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파생상품 PRS, 자본이냐 부채냐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5. 10. 31.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코미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최근 자본 시장에서 이름도 생소한 주가수익스와프(PRS)가 기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물론 LG화학도 PRS로 자금 조달을 추진했습니다. PRS는 넓게 보면 얼마 전 우리 규제당국이 철퇴를 놨던 총수익스와프(TRS)라는 파생금융상품의 한 종류이기도 합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가격 변동만 서로 교환(스와프)하는 계약으로 보면 됩니다. 이렇게 풀어도 기업들이 왜 앞다퉈 PRS 발행에 뛰어드는지,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없는지 등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 많습니다. ‘매코미’가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PRS를 쉽게 설명해주세요.
- 참여자 A는 주가 변동(수익 혹은 손실)을 얻는 쪽입니다. 참여자 B는 A에게 주가 변동분을 지급하고 대신, 고정 이자율(또는 변동 이자율)을 받습니다. 즉, A는 직접 주식을 사지 않고도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B는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정해진 이자를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으로 1년 PRS 계약(기준가격 10만원·계약금액 100억원)을 맺었다고 가정하면 이렇습니다. 계약 만기 시 삼성전자 주가가 12만원(20% 상승)으로 올랐다면, A는 20억원(주가 상승분)을 B에게서 받습니다. 대신 A는 계약 기간 동안 고정금리 5억원을 B에게 지급합니다. 반대로, 주가가 8만원(20% 하락)으로 떨어지면 A는 20억원을 B에게 지급합니다. 대신 A는 이자 5억원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PRS는 ‘주식을 실제로 사지 않고도 주가가 오르고 내린 만큼 수익이나 손실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계약’입니다.
2. PRS로 자금 조달에 나선 기업은 어디가 있나요.
- 올해 기업들이 공모 시장에서 PRS 방식으로 조달한 자금 규모만 7조원을 웃돌 전망입니다. SK이노베이션(2조원), 롯데케미칼(6500억원), 한화솔루션(5000억원), 효성화학(3965억원) 등은 이미 PRS로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에코프로(8000억원)와 LG화학(2조원)도 PRS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3. 기업들이 왜 PRS로 자금 조달에 나서나요.
-최근 주요 기업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PR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배경에는 금융당국 규제 강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올 2월부터 금융감독원은 유상증자 심사를 한층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자본 확충을 막고 기존 주주 권익이 훼손되는 일을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당장 운전자금 등 필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유상증자 통로가 좁아지며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PRS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기업이 PRS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회계상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주식을 팔지 않고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는 것입니다.

4. PRS가 자본인지 부채인지 알쏭달쏭합니다.
- PRS를 회계상 자본으로 볼지 부채로 볼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기업이 자회사 주식 100만주(시가 1000억원)를 담보로 증권사와 PRS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기업은 증권사로부터 현금 1000억원을 받고 일정 기간 후 주가 변동분을 정산하기로 합니다. 이 경우 표면적으로는 자본 거래처럼 보입니다. 주식을 넘겼고 의결권과 배당권도 증권사에 넘어갔기 때문에 마치 ‘주식을 매각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들어온 1000억원은 자본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했을 때입니다. 만약 자회사 주가가 800억원으로 떨어진다면, 기업은 증권사에 200억원을 다시 지급해야 합니다. 즉, 미래에 돈을 갚아야 하는 의무가 남아 있습니다. 더구나 계약 조건에 따라 재매입 의무(콜옵션)나 손실 보전 약정이 붙어 있는 경우, 이는 사실상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듯 속을 들여다보면 빚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회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잡아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입니다.

5. 금융당국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요.
- 이 문제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그동안 업계 의견을 수렴하며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다만, 최근 금융위원장 교체 등 굵직한 현안이 이어져 논의가 잠정 중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논의를 재개할 여건이 마련된 상황입니다. 결론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PRS가 단순한 증권 거래가 아니라 복잡한 계약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런 쟁점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결론이 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6. 투자자들은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요.
- 첫째, 기업 재무제표를 그대로 신뢰하기보다 PRS 활용 여부를 따로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는 PRS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자본’으로 잡히기 때문에 기업 부채비율은 낮게, 자기자본비율은 높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금융당국이 이를 ‘부채’로 재분류한다면 부채비율은 다시 치솟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믿었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PRS는 형식상 자본처럼 보이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만기 때 기업이 증권사에 현금을 추가 지급해야 합니다. 재무제표상으로는 갑자기 손익계산서에 대규모 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락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