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나만을 위한 휴가 이틀, 올해는 아들과 보냈습니다

정지현 2025. 11. 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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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는 아들과 떠난 제주 여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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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기자]

일 년 중 이틀은 늘 나만을 위한 쉼표로 기록한 지 팔 년이 되었다. 한 해만 빼고 매년 제주도를 찾았다. 누군가에게 제주는 여행지일 뿐이겠지만, 내게는 선물이자, 휴식 같은 곳이다. 매년 찾아서 특별할 것 같지 않지만 내가 여행하는 제주는 잠시 멈춰 숨 고르는 시간이고, 마음의 짐을 털어내는 치유의 시간이다.

단순한 여행과는 의미가 다르다. 한 해 동안 내가 내게 주는 수고했다는 포상이고, 감사함이다. 일 년간 전쟁터 같은 사회생활에서 잘 버텼다, 고생했다는 위로이자, 격려다. 또 달려갈 내년 한 해를 위한 잠깐 앉았다 갈 쉼표 같은 시간이다. 그냥 헐떡거리던 내게 시원한 물 한 잔, 따가운 햇빛을 가릴 그늘 그리고 잠시 숨 돌릴 여유를 주는 보석 같은 시간이다.

아내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이젠 일 년 중 빼놓을 수 없는 루틴이 되었다. 혼자 여행이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던 내게 제주 홀로 여행은 아내의 말 한 마디로 시작됐다.

"오빠, 혼자 여행 한번 다녀와 보는 건 어때? 오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 봐."

아내의 이 말 한 마디로 나 홀로 제주여행은 시작됐다. 그렇게 몇 년을 혼자 다니며 스스로도 많이 단단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을 혼자 다니다 아내와 함께 둘이 가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삼 년 전부터는 아내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단, 아내에게 제주 여행에는 조건이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제주여행은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여행도 내 제주여행이니 즐기면 돼. 힘들면 그냥 쉬면 되고, 배고프면 맛집 아니라도 그냥 가까운 식당에서 먹으면 그만이고.'

단순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여행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내 말의 의미를 아내는 잘 이해했고, 오히려 이런 여행을 함께 즐겼다. 그래서 당연히 올해도 제주 여행의 동반자로 생각했고, 여름이 다가올 즈음 아내에게 동행 의사를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딸이 고3이라서 올해 자신은 함께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10월에 전역하는 아들과 함께 가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김포를 떠나 제주로 향했다.

이틀간 제주 여행의 계획은 평소 제주여행과는 달랐다. 첫날은 내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제주를, 이튿날은 아들이 아빠와 하고 싶은 제주여행을 준비했다. 말 그대로 일일 차는 나의 제주여행에 아들이 동행했고, 이일 차는 아들이 계획한 여행에 내가 동승했다.
▲ 용눈이오름에서 아들의 뒷모습 용눈이오름에서 사진찍고 있는 아들의 뒷모습
ⓒ 정지현
나의 제주여행은 올레길을 빼면 팥 없는 찐빵이나 진배없다. 그래서 아들과의 첫 여행지는 올레길 7코스였다. 사실 마라도 배편을 예약했었지만 날씨(풍랑주의보) 탓에 여행 출발 전날 배편이 모두 취소됐다. 덕분에 아침부터 올레길을 아들과 걸었다. 싫어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걱정이 앞섰다.

"와-, 정말 멋지다. 아빠!"

하지만 아들이 감탄 섞인 말과 표정이 내 걱정을 날려버리기 충분했다. 그 뒤로 난 특별히 아들 눈치 없이 내가 생각했던 제주여행을 아들과 만끽했다. 올레길 걷기, 환상자전거길 자전거 타기, 점심 먹으며 함께 막걸리 한 잔, 성산일출봉 등반, 저녁에 아들과 소주 한 잔까지... 잊지 못할 첫날을 보냈다.

이튿날은 아들이 준비한 계획대로 용눈이오름, 해변 산책, 뷰 좋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 드라이브까지... 조수석에 앉아서 운전하는 아들을 보며 남들이 자식 보면 든든하다는 얘길 왜 하는지 알 듯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편, 이틀간의 여행 일정이 피곤했는지 반듯이 선 불편한 좌석에서도 우린 숙면을 취했다. 집에 오니 어느새 오후 11시가 다 되어갔다. 당장 피곤한 몸 때문에 내일 출근이 걱정되지만 이틀간의 여행 얘기로 잘 시간을 조금 미뤘다. 이틀간의 특별한 여행으로 나도, 아들도 둘만의 끈끈함이 뭔가 더 생긴 기분이다. 앞으로도 둘이서만 여행 갈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점점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그래도 가자고 하면 거절할 아들은 아니지만.

여행,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여행을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서도 또 다른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 모든 일에 처음이 중요하듯이 이번 아들과의 첫 여행은 내게도 중요했던 또 한 번의 쉼표 같은 여행이었다.

"아들- 이번 제주도 여행 아빠하고 단 둘이 가는 거 알고 있는 친구 있니?"
"응, 당연히 있지. 다들 엄청 부러워해."

아들의 말에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왠지 함께 여행해서 좋았다는 아들의 고마움 같아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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