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상대로 증명할 기회' 지금 가장 뜨거운 라리가의 전술 혁신가 이야기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FC 바르셀로나에서 실패했던 지도자, 리오넬 메시와 불화설을 겪었던 젊은 코치가 지금 스페인 라리가에 새로운 전술 혁신을 일으키는 감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저명한 스페인 축구 해설가이자 영국 BBC 칼럼니스트 기옘 발라게는 31일 기고한 장문의 칼럼에서, "에데르 사라비아가 자신을 의심했던 이들에게 증명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바르셀로나의 '논란 많은 조력자'로 기억되던 사라비아는 지금 엘체 CF 감독으로 라리가에 복귀해, 놀라운 전술 혁신으로 스페인 축구계를 다시 주목시키고 있다.
■ 2년 만의 라리가 복귀, '생존이 아닌 성장'의 팀
엘체는 지난 6월, 데포르티보 라코루냐를 4-0으로 완파하며 라리가 자동 승격을 확정했다. 발라게는 "엘체는 인구 20만 명이 넘는 발렌시아 지방 제3의 도시이자 스페인 20대 대도시 중 하나로, 결코 약체로 분류될 팀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엘체와 오비에도가 곧 강등될 것"이라 전망했자. 하지만 올시즌 10경기를 치른 현재 엘체는 3승 5무 2패, 리그 8위로 그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지금 엘체의 성공을 이끄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감독 에데르 사라비아(43세) 다. 그는 이번 주말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자신의 옛 클럽을 상대로 복귀전을 치른다.
발라게는 "그날은 사라비아에게 매우 감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그가 2020년 키케 세티엔 감독의 수석코치로 7개월간 머물렀던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는 첫 무대"라고 소개했다.

■ "축구선수의 꿈은 실패했지만, 지도자의 길에서 행복을 찾았다"
에데르 사라비아는 축구명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마누 사라비아는 1980년대 초반 아틀레틱 빌바오의 전설적 공격수로, 1983–1984시즌 라리가·코파 델레이 더블 우승을 달성한 주역이었다.
하지만 아들 에데르는 부친처럼 성공적인 선수 커리어를 밟지 못했다. 그는 3부리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한 무명선수로, 24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선수 은퇴를 결심했다.
"어릴 때는 나도 프로 선수가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길은 아니었죠. 대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진짜 즐거움을 느꼈어요. 지도자로 살아가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꿈을 이루지 못한 상처'를 받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아들은 새로운 길을 찾았다. 어머니는 그에게 "체육보다는 공학을 공부하라"고 권유했고, 사라비아는 엔지니어링 학위를 취득했다.
사라비아는 빌바오의 한 슈퍼마켓에서 진열 담당으로 일하다가 과일 코너 책임자까지 맡으며 생계를 꾸렸다.
"그 시절은 내게 인생을 가르쳐준 시간입니다. 모든 것에는 값이 있고,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걸 배웠죠."
■ 키케 세티엔과의 운명적 만남, '두 명의 축구 아버지'
사라비아의 지도자 경력은 2011년 비야레알 유스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준 두 사람을 만난다. 바로 아버지 마누, 그리고 키케 세티엔 감독이다.
"내게는 두 명의 축구 아버지가 있습니다. 친아버지 마누, 그리고 세티엔 감독이죠."
세티엔은 사라비아 부친과 선수 시절 로그로녜스에서 함께 뛰었던 절친이었다. 사라비아는 비야레알 시절 세티엔(당시 루고 감독)에게 전술 아이디어를 보내며 의견을 교환했고, 세티엔은 그의 지도 철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결국 2015년, 세티엔이 라스 팔마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34세의 사라비아를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이후 두 사람은 베티스(2017) 와 바르셀로나(2020) 까지 동행했다.

■ 바르셀로나에서의 '시련과 배움' 그리고 메시와의 진실
사라비아의 이름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리오넬 메시와의 '불화설' 때문이다. 2020년 바르셀로나 벤치에서, 경기 중 그가 지시를 내리자 메시가 이를 무시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고, 이 사건은 '드레싱룸 내 분열'로 확대됐다.
하지만 사라비아는 BBC 인터뷰에서 그 시절을 "소중한 배움의 시간"으로 회상했다.
"메시는 단순히 최고의 선수일 뿐 아니라, 역대 그 누구보다 축구를 잘 이해한 선수입니다. 메시는 늘 이기고 싶어 했고, 훈련 중에 판정이 불리해도 화를 냈어요. 그만큼 팀이 더 강해지길 바랐고, 또 하나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간절히 꿈꿨죠."
세티엔은 결국 7개월 만에 경질됐고, 사라비아 역시 팀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그 경험이 내 경력의 큰 전환점이 됐다"며 "바르셀로나는 내게 겸손과 인내를 가르쳐준 곳"이라고 말했다.
■ FC 안도라에서 엘체까지 '작은 클럽을 변화시키는 지도자'
사라비아는 이후 제라르드 피케가 소유한 FC 안도라의 감독으로 3시즌을 보냈다. 그는 공격적인 빌드업과 위치 교환을 중시하는 전술로 팀을 세군다 디비시온(2부)에 안정적으로 안착시켰다.
2023년 여름, 그는 엘체 CF 감독으로 부임하며 다시 스페인 무대로 돌아왔다. 당시 팀은 2부 리그에 있었지만, 그의 전술 혁신은 곧 승격으로 이어졌다. 엘체는 2년 만에 라리가 복귀를 확정했고, 구단은 즉시 그의 계약을 2027년 6월까지 연장했다.
발라게는 사라비아의 축구를 "라리가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유연한 시스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엘체는 수비적으로 내려앉는 '생존형 축구'를 거부하고, 공격적이고 실험적인 빌드업으로 라리가 중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사라비아는 "매 경기 전술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원칙은 같다"고 말한다.
"우리에겐 분명한 철학과 모델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경기하지는 않아요.
모든 경기에서 새로움을 찾아야 합니다."
그의 축구 철학의 중심에는 한 단어가 있다. '자토라(jatorra)'. 이는 바스크어로 "정직하고 진실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도 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축구는 영리한 사람들을 위한 스포츠지만, 결코 '속이는 자'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사라비아는 승점이나 트로피보다 '클럽의 성장'을 더 중시한다.
"나는 단지 이기는 팀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엘체가 단기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싶어요. 내가 평생 여기 있으면 좋겠지만, 설령 6개월이든 3년이든, 제가 떠난 뒤에도 이 클럽이 더 나아지는 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사진=엘체 공식 엑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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