도 미국도 우리의 처지를 이해해 주어야 한다. 지금부터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미·중 경쟁은 이미 구조화된 국제질서의 한 축이 되었다. 어느 한쪽을 택하는 제로섬식 사고로는 국익을 지키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외교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가치 동맹과 경제 협력을 분리해 사고할 필요가 있다. 안보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경제·기술 협력에서는 다변화를 추진해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둘째, 다자주의의 복원이 중요하다. APEC, ASEAN+3, G20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외교적 중개자이자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바로 이러한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한국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외교적 신뢰를 쌓는 것이다. 결국, 실용외교란 '양자택일'이 아니라 '양자관리'의 외교이다. 강대국 사이에서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국익을 스스로 설계하는 외교, 그것이 앞으로의 방향이라고 본다."

- APEC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 향후 한국 외교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북·러·중과 한·미·일의 대립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런 신냉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이 어느 한 진영에 치우치면 외교적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 따라서 국익을 중심에 두고, 균형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경쟁보다는 관리, 갈등보다는 대화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에너지·식량·안보 등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실리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면서, 경제안보·기술동맹·공급망 협력 등 미래지향적 외교 의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향후 한국 외교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