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걸린 대장동 1심 판결 '뇌관' [장세정의 시시각각]

장세정 2025. 11. 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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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핵 추진 잠수함' 깜짝 승인 등으로 국내외 이목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에 쏠려 있던 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4시 무렵. 대장동 비리 의혹 관련 피고인 중 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 등 5명에게 배임 등 혐의로 중형이 선고되고 법정 구속됐다는 소식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서 발신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장동 비리 의혹이 사법부에 의해 처음 단죄되는 순간이었다.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지난 2022년 11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 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여야는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최종 결정권자'인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당장 재개해야 한다"고 논평했고, 민주당은 "검찰은 이제라도 이 대통령에 대해 즉각 공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치 진영에 따라 판결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과 극으로 갈리니 자칫 '조국 일가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나라가 두 쪽 났던 악몽이 되살아날까 걱정스럽다.

■

「 최초 제보자 등 "재판 지연" 우려
1심 판결 이후 갈등 증폭 가능성
정치 입장 달라도 법치는 세워야
」

어느 쪽이든 불복해 항소하면 재판은 2심으로 간다. 1심 판결이 나오는 데 꼬박 4년이 걸린 대장동 재판이 2심 선고까지 또 얼마나 걸릴지 아득하다. 2심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다가 3심 확정판결도 받아보자며 대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이 '4심제'(재판소원제도)를 도입할 경우, 대장동 재판은 종착역을 가늠하기 힘들다.

지난 4월 22일 당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치적 뇌관'이 될 수도 있는 1심 판결에 대한 찬반과는 별도로 민사재판도 아닌 형사재판에 4년씩이나 걸린 것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다.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대표기자가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보도에서 대장동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이 2021년 8월 31일이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말기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당내 경선이 한창인 시점에 대장동 태풍이 몰아쳤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오수 검찰총장 체제에서 수사를 진행해 그해 10월 21일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필두로 비리 혐의자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다.
형사사건 베테랑 판사들이 주로 맡는다는 서울지법 형사합의부에서 대장동 사건 재판장은 지난 4년 동안 김동현→이진관→조형우로 교체됐다. 2023년 9월엔 김명수에서 조희대로 대법원장이 바뀌었고, 법관 정기인사와 코로나19 감염 등 돌발 변수도 있었지만, 일부 피고인들의 의도적 재판 지연 논란도 있었다.

2021년 8월 대장동 비리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기자.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3일에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발동하는 바람에 국회에서 탄핵소추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면서 대장동 재판에 급변침 상황이 발생했다. 6·3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자 지난 6월 24일 서울중앙지법은 헌법 84조(현직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를 적용해 대장동 등 비리 의혹 사건의 공판 기일을 추후 지정했다. 재판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에 1심 재판에서 심리를 마무리하지 못한 이재명·정진상 피고인에겐 이번에 유무죄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1심 판결 이후 전화로 연결된 박종명 대표기자는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무려 4년이나 걸렸다"면서 "여당이 4심제를 도입해 재판을 질질 끌고 배임죄를 폐지해 진실을 아예 덮으려 할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대장동 의혹의 최초 제보자라고 2023년 12월 커밍아웃한 남평오 전 총리실 민정실장은 "법조인 등이 연루된 '50억 클럽'에서 보듯 사회·정치·경제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 대장동 부패 카르텔의 진실은 아직 절반도 드러나지 않았다. 4년이나 걸린 1심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사법부가 권력 향배와 정치적 유행을 따르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판결에 대한 정치적 입장은 다를 수 있겠지만, 법치를 세우자는 목소리엔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2020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그해 3월에 퇴임한 조희대 전 대법관(왼쪽)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내세워 대법원을 압박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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