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트럼프 시대 미국의 길, 뉴욕이 내놓을 답

김형구 2025. 10. 3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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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행보가 거침없다. 국내 정치에서부터 대외 무역, 외교·안보 정책에 이르기까지 브레이크가 없는 듯 질주한다. 많은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민주당으로 향한다. “야당은 어디에 있느냐.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다.

존재감이 희미한 민주당이 지금 숨죽이며 지켜보는 전장이 있다. 다음달 4일 치러지는 뉴욕시장 선거다. 단순히 한 대도시의 행정 책임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이자 청년과 장년, 진보와 보수, 친이민과 반이민이 다층적으로 맞부딪치는 싸움이어서다.

선거 구도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와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무소속 후보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의 양강 대결로 요약된다. 무명에 가까웠던 인도계 이민자 출신 맘다니는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쿠오모 전 주지사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살인적인 생활비와 불안정한 일자리 구조에 신음하는 뉴요커들을 겨냥해 주거비 현실화, 버스 무료화, 무상보육 확대 등 과감한 복지 공약을 내걸고 청년층, 이민자, 진보 진영의 지지를 흡수하고 있다.

지난 16일 뉴욕시장 선거 후보 토론에 나선 무소속 쿠오모(왼쪽)와 맘다니 민주당 후보. [AP=연합뉴스]

반면 민주당 내 거물이었지만 당내 경선에서 맘다니에 밀린 뒤 경선에 불복하고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쿠오모 전 주지사는 맘다니의 공약을 “재정 파탄을 부를 몽상”이라고 비난하며 안정을 희구하는 중도층 표심을 파고든다. 공화당의 커티스 슬리와 후보는 지지율 10~15%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선거판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맘다니가 20%포인트 이상 넉넉히 앞섰는데, 최근 쿠오모와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좁혀지면서 ‘경합’ 국면이 됐다. 민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민주당은 뉴욕시장 선거를 활로 모색의 시험대로 삼는 듯한 모습이다. 맘다니가 승리한다면, 민주당 내 진보 블록의 목소리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당 노선을 더욱 왼쪽으로 가져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패배한다면, 당내 중도파가 ‘진보 피로감’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우클릭을 시도할 것이다. 뉴욕 선거 결과가 향후 민주당 전략의 나침반이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 부르면서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공세를 퍼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달 4일 밤 뚜껑이 열리게 될 뉴욕시장 선거 결과는 트럼프 시대 미국의 길을 묻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답을 제시할 것이다.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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