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음료 대체당, 원래는 '살충제'였다 [맛있는 이야기]

임주형 2025. 11. 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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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기업 연구원이 우연히 발견한 대체당
설탕 수백배 단맛 내는 인공 감미료로 발전

제로 음료, 제로 아이스크림 등 저열량 가공식품 열풍은 '대체당' 덕분에 가능했다. 대체당은 설탕처럼 단맛을 내지만 열량은 거의 없는 화학 성분이다. 다만 대체당이 식품 업계에 널리 보급된 계기는 사실 해프닝에 가까웠다. 대체당은 원래 살충제를 개발하던 중 실수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연구원의 실수로 발견된 대체당, 수크랄로스

지금은 수많은 대체당이 난립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대체당을 널리 알린 브랜드는 1999년부터 판매된 '스플렌다'로, 설탕 기반 화학성분인 수크랄로스로 제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스플렌다는 21세기 초 대체당 시장에서 60%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다이어트 콜라 등 초기 제로 음료수의 감미료로 쓰였다.

설탕이 아니지만, 당분처럼 단맛을 내는 대체당.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게티 이미지

스플렌다의 개발사는 영국 회사인 테이트 앤 라일이다. 1850년대부터 영업한 유서 깊은 설탕 정제 기업으로, 한때는 대영제국의 각설탕 조제법을 독점하던 회사였다. 1970년대 들어 테이트 앤 라일은 런던 대학교 퀸 엘리자베스 칼리지의 한 화학 연구소와 손잡고 설탕을 활용한 다양한 발명품을 개발했는데, 해당 연구소에서 만들어낸 화학 성분 중 하나가 수크랄로스였다.

런던대와 테이트 앤 라일 과학자들은 원래 수크랄로스로 살충제를 만들 계획이었다. 실제 수크랄로스를 비롯한 인공 감미료가 바퀴벌레 등 일부 해충에 살충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1976년 우연한 사고로 수크랄로스의 진짜 잠재력이 발견됐다.

당시 연구소에서 대학원생으로 일했던 샤시칸트 파드니스는 지도 교수로부터 수크랄로스를 "테스트(Test)"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파드니스는 테스트라는 단어를 "맛보라(Taste·테이스트)"로 잘못 알아들었고, 실험용 수크랄로스를 집어 먹었다. 수크랄로스가 매우 강력한 단맛을 내는 감미료였음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후 테이트 앤 라일은 거듭된 연구 끝에 수크랄로스의 대량 양산법을 찾아냈으며, 가루형 감미료 제품인 스플렌다를 만들어냈다.

스플렌다는 아스파탐의 3배, 사카린의 2배, 일반 설탕의 600배 단맛을 내는 감미료였으며, 소량만으로도 설탕을 대체할 수 있었다. 스플렌다는 금세 미국, 영국 식당과 가정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설탕 기업 구원투수 된 대체당 사업
1878년부터 영업 중인 테이트 앤 라일의 영국 런던 정제 공장. ASR 그룹 홈페이지

스플렌다는 선진국 시민들의 설탕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21세기 들어 테이트 앤 라일의 구원투수가 됐다. 이제 테이트 앤 라일은 세계 최대의 감미료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공개된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테이트 앤 라일은 미국·네덜란드 등에서 옥수수나 사탕수수를 정제해 설탕 원료를 만든 뒤, 이를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등 대체당으로 재가공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간 16억파운드(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약 2억2600만파운드(약 432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체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과잉 섭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국제보건기구(WHO)는 2023년 5월 "무설탕 인공 감미료를 체중 조절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밝힌 바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감미료의 직접적인 위험성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대신 "성인, 소아의 체지방 감소에 장기적인 이점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인공 감미료는 필수 식단이 아니고 영양가도 없으며, 건강을 증진하려면 어릴 때부터 식단의 단맛을 완전히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체당 제조업체들은 더욱 강력한 단맛을 가진 성분을 개발해 남용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사카린 등 과거에 개발된 대체당은 일반 설탕 대비 100~600배가량의 단맛을 냈지만, 개량을 거친 알리탐, 네오탐 등 최신 대체당들은 설탕 대비 2000~8000배의 단맛을 내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대체당은 극소량만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다. 섭취량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여 잠재적 부작용 위험을 억제하는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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