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10kg 감량? 그보다 중요한 것

박종원 2025. 10. 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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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바뀌어야 몸도 바뀌어... 중단 없이 운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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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기자]

"3개월 만에 -10kg!"
"6개월 바디프로필 프로젝트!"

이틀 전, 장을 보고 집에 가는데 헬스장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눠준 전단지에 저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헬스장 전단지를 보면 '에이, 괜히 받았나? 이거 어디다 버리지?'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엔 운동을 하니 전단지 속 내용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오, 6개월에 17만 원? 괜찮은데?', '러닝머신이 30개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 중 몇 개는 실제로 등록을 염두에 두고 집에 가져온 적도 있는데 다들 홍보하는 게 비슷하다. 우선 대문짝만한 글씨로 회원권이 저렴하다는 것을 어필한 뒤, 능력 있는 트레이너가 퍼스널 트레이닝(아래 PT)으로 당신의 몸을 100일 안에 바꿔준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오늘은 하체 하는 날이다
ⓒ 박종원
그러고보니 헬스장 광고는 늘 기한부다. '입시반 100일 특강' 같은 학원 광고와 비슷하다. 운동 전과 후를 비교한 사진도 어김없이 실려 있다. 나는 그 광고가 과장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100일 만에 멋진 몸을 만들어 바디프로필을 찍거나, 원하던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 신부도 봤다.

내가 궁금한 건 그 다음이다. 주어진 프로그램을 열심히 이행해서 멋진 몸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체중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45%를 넘고, 체지방은 10kg 미만인 몸 말이다. 근데 프로그램이 지난 뒤에는? 그 몸을 유지하려면 PT받던 만큼의 운동량을 유지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까?

헬스장 전단지는 여기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는다. 사실 이건 자신이 답해야 할 문제다. 운동을 멈추면 몸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그나마 근육은 오랜 시간 유지되고, 운동을 재개하면 비교적 쉽게 돌아온다. 반면 체지방은 단 일주일 안에도 몇 킬로그램씩 찔 수 있다.

3개월 만에 10kg감량? 혹하지만 현실은

만약 PT를 받아서 단시간에 몸을 바꾸겠다고 한다면, 이 지점에서 자신을 잘 돌아봐야 한다. 3개월간 가혹한 운동 프로그램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주어진 기간 동안만 고통을 참으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여러 번 보디빌딩 대회에 나간 우리 체육관 관장님도 그렇게는 안... 아니 못 살더라. 피트니스로 명성이 높은 가수 김종국씨도 말하지 않던가. "인생을 사진(바디프로필)에 걸면 안 돼, 인생은 끊기지 않는 동영상이야!"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나도 저 얕은 전단지 문구에 혹하던 때가 있었다. 2024년, PT 10회 수강 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관장님에게 건강검진 결과가 안 좋게 나왔고, 마른 비만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던가. 내 눈빛에서 성급함을 읽었는지 그가 갑자기 PT를 하는 취지에 대해 설명해줬다.

"PT는 엄밀히 말해 1년 치 운동 루틴을 회원님에게 이식하는 작업입니다. PT수업이 끝났다 해서 운동을 놓으시거나 루틴 이행을 안 하시면 몸이 발전하기 어려워요. 미용 목적이든 건강 때문이든 운동은 평생 해야 할 일입니다. 몸이 바뀌어야 삶이 바뀌는 게 아니더라고요. 삶이 바뀌어야 몸이 바뀌어요.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알아 두셔야 장기간 운동하실 수 있습니다."

삶이 바뀌어야 몸이 바뀐다. 그 말이 하루 종일 떠올랐다. 몸은 이제껏 살아온 일상의 결과물이다. 결과값부터 수정하겠다고 달려들어 봐야 삶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온다. 애초에 마른비만 탈출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해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체지방은 단기간에 줄일 수 있어도, 근육량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저 한층 왜소해질 뿐이다.

건강을 원한다면? 중단 없이 운동하기를 바라자
 피트니스
ⓒ 픽사베이
웹툰 <다이어터> 속 주인공 신수지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이어트의 통념을 그대로 대변하는 캐릭터다. 이 웹툰에서 그녀는 평생을 고도비만으로 고통 받아온 인물로, 다이어트와 폭식, 요요현상을 반복하며 좌절한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트레이너 서찬희를 만나 그동안 몸을 망가뜨렸던 일상의 습관들을 고쳐나간다.

서찬희가 신수지의 트레이닝을 맡으며 했던 일 중 하나는 다이어트를 단순한 살빼기가 아니라 건강관리로 인식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운동 시간 외에도 계속 걷고 움직일 수 있게 심부름을 시켰다. 배달음식 쿠폰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출근해서 먹을 도시락을 직접 싸도록 했다.

음식이 주는 쾌락을 제한당한 신수지가 괴로워하자 서찬희는 말한다. "네가 25년 동안 찌운 살이 하루아침에 빠질 거라 생각했어?" 신수지의 나이는 스물다섯 살, 나는 서른여덟 살이다. 그녀보다 1.5배나 더 오래 고착된 생활 습관이 단기간에 바뀔 리 없었다. 만화를 다 보고 나니 관장님이 내게 건넨 조언이 그제야 무슨 의미인지 느껴졌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어딘가에 숨고 싶다. 건강검진을 앞두고 시험 공부하듯이 운동하고, 병원 밖을 나서자마자 라면과 치킨에 손을 대던 과거의 내가 떠올라서. 그때, 나는 대체 트레이너에게 뭘 기대했던 걸까? '3개월 안에 캡틴 아메리카처럼 만들어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싶었던 걸까?

돌이켜보면 그때 환기된 관점이 장기간 운동할 수 있게 도왔던 것 같다. 운동을 시작하며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한 달 안에 5kg 감량' 따위가 아니다. 그보다는 중단 없이 운동하기를 바라야 한다.

웹툰 <다이어터>속 트레이너 서찬희는 이런 말도 했다. "빨리 얻는 건 빨리 사라져버려!" 운동과 더불어 사는 습관은 만들기 어렵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몸을 만든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 '요요현상'과 결별할 수 있다면 괜찮은 거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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