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망가지는 건 순식간"... 거대한 다리에 갇힌 섬
[진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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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 죽도 섬 위로 가로지른 거대한 다리. 자연의 규모를 압도하며 섬의 고요함을 삼켜버린 풍경(2025/10/29) |
| ⓒ 진재중 |
"이제는 섬이 아니라, 전시장 같아요."
죽도 입구에 선 한 관광객의 말처럼, 섬의 풍경은 더 이상 자연의 것이 아니다.
강원도 동해안의 대표적인 무인도 죽도! 그 이름처럼 대나무와 암반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다양한 식생이 자생하고, 바닷속에는 해조류와 어패류가 풍성하게 터전을 이루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 그 섬은 거대한 구조물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다.
2025년 10월 29일, 눈앞에 보이는 섬은 거대한 다리 아래 가려져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섬이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있는 듯했다.
섬을 향한 '편의'의 이름으로
섬을 연결하는 수백 미터 길이의 다리가 2025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관광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세워졌지만, 콘크리트 기둥과 철제 난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이 섬의 규모를 압도하며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섬을 찾은 김광진(62세)씨는 "이런 섬이라면 멀리서 바라보는 게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다른 관광객 이준호(70세)씨는 다리 아래를 바라보며 "자연을 보러 왔는데, 철근과 시멘트를 보고 가네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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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리 난간 너머로 섬을 바라보는 방문객들 개발로 변해가는 섬의 모습을 염려 어린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고 있다.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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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중네이비공원, 섬과 다리중간에 놓이는 시설물 |
| ⓒ 진재중 |
섬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다며 설치된 각종 시설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있다. 섬의 고유한 생태와 지형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암반 위에 세워진 의자와 데크는 관광객에게는 잠시의 쉼터가 되지만, 섬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인공 구조물이 늘어날수록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의 균형은 무너지고 섬 고유의 생태계는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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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반 위에 설치된 목재 데크 자연 암반을 덮은 인공 구조물이 섬의 생태를 위협하고 있다.(2025/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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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2018년 강원도 고성 죽도와 제주 서귀포 문섬을 국내 최초 '해중경관지구'로 지정했다. 이는 아름다운 해저 경관과 생태계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지정 취지와 달리 현재는 생태계 보전과는 거리가 있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죽도 인근은 멸종위기 해양보호생물인 삼나무말이 서식하는 중요한 해역이다.
도시계획 및 환경분야 전문가인 이강우 박사는 죽도의 개발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무인도는 단순히 사람이 가지 않은 공간이 아니라, 생태계의 복원력과 다양성이 살아 있는 보고입니다. 그런 곳을 인간의 '접근 편의'를 위해 훼손하는 건,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 자산을 버리는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그는 특히 강원도 동해안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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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도의 대나무숲과 다양한 식생대 섬의 생태적 풍요로움이 그대로 살아 있는 자연의 모습. |
| ⓒ 진재중 |
29일 오후 드론으로 내려다 본 죽도는 가을 햇살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평화가 아니라 침묵이었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파도 너머로, 다리의 그림자가 길게 섬을 덮고 있었다. 섬은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어떤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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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송지호와 송지호 해변이 아련하게 펼쳐져 있다. |
| ⓒ 진재중 |
죽도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지역 개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발과 자연 보전 사이의 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섬은 인간의 이용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마지막 쉼터라는 점에서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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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 삼포해변에서 바라본 죽도 거대한 다리 아래로 섬의 실루엣이 드러나며, 개발의 그늘 속에서도 여전히 해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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