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3일의 기다림' 안양 주장은 결코 잊지 않는다: 만안교 세리머니란 무엇인가 [케현장]

김희준 기자 2025. 11. 2.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창용(FC안양).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안양] 김희준 기자= 때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FC, 울산현대(현 울산HD), 성남FC 등에서 K리그1을 경험한 센터백 이창용은 K리그2에서 승격을 노리던 FC안양으로 이적했다. 당시 이창용은 "새로운 곳에서 배우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안양에 왔다. 팀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안다. 안양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창용은 안양 입단 사진을 만안교에서 찍었다. 만안교는 안양 9경 중 하나로, 조선 정조대왕이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역인 현륭원(융릉)을 참배하기 위해 가던 길에 만든 다리다. 처음에는 행차할 때만 임시로 다리를 만들었으나 평상시 백성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석조 다리로 증축했다. FC안양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이기도 한데, 안양 엠블럼 하단에 있는 다리가 바로 만안교다. 안양에서 이후 이창용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만안교에서 입단 사진을 촬영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창용(FC안양). FC안양 제공

만안교에서 사진을 찍은 이후 이창용은 자신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만안교 세리머니'로 정했다. 엠블럼 바로 아래쪽에 오른팔을 가로로 갖다대고, 검지와 중지만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접어서 다리와 같은 형상을 만드는 셀레브레이션이다. 이적 첫해였던 2022시즌에는 김포FC전과 전남드래곤즈전에 득점하며 안양 팬들 앞에서 만안교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창용은 2023시즌 8월부터 안양의 주장이 됐고, 2024시즌에는 안양의 리그 최소 실점(36실점)을 이끌며 팀을 11년 만에 K리그1으로 이끌었다.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안양의 주장으로서 안양이 K리그1에 남을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안양은 파이널A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43실점으로 리그 최소 실점 6위에 오르는 등 시즌 내내 탄탄한 조직력으로 잔류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그간 만안교 세리머니를 팬들에게 선보일 기회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득점을 한 시점에서 울산전까지 1,153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창용은 K리그1에 오른 이번 시즌 반드시 팬들에게 만안교 세리머니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본분이 수비인 센터백이어서 그 기회가 쉽사리 찾아오지는 않았다.


이창용(왼쪽, FC안양), 조현우(오른쪽, 울산HD). 서형권 기자

이창용은 이번 경기 마침내 득점에 성공했다. 안양이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울산과 맞붙은 경기였다. 1-1로 맞서던 후반 11분 코너킥 이후 상황에서 마테우스가 멀리서 보낸 패스를 왼발 원 터치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수비를 순간 돌아나가는 움직임이 좋았고, 공은 오른쪽 골문 상단으로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빨려들어갔다. 이창용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뒤 팬들에게 가라는 모따의 몸짓을 따라 안양 응원석 앞에서 만안교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포효했다.


이창용은 경기 후 수훈선수 기자회견에서 행복에 젖은 표정으로 K리그1에서 만안교 세리머니를 팬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K리그2에서는 골을 넣었는데 작년에는 득점이 없었다. 올해 K리그1에서 만안교 세리머니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오늘이 그날이 돼서 오늘을 특별하게 생각할 것 같다"라며 "골을 넣다는 것만 생각난다. 끝나고 영상을 보니 내가 봐도 잘 넣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울산 소속이었지만 세리머니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도 언급했다.


이창용(FC안양).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창용은 만안교 세리머니 이후 김정현의 유니폼을 들어올리는 셀레브레이션도 펼쳤다. 김정현은 이번 시즌 터프한 수비와 안정적인 패스로 공수 양면에 힘을 불어넣는 선수인데, 지난달 5일 강원FC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유병훈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시즌 내 복귀가 쉽지 않다. 이창용이 김정현의 유니폼을 들어올린 건 팀에 헌신한 김정현을 응원하기 위함이었다.


이창용의 이 세리머니 또한 이전의 은혜를 잊지 않았기에 나온 것이었다. 김정현은 지난해 10월 충북청주FC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당시 부상으로 빠져있던 이창용을 위해 대신 만안교 세리머니를 펼쳤고, 승리 기념 사진에서는 만안교 세리머니와 함께 이창용의 등번호 4번을 손가락으로 만들어보였다.


관련해 이창용은 "작년에 부상당했을 때 김정현 선수가 내 세리머니를 했다. 이번에는 내가 김정현 선수에게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라며 득점과 세리머니를 돌아봤다.


김정현(FC안양).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창용은 안양에서 K리그1 승격을 이뤄냈고, 잔류에도 가까이 다가섰다. K리그1 득점으로 팬들에게 만안교 세리머니도 펼쳤다. 이창용은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아우르며 리더십을 인정받는다. 유 감독도 이창용은 감독이 미처 굽어보지 못하는 곳까지 세세하게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며 "안양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이창용에게 있다. 팀을 하나로 모으는 데 필요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창용은 남은 선수 생활 목표를 안양이 최대한 오래 K리그1에 잔류하는 걸로 잡았다. 변함없이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팬들을 결코 잊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용은 "개인적인 목표는 잘 모르겠지만, 안양의 멋있는 팬들이 K리그1에 오래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때 주연이 될지 조연이 될지, 안양에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팬들이 K리그1에 최대한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라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FC안양 제공,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