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의 이코노믹스] 제조업 쇠퇴 뚜렷, ‘반도체 착시’ 걷고 구조조정 서둘러야

2025. 11. 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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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아웃’에 진입한 한국 제조업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지난 60여 년 한국 경제의 개발과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제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관세 압박, 대내적으로는 양극화에 의한 경쟁력과 수익성 악화로 제조업은 총체적으로 2022년을 정점으로 후퇴 국면(pick out·피크 아웃)에 진입했다.

국민소득계정으로 보면 제조업 전체 생산액은 2022년보다 2024년 5.8% 성장했지만 업종별로는 운송장비제품(자동차 업종)과 컴퓨터·전자제품(주로 반도체)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의 생산액은 감소했다.

「 한국 경제 성장 견인차 제조업
경쟁력·수익성 악화로 비상등

업체 수 급감, 국내 고용 줄고
기업 해외 현지 생산 확대 가속

경제 효율성·생산성 제고 위해
제조업 구조 개혁 실기 말아야

김주원 기자

제조업생산 출하 지수는 지난 7월 기준으로 10년 전인 2015년 대비 2025년 5.3% 증가했다. 그러나 반도체 및 부품을 제외하면 동 지수는 4.2% 감소했다. 이 지표는 제조업 생산 지표에 있어 반도체 착시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반도체·자동차·제약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업은 이미 쇠퇴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전국사업체조사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체 수는 2022년 58만6000개를 정점으로 2024년 50만4000개를 기록, 2년간 무려 14% 감소했다. 특히 2022년 대비 2023년에 5인 이상 제조업체는 1886개 늘어난 반면 종사자 5인 이하의 영세 제조업체는 무려 5만1000개가 감소했다. 이 통계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최소한 사업체 수로는 정점을 지나 쇠퇴로 전환했음(소위 ‘피크 아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제조업의 설비투자 총액은 2020년 대비 60.7% 증가했다. 하지만 설비투자액 증가액의 48%를 반도체를 비롯한 고위기술 제조업이 차지했다. 반면 중저위기술 제조업과 저위기술 제조업의 투자 증가는 미미했다. 특히 연구개발비 규모는 41% 감소했지만 설비의 유지·보수를 위한 투자가 380% 증가해 전반적으로 제조업의 역동성 약화 양상이 나타났다.

제조업체의 수적 감소는 곧 취업자 감소를 수반했다. 취업자 수(9월 기준)는 2022년을 정점으로 2025년 4% 줄었고, 14개월 연속 감소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 감소는 대부분 300인 미만 제조업체에서 발생했다.

수출 지역·품목 쏠림 현상 심화

김영옥 기자

제조업 양극화도 현저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2015년 대비 2025년 대기업 생산지수는 19%, 출하지수는 9.3% 증가했지만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7.3%, 출하지수는 6.7% 각각 감소했다. 따라서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 가는 다수 업종과 영세기업에서 사업체와 고용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산업 생태계의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국가데이터처)에서 수입 점유율은 2020년의 25.5%에서 2025년(7월 기준) 30.2%로 높아졌으며, 같은 기간 특히 중간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8%에서 31.7%로 높아졌다. 제조업의 중간재 공급에서 중국 비중이 커진 이유는 중국의 기술 굴기로 중국산 중간재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국산 중간재 공급이 지속적으로 축소된 결과로 해석된다. 즉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와 공급 역량 감소로 중간재 공급에서 중국산 제품의 수입 점유율이 지난 5년간 거의 5%포인트 높아졌다.

김주원 기자

특히 중국의 중간재 공급 비중이 크게 높아진 이면에는 미국이 첨단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어렵게 하려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정책이 있다. 미국이 디커플링에 강하게 나설수록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 정책이 강화되고 그 결과 중국 중간재의 경쟁력이 높아지며 우리나라 중간재 시장을 압박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와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6.6%에서 2025년 1~9월 33%로 높아졌으며, 지역으로는 미국과 중국을 합한 비중이 2020년 25.8%에서 2025년 1~9월 36%로 크게 상승했다. 이러한 지역과 특정 품목 집중화 경향은 보호무역주의 증대와 지정학적 위험 증대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경제 흐름 속에 한국 경제의 거시경제적 리스크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커지는 국내 제조업 공동화 위험

김영옥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의 해외투자 법인 수는 2021년 587개에서 2024년 813개로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 598개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미국 판매량 대비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현재 43.5%에서 2030년 80%로 높이는 한편 미국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을 현재의 60%에서 80%로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국내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장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비롯한 대미 수출의 주력 품목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등도 같은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현지 생산 확대는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넓히기 위한 지속성장 전략 측면에서 현지생산 확대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미국의 제조업 공동화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기업의 생산 글로벌화 전략이 국가 차원에서는 산업 공동화를 가져오고 이에 따른 국내 생산 감소와 고용 악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동향은 글로벌 기업의 생산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생산 기지 등으로 선택받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이 날로 증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 양극화의 핵심 문제는 취약한 고용 구조에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로 따진 근로자의 68.5%인 263만명이 300인 미만 사업체에 근무하고 있어 양극화의 위협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그뿐 아니라 2024년 기준 30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전 산업)의 평균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평균 임금의 59%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61% 수준)과 비교해 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다.

2024년 국세청의 법인세 납부 실적에 따르면 소득 금액 상위 0.1% 법인(1058개)이 총 법인세의 59.3%, 상위 1% 법인(1만548개)이 81.8%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시 대상 기업 집단 매출액의 대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2020년 65%에서 2024년 78.8%로 높아졌으며, 특히 상위 5대 기업 집단 매출액의 대 GDP비율이 40.2%로 높아져 경제력 집중 현상은 지속해서 심화하고 있다.

급격히 늘어나는 제조업 좀비 기업
한국 경제는 현재 소위 ‘반도체 수퍼 사이클’로 들떠 있지만, 2027년쯤 다가올 다음 침체 국면의 충격은 제조업의 양극화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며, 대응 역량이 부족한 저생산성 기업과 종사자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업 생태계의 악화와 양극화 양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기술 변혁과 세계 무역 질서의 변화 등 시대적 대변혁으로 인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조업의 문제가 멀지 않아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멈추게 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감사를 받는 제조업체 중에서 영업수입으로 이자를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상태를 3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소위 ‘좀비 기업’의 수는 2022년 491개에서 2024년 575개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국은행 보고서(‘산업별 자원배분의 비효율성과 생산성’)가 지적했듯 좀비 기업을 비롯한 ‘저생산성-자원 과다 보유 기업’의 높은 비중은 우리 경제의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잠재성장률을 잠식하고 있다. 노동과 자본 등 생산 요소가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과다 배분돼 비효율적으로 쓰이며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제조업 피크 아웃에 선제적 대응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정부의 산업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산업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제조업의 구조개혁을 기피하는 이유는 두 정책 모두 재정 부담을 수반하지만 산업 정책은 지원 정책인 반면 구조개혁은 고통을 수반하는 만큼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구조개혁을 미룰수록 영세 제조업은 갈수록 증대하는 퇴출 압력에 더 큰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반도체 등 성장 산업을 지원하는 산업 정책과 더불어 영세 업체 등 경쟁력을 잃고 쇠퇴하는 부분에 대한 구조전환을 병행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반도체 호황의 착시에서 깨어나 GDP(2024년)의 29%, 수출의 44%를 차지하는 제조업 역동성의 후퇴 양상을 위험 신호로 여기고 이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경제 중심축인 제조업의 침체가 한국 경제의 피크 아웃을 가중하는 사태로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 정책 대응이 절실하며, AI 대전환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먼저 제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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