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마저 전멸, 유기농사꾼이 이 악물고 살려낸 것
나는 지난 2005년 33세 때 아내와 함께 귀농해 유기농 농사를 짓는 22년차 전업 농부다. 농부로 사는 일은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흙 만지며 사는 농부의 이야기를 연재 기사로 정리하고자 한다. <기자말>
[조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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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비가 그치고 맑고 쌀쌀한 가을 날씨가 돌아왔다. |
| ⓒ 조계환 |
올해 김장 배추를 심기 전 함께 농사 짓는 사람들과 대책 회의를 했다. 20년 넘게 유기농으로 농사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상 기후에 대비하며 나름 완벽하게 계획을 세웠다고 자부했다. 벌레를 막기 위해 한랭사를 씌우고 미생물과 식물 추출물 유기농 자재로 방제하니 9월 말까지는 배추가 깨끗하게 잘 자랐다(관련 기사 : 유기농사꾼이 알려주는 '극악 기후' 대비 김장 배추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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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중순에 배추에 유박퇴비를 추비로 넣어주었다. 이때까지는 배추가 잘 자랐다. |
| ⓒ 조계환 |
일기예보는 매일 희망고문을 했다. 마치 내일이면 장마가 끝날 것처럼 표시되었다가 하루가 지나면 어김없이 또 비가 왔다. 작물에 침투해서 잔류되는 화학농약과 달리 유기농 자재는 비가 오면 씻겨져 버린다. 비가 오면 또 그칠 때까지 기다리다 방제를 하고. 숨박꼭질 하듯 일을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관련 기사 : 유기농사꾼이 빗나간 일기예보 대신 올려다 본 것).
브로콜리에 이어 양배추도 성장이 멈추거나 상했다. 노지 고추와 가지는 탄저병이 심하게 퍼져서 일찌감치 정리했다. 가을에 잘 자라야할 상추와 쌈채소도 다 녹아버렸다. 들깨는 수확 시기에 비가 계속 와서 수확량이 확 줄었다. 가을 장마 때문에 타작을 못하고 거의 한 달을 기다리고 있는 이웃도 있다. 야생 멧돼지와 고라니가 들어와서 논에 있는 나락을 먹은 흔적이 점점 늘어간다. 궂은 날씨로 농촌 곳곳에서는 농민들이 심난해하며 힘든 가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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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장마 피해가 극심했다. 사진 속에 검은 곰팡이 같은 ‘검은 무늬병’이 찾아와서 브로콜리가 전멸했다. |
| ⓒ 조계환 |
날씨가 고온다습하니 각종 병충해가 계속 찾아왔다. 배추에 오는 하얀색 진딧물은 양배추가루진딧물이라 부른다. 보통 가격이 저렴한 님오일이나 난황유(계란 노른자에 식용유와 물을 섞은 유기농 살충제), 계피기름 등을 뿌려도 잘 방제가 되었는데, 올해는 날씨 때문인지 안 들었다. 난황유는 뿌리고 햇빛을 봐야 계란 노른자가 굳으면서 진딧물이 방제가 되는데 계속 비가 오니 효과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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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추를 수확해서 겉 잎을 떼어내고 쌓아놓으니 제법 예쁘다. |
| ⓒ 조계환 |
열심히 방제를 하니 무름병과 진딧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조금 더 커질 수도 있는 조생종 배추가 어느 정도 포기 형태를 갖췄을 때 수확을 시작했다. 지난 주 부터 배추를 수확해 회원들에게 보냈다. 배추가 다 죽어서 김장도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이들 살아 남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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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창 떼어낸 배추 겉잎으로 외국인 봉사자 친구들이 장난을 친다. 웃으며 즐겁게 지니는 것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인 듯 하다. |
| ⓒ 조계환 |
조생종 배추를 수확해 보니 겉 잎에 벌레 자국이 많아서 잎을 많이 떼어내야 했다. 함께 일하는 외국인 봉사자 친구들이 산처럼 쌓인 배추 겉잎을 날리며 서로 장난을 치고 난리가 났다. 우리가 마음이 가라앉을까 봐 일부러 더 웃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든 것 같다. "겉잎을 많이 떼어내긴 했지만 이렇게 나쁜 날씨 속에서도 유기농 배추를 회원들에게 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라며 봉사자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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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철꾸러미 상자에 열무, 풋고추, 양파 등과 배추를 넣어 발송했다. |
| ⓒ 조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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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장마로 힘들었지만 유기농 자재로 방제하여 배추를 잘 살려냈다. 보기에 참 예쁘다. |
| ⓒ 조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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