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울린 스트라이샌드 효과가 뭐길래
올해 10월 유튜브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홍민택 카카오 CPO(Chief Product Officer·최고제품책임자)다. 홍 CPO는 소비자들로부터 강한 원성을 받은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한 인물이다. 내부 개발진의 반대에도 무리한 개편을 밀어붙이고, 개편 후에는 ‘롤백(개편 전으로 복귀)’이 불가능하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회사 내·외부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이때 일부 젊은 소비자들은 홍 CPO의 얼굴을 합성한 풍자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불만을 표출했다. 일부만 즐기던 영상은, 홍 CPO 측이 영상 삭제를 시도한 직후 급작스럽게 유명세를 탔다. 몇몇 영상 조회 수는 순식간에 수십만 단위로 치솟았다.
카카오 브랜드 이미지도 무너졌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카카오는 MZ세대의 풍자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낡은 기업으로 전락했다. 현 사태를 두고 IT 업계와 위기관리 전문가들 사이선 “카카오가 스트라이샌드 효과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기고 검열할수록 영상은 퍼지는 역설
올해 9월, 카카오는 15년 만에 카카오톡의 대대적 UI·UX(사용자 화면)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친구관리 탭을 단순 목록형 구조에서 ‘격자형 피드’ 형태로 바꿨다. 친구의 게시물과 활동이 마치 SNS처럼 노출되도록 변경했다. 여기에 숏폼 콘텐츠 탭까지 추가했다. 단순 메신저 형태인 카카오톡보다 SNS와 결합한 ‘인스타그램 메신저’를 선호하는 10~30대를 공략하려는 취지였다. 기대와 달리 이용자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다. 젊은 소비자를 잡기는커녕, 카카오톡을 잘 쓰고 있던 기존 소비자들까지 이탈할 위기에 처했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별점 1점 리뷰가 쏟아졌다. 불편하다는 항의도 이어졌다.
불만은 단순한 기능 비판에서 멈추지 않았다. 개편을 주도한 홍민택 CPO의 얼굴을 합성한 풍자 영상 일명 ‘카톡팝’이 유튜브에 등장했다. 카톡팝이란 카카오톡과 팝송(Pop song)의 합성어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풍자곡이다. 젊은 이용자들은 카카오와 홍 CPO를 희화화한 노래와 영상을 제작, MZ식 유머와 밈(meme) 형태로 불만을 표출했다. 다만, 9월까지는 일부 젊은 세대만 보는 데 그쳤다. 조회 수가 10만회를 넘기는 영상도 드물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홍 CPO 측이 초상권과 명예훼손을 이유로 풍자 영상 삭제를 유튜브 측에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반발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일부 영상들이 숨김 처리 또는 삭제 조치를 당하자, 유튜버들은 ‘전쟁’이라며 오히려 영상을 더 열성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신고로 삭제된 영상들은 백업본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수십 개씩 재업로드됐다. 애초에 카톡팝 존재를 모르던 이들도 카카오 측의 검열 시도 소식을 듣고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카카오는 원래 가난하다고’와 같은 영상은 조회 수가 100만이 넘기도 했다.
유튜브뿐만 아니다. 홍 CPO는 인터넷 사전 사이트인 ‘나무위키’ 글까지 검열하려 했다. 나무위키에 올라온 자신의 문서가 허위사실을 담고 있고, 개인 비방을 통해 인격적 가치를 깎아내리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려는 목적으로 작성됐다며 임시조치를 요구했다. 나무위키 측은 홍 CPO 관련 항목을 오는 11월 8일까지 임시조치 처리했다. 해당 날짜까지 이의제기가 없었다면 해당 문서는 삭제될 예정이었다. 이후 문서 작성자 중 한 명이 이의를 제기하며 홍 CPO 관련 문서가 복구됐다. 유튜브와 나무위키 검열 시도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민택 CPO의 과거부터 부정적인 카카오 내부 평판, 카톡팝 영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들이 인터넷상으로 급속히 퍼졌다. 숨기려고 한 검열이 오히려 수면 아래 있는 정보까지 알리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정보통제의 역설, 즉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란 온라인상에서 어떤 정보를 감추거나 삭제하려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정보가 확산되는 효과를 말한다.
