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만난 배달 로봇, 직접 주문해 봤습니다

강민지 2025. 11. 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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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자율주행 배달 로봇 '양천누리온'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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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기자]

지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방문했다. 인도 위를 천천히 달리는 작은 바퀴가 달린 상자 형태의 배달 로봇을 봤다. 고속도로 위에서 옆 차선을 달리고 있는 자동차에 운전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땐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 장면들은 모두 LA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곳에선 '자율주행 로봇과 자동차'가 일상이었다.

그리고 두 달 뒤, 내 집 앞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LA에서 목격했던 작은 배달 로봇과 똑같이 생긴 로봇이 인도 위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로봇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윗면에 '양천누리온으로 배달서비스 ON'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알고 보니 서울 양천구에서 전국 최초로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지금, 미래 도시의 실험실로 변하는 중이었다.

동네에서 만난 로봇
▲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배달 로봇 LA 거리에서 목격한 美 '서브로보틱스' 회사의 자율배달 로봇이다.
ⓒ 강민지
▲ 양천구 배달 로봇 '개미' 주문 후, 이동을 시작하는 배달 로봇을 촬영하였다.
ⓒ 강민지
3개의 공원에 배치된 로봇은 자율주행 로봇전문기업 로보티즈의 딥러닝 기반 자율주행 실외 이동로봇 '개미(GAEMI)'였다. 실제 로봇 배달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오목공원에서 배달 로봇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지난 10월 28일 오목공원에 도착하니, 입구에 있는 '오목공원 로봇 배달 서비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현수막의 QR코드를 스캔하자 '로보이츠' 앱 설치 화면이 열렸다. 앱에 접속하니 양천공원, 파리공원, 오목공원 중 배달 지역을 선택할 수 있었고, 나는 오목공원을 선택했다.
▲ 오목공원 입구에 위치한 '로봇 배달 서비스' 안내 현수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 강민지
오목공원 내에는 총 7개의 배달 장소(오목 숲 라운지 1~3, 오목 입구 1~4)가 마련되어 있었고, 3곳의 제휴 매장에서 주문할 수 있었다. 모든 매장에 메뉴 제한은 없었고, 나는 밀크티 1잔을 주문했다.

음료를 주문할 때면, 배달 과정에서 음료가 쏟아지진 않을까 걱정되곤 했다. 과연 로봇은 문제 없이 배달을 마칠 수 있을까? 또 인도 곳곳의 보도블록 틈을 어떻게 넘어설지,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지 약간의 불안과 호기심이 동시에 생겼다. 주문을 마친 뒤, 로봇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궁금해 뒤따라가 봤다. 로봇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물품을 배달하고 있어요. 조심히 배달할게요"라는 안내 음성을 재생하며 보도블록 위를 달렸다.

내가 주문한 경로에는 횡단보도 한 곳이 있었다. 로봇은 보행 신호가 이미 초록 불이었음에도 바로 움직이지 않고, 다음 초록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초등학생 두 명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로봇의 앞을 막았다. 로봇은 잠시 정지했다가 아이들이 옆으로 비키자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인도에 주차되어 있던 자전거와 마주했을 땐 후진한 뒤 옆으로 돌아 이동 방향을 수정했다. 마치 차선을 바꾸는 자동차를 보는 듯했다.

잠시 후, 로봇은 내가 주문한 점포 앞에 도착했다. 가게 사장님이 로봇 측면의 버튼을 눌러 덮개를 열고, 음료를 넣으셨다. "배송을 시작합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로봇은 다시 출발했고, "물품을 배달하고 있어요. 조심히 배달할게요"라는 익숙한 안내 음성과 함께 내가 지정한 수령 장소로 되돌아왔다. 로봇이 배달 수령 장소에 가까워지자, 휴대폰에 알림이 도착했다.

"로봇이 도착했어요. 음식을 받아주세요."

앱 화면의 '로봇 문 열기' 버튼을 누르자, 로봇의 덮개가 열렸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음료는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안쪽의 9개 음료를 꽂을 수 있는 컵홀더 덕분에 음료가 쏟아지지 않고 안전하게 배달될 수 있었다. 음료를 꺼내고 덮개를 닫자, "잠시 후 로봇이 출발합니다. 복귀를 시작합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들렸다. 로봇은 방향을 틀어 공원 내 전용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 배달 로봇 내부에 마련된 컵홀더 9구의 스펀지 컵홀더 덕분에 음료를 안전하게 배달 받을 수 있었다.
ⓒ 강민지
▲ 오목공원 한쪽에 마련된 배달 로봇 전용 주차장 자율배달 로봇 '개미'가 스스로 주차하는 모습이다.
ⓒ 강민지
또한 배달 로봇이 도입된 3개의 공원에는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재활용품 수거 및 순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배달 서비스와 동일하게 공원 안에 배치된 QR(큐알)코드를 통해 로봇을 호출해서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수거 서비스를, 오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지정된 순찰 경로를 따라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순찰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한다.
▲ 재활용품 수거 로봇에 마련된 분리수거 박스 플라스틱, 캔, 종이류로 구분되어 있다.
ⓒ 강민지
공원에서 만난 미래, 일상 속으로

배달 로봇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보니, 소비자로서 가장 크게 느낀 장점은 '최소 주문 금액이 없고, 배달비가 무료'라는 점이었다. 기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혼자 식사할 경우 정해진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하게 음식을 더 시켜야 하거나, 높은 배달비 때문에 주문을 망설였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로봇 배달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부담이 완전히 사라졌다. 필요한 메뉴만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측면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로봇의 이동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고, 방향 전환이나 장애물 인식 능력이 예상보다 정교했다. 횡단보도 신호를 스스로 인식하고 멈추는 모습을 보며, 기술적 안정성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문부터 수령까지 과정이 매우 간단했다.

로봇이 매장과 공원 사이를 오가는 동안, 배달 로봇을 목격한 시민들의 다양한 반응도 흥미로웠다. 평소 로봇을 보기 어려웠던 어르신들은 "이제는 배달도 얘(로봇)가 하는 거야? 세상 좋아졌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움직이는 로봇이 귀여운지 뒤를 쫓아오며 사진을 찍는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 로봇과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한다는 사실이, 더 이상 책에서만 소개되는 사례가 아님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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