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파생상품 PRS, 자본이냐 부채냐

기업 입장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당장 운전자금 등 필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유상증자 통로가 좁아지며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PRS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기업이 PRS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회계상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주식을 팔지 않고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기업이 자회사 주식 100만주(시가 1000억원)를 담보로 증권사와 PRS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기업은 증권사로부터 현금 1000억원을 받고 일정 기간 후 주가 변동분을 정산하기로 합니다. 이 경우 표면적으로는 자본 거래처럼 보입니다. 주식을 넘겼고 의결권과 배당권도 증권사에 넘어갔기 때문에 마치 ‘주식을 매각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들어온 1000억원은 자본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했을 때입니다. 만약 자회사 주가가 800억원으로 떨어진다면, 기업은 증권사에 200억원을 다시 지급해야 합니다. 즉, 미래에 돈을 갚아야 하는 의무가 남아 있습니다. 더구나 계약 조건에 따라 재매입 의무(콜옵션)나 손실 보전 약정이 붙어 있는 경우, 이는 사실상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듯 속을 들여다보면 빚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회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잡아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입니다.
둘째, PRS는 형식상 자본처럼 보이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만기 때 기업이 증권사에 현금을 추가 지급해야 합니다. 재무제표상으로는 갑자기 손익계산서에 대규모 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락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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