1960년대 미국을 풍미했던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2002년 한 사진작가가 촬영한 해안 침식 사진에서 본인의 저택이 찍혔다며 사진 삭제를 요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뉴스를 통해 소송 사실이 보도되자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아델만의 사진은 오히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소송 전까지만 해도 아델만의 웹사이트에서 해당 사진이 다운로드된 횟수는 6번이었으나 소송 제기 한 달 만에 42만명이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을 검색하기에 이르렀다. 사진을 삭제하려는 시도가 대중의 관심을 자극해 더욱 정보를 확산시킨 역효과인 셈이다. 카카오 사태와 정확히 일치한다.
풍자 형상이 유튜브를 휩쓴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와 홍 CPO의 이미지도 바닥을 쳤다. 홍 CPO는 MZ세대를 잡아야 한다며 내부 반발을 무마하고 개편안을 밀어붙였다. 젊은 감성을 설득하겠다면서 정작 해당 세대의 표현 방식과 소통 문화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30 소비자들은 40대인 홍 CPO의 실제 나이를 비꼬면서 ‘영포티(Young Forty)’ 감각으로 오히려 ‘쉰내 나는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는 조롱을 퍼부었다.
MZ세대는 불만을 공식 항의보다 패러디·밈·유머로 표현한다. 이를 억누르려는 시도는 곧바로 ‘권위적 통제’로 받아들여지고, 네티즌들의 자율적 ‘밈 저항’으로 연결된다. 실제 홍 CPO의 실명과 얼굴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카카오 감성은 사라졌다’는 평이 퍼졌다. 한 이용자는 “그렇게 MZ 감성을 찾더니, 진짜 MZ들이 노는 방식을 보여주니 3일도 못 참는 게 현실이다”라고 비판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젊은 이용자를 공략하겠다는 곳이 정작 젊은 세대의 소통 방법은 이해조차 못한다는 역설이 기업의 평판을 무너뜨린 것이다.
풍자 영상, 검열 = 평판 추락
영상 즐긴 넥슨, 호감 기업으로
전문가들은 섣부른 검열은 오히려 회사 평판 붕괴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회사 실수를 숨기려하기보다, 젊은 소비자가 회사 실수를 풍자하며 즐기도록 놔두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논란을 수습한 기업도 있다. 게임 회사 넥슨이다. 2024년 넥슨은 자사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게임 이용자들은 메이플스토리 서비스 책임자인 김창섭 넥슨 디렉터의 얼굴을 활용한 풍자 영상과 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김 디렉터의 대응은 홍민택 CPO와 달랐다. 영상을 삭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농담을 수용했다. 풍자 영상을 자신과 게임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한다며 포용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동시에 사용자 불만을 즉각 수집했다. 이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 소통하며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여론이 돌아섰다. 메이플스토리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우리 말을 들을 줄 아는 개발자”라는 평가와 함께 김 디렉터와 넥슨에 대한 반감 여론이 사그라들었다. ‘김창섭 밈’은 어느 순간 조롱이 아닌 친근한 상징으로 변했다. 같은 밈이라도 기업이 검열하느냐, 소통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브랜드 자산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다.
김 디렉터의 사례 이후 게임 업계에서는 풍자 영상이나 노래가 나오면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게 정석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IT 업계 관계자는 “SNS와 게임의 주력 소비층인 2030세대는 검열을 매우 불쾌히 여긴다. 풍자가 기분 나쁘다고 검열을 시도하는 순간 회사 이미지는 추락한다. 적절한 수준의 풍자는 용인하고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을 반전시키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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