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비싼 빵, 두 번째로 비싼 쌀 먹는 韓…대안 제시 ‘이 남자’

기후변화와 빈번해지는 국지전은 익숙한 품종의 재배를 어렵게 만들고, 언제든 수입 농산물 가격을 흔들 수 있다. 10년 뒤에도 한국 농촌이 지금처럼 버틸 수 있을까. 남 소장은 불안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매경이코노미는 남 소장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 농업이 마주한 구조적 문제와 식량 안보 위기의 본질, 그리고 미래 성장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이 구조가 도농 간 소득 격차를 고착화시켰고, 이는 다시 고령화와 세대교체 실패라는 현재의 상징적인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구조적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오랫동안 위험하거나 피해야 할 주제로 여겨졌지요.”
도서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사진=김영사 출판사)’는 1990년대부터 농가 규모화 사업이 시도됐지만, ‘규모화’ 주장은 “대기업이 농사를 짓자는 말이냐”는 식의 이념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정책은 소농을 농업 중심에 놓고 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지원에 집중됐다.
문제는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농가 소득이 오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생산성이 향상돼도 공급 증가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억제되는 ‘코크런의 트레드밀(Cochran’s Treadmill)’ 현상이 나타났고, 자유무역이 대세가 되면서 값싼 수입 농산물이 국내 가격 상승을 막았다. 결국 농가 수가 자연스럽게 줄고 경영 면적이 넓어지는 ‘구조 개혁’을 통해 첨단기술농업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구조 개혁을 생략한 채 첨단기술(스마트팜)에만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남 소장은 “구조가 바뀌지 않으니 기술이 뿌리내리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기후 변화가 단순히 작황 부진을 넘어 우리 밥상 물가와 가계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상 재해로 생산 차질이 커지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결국 농산물 생산비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저소득층에 특히 치명적이다. 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 즉 엥겔지수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 지표를 보면, 하위 20% 가구(1분위)는 가처분소득 대비 식비 및 외식비 비중이 40%에 달한다. 식품 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이들은 먹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사회적 안전망 관점에서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을 보장하는 대책이 시급하다”며 “현재 시범 시행 중인 농식품바우처 제도를 조속히 확대하고 대상을 넓히는 조치가 필요하고, 시민사회 역시 취약계층이 식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농업의 고질적 문제인 ‘영세한 소농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남 소장은 ‘규모화’와 ‘집적화’를 제시했다. “크게 짓고, 함께 모아 짓자. 구조가 바뀌어야 기술이 들어오고, 기술이 들어와야 미래가 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그는 이제 농업 정책의 제1목표를 ‘규모화’에 맞추고, 이것과 배치되는 기존 정책은 전반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농지중간관리기구(가칭)’를 설치해 전업농에게 농지를 몰아주고 규모화와 집적화를 이룰 수 있도록 획기적인 농지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농가 수’를 늘리는 정책에서 ‘농업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으로 목표 전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에 대해서도 그는 “1950년대 농지개혁 때 도입된 개념으로 당시에는 절대적으로 옳았지만, 한국, 일본, 대만 등 일부 국가에만 특이하게 적용된 측면도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는 유연한 해석과 적용을 주문했다. 소유권이 아닌 ‘경작권’ 중심으로 농지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촌 고령화는 매우 심각합니다. 65세 이상 농장주 비중이 이미 70%에 이르렀고, 10년 후면 농지의 80% 이상이 도시인 소유가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자유전’ 원칙을 문자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사실상 농사를 짓지 말자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그가 제안하는 모델은 토지주는 배당을 받되 농지 이용에는 관여하지 못하고, 대신 ‘농지중간관리기구’가 농지 이용을 총괄 관리하는 방식이다. 농지를 한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농장 경영은 하나의 경영체가 규모 있게 담당하며, 청년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구상이다.

“이것은 ‘가능한가’의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찾아야 하는 전략적 당위의 문제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높은 제조업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첨단농업기술을 실용화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입니다.”
그는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첨단농업기술을 실증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개발도상국들의 농업기술 혁신을 이끄는 ‘윈-윈’ 모델을 제시했다. 한국의 산업 기술을 농업 분야에 잘 적용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개도국과 공유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업은 ‘성장하는 산업’입니다. 한국의 거대한 농산물 시장을 지렛대로 삼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이 이 일을 해내야 합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미국, 브라질 등에서 옥수수 공급이 과잉인 상황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플랜트 기술과 정밀 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옥수수를 활용해 고기능성 바이오 소재, 바이오에탄올, 지속가능항공유(SAF) 같은 미래 산업을 육성할 수 있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건조증류곡물(DDGS)은 축산 사료로 활용됩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자동차 연료에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 등 에너지, 농업, 바이오 산업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종자 산업에 대해서도 그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정부가 ‘영세농 부담’을 이유로 종자를 개발해 무상으로 보급하니, 민간 종자 시장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 로열티를 주더라도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해외의 우수 품종도 적극 도입해야 합니다. 시장이 커지면 우리 종자 기업은 얼마든지 경쟁 제품을 개발할 능력이 있습니다.”

“대부분 국민이 한국 농업의 심각한 상황을 잘 모르고, 농업을 ‘농민의 산업’으로만 한정해 생각합니다. 이제는 ‘글로벌 식량 공급망’과 ‘식량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농업을 바라봐야 합니다. 농업은 더 이상 국경 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닙니다. 식량은 전 세계가 연결된 단일 생태계 안에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사실을 국가적 공통 인식으로 삼는 것이, 앞으로의 논의를 시작하는 첫걸음입니다.”
치솟는 물가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토론에 동참해야 할 때다. 남재작 소장의 제언은 한국 농업이 가야 할 길을 비추는 등대이자,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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