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K우먼]'유리천장' 허문 박현남 주한독일상의 회장…"좋은 리더십은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

이관주 2025. 10. 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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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일 산업·경제 잇는 혁신 리더
"독일식 직업교육 '아우스빌둥' 가져오고파"
차세대 여성 리더 꾸준히 지원
"다름 인정하는 '스피크 업 문화' 필수"

박현남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도이치은행 한국 대표)은 '유리천장' 혁파의 아이콘이다. 국내 외국계 투자은행 중 첫 여성 대표이자 주한독일상공회의소(KGCCI)의 첫 한국 여성 회장, 연임 회장이기도 하다.

박현남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은 '유리천장' 혁파의 아이콘이다. 국내 외국계 투자은행 첫 여성 대표,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최초의 여성·연임 회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제공

한국과 독일의 산업·경제 협력을 잇는 최전선에서 그는 든든한 가교이자 혁신에 앞장서는 리더로 평가된다. 박 회장이 이끄는 주한독일상공회의소는 1981년 창립 이후 40년 넘게 수많은 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스스로 개척한 박 회장의 리더십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잠재력을 끌어내고, 신뢰와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고 믿는다. 그는 "좋은 리더십이란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독일상공회의소의 규모와 영향력이 아주 큰 편이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주한독일상의는 1981년 설립돼 현재 500여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상부 단체인 독일상공회의소는 독일 내 79개 지역 상공회의소를 두고 회원사 약 360만곳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 경제 및 산업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며, 한국과 독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양국 기업의 중요 소통 창구이자 시장 진입 및 사업 확장을 위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아우스빌둥을 통한 직업교육 및 인재 양성, 녹색 전환 및 에너지 협력, 스타트업 및 디지털 혁신 지원, 아시아·태평양 독일 비즈니스 콘퍼런스(APK) 준비 등 네 가지 중점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 사업 중 하나가 '아우스빌둥'이다. 자세한 내용과 성과를 소개해달라.

▲아우스빌둥은 독일식 이원제 직업교육 제도로, 현장 실무와 학문 교육을 결합해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2017년부터 국내 독일계 자동차 기업과 함께 이를 한국에 도입했다. 현재 4개 전문대학과 협력해 자동차 정비, 판금, 도장, 서비스 어드바이저 등 4개 직종에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국 150개 서비스센터에서 450명 이상의 훈련생과 400여 명의 트레이너가 참여했고, 지금까지 270명이 졸업해 대부분 기업의 핵심 기술 인력으로 활동 중이다.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한국과 독일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고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는 가교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플로리스트 분야로도 확장했다.

박현남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제공

-에너지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이 소통하고 있다.

▲주한독일상의는 '한-독 에너지 파트너십 사무국'이기도 하다. 에너지는 양국 협력 의제의 핵심이다. 해상풍력, 수소, 재생에너지 기술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최근 제4차 한-독 해상풍력포럼을 개최했고, 12월에는 제6차 한-독 수소콘퍼런스와 에너지데이 등 주요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향한 협력을 가속화하고, 모범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해 나갈 계획이다. 또 한국과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의 연결 허브 역할도 한다. 'KG CONNECT'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 스타트업 시장 진출,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지원한다. 내년에는 APK가 한국에서 열린다. 2년마다 열리는 독일 비즈니스 분야 최대 행사다. 독일 총리, 경제부장관과 주요 기업들이 대거 방한할 예정으로 양국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이 독일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과 독일은 상호 신뢰, 경제 협력, 그리고 지속가능성·혁신·법치라는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오랜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양국 모두 에너지 전환, 기후 위기, 인구구조 변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만큼 이러한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독일의 에너지전환(Energiewende) 전략은 한국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특히 독일의 해상풍력 분야는 장기적인 제도적 일관성과 민관 협력에 힘입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이 해상풍력 발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독일과의 협력을 통해 인허가, 계통 연계, 지역사회 참여 등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은 제도를 하나만 꼽는다면?

▲많은 분이 물어보는데, 주저하지 않고 '아우스빌둥과 독일의 교육 시스템'이라고 답한다. 아우스빌둥을 통해 기업은 인재를 확보하고 청년들은 안정적인 급여 지급, 경제적 자립으로 사회에 조기 정착한다면 궁극적으로 한국의 저출산 문제, 노령 빈곤 등의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독일의 다양한 기업 CEO를 만나면 아우스빌둥 출신이 많다. 아우스빌둥 견습생으로 현장에서 교육받고 해당 기업에 입사한 경우다. 예로 BMW 독일의 경우 1200명(2023년 기준)의 아우스빌둥 견습생이 선발돼 생산 및 관리, 연구 개발, 판매까지 다양한 부분에 참가해 정규직으로 보장받게 됐다. 학생들은 실제 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실습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이어진다.

지난 4월24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2025 아우스빌둥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에서는 58명이 독일상공회의소의 인증서를 받았다. 아우스빌둥에는 주한독일상공회의소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및 BMW 그룹 코리아 등이 함께했다.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제공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우스빌둥에서 다루는 직종은 320개로, 제빵사, 미용사, 자동차 정비공,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경찰, 은행원, 공무원 등 범위가 다양하다. 직업교육에 참여 중인 학생 수는 약 122만명(2023년 기준)으로 독일 청년의 약 50%가 대학에 진학하고 50%는 아우스빌둥을 이수한다. 기업은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훈련생은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힌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 전반의 수준을 끌어올리며, 경제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이끈 건 아우스빌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 전문가로서 현재 눈여겨보는 분야는 무엇인가.

▲금융을 넘어 교육, 지속가능성, 사회적 혁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 회복력과 사회적 안녕을 위해 필수적인 영역이다. 특히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적 과제에 주목하고 있는데, 청년, 경력단절 여성, 중장년 구직자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아우스빌둥을 더 많은 산업 분야로 확장하고,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직업 교육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기업들과의 체계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여성 리더십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유가 있나.

▲KGCCI Women in Korea(WIR)의 창립 멤버이자 멘토로서 차세대 여성 리더들의 성장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2018년 시작된 WIR 멘토십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250명 이상의 여성 임직원들을 연결하며 미래 리더를 위한 든든한 멘토링 기반을 마련해왔다. 여성 리더십의 확대는 단순한 공정성의 차원을 넘어, 혁신과 포용성, 나아가 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성장 동력이다. 한·독 기업의 여성 리더들을 연결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다. WIR은 멘토링·네트워킹·지식 공유의 플랫폼을 제공하며, 여성들의 전문성 향상과 리더십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성, ESG, 글로벌 등 다양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조직은 시스템과 전략으로 움직이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리더십이란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이라 믿는다. 특히 글로벌 금융업은 빠른 속도와 높은 책임감이 요구된다. 숫자로 가득한 산업 속에서 차가운 이미지를 갖기 쉽지만, 그 안에 따뜻함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사람 중심의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람 중심의 문화가 조직을 따뜻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협업과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더 큰 성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리더는 단순히 목표를 제시하는 사람을 넘어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신뢰와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현남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 주한독일상공회의소 제공

특히 서로 다른 문화, 세대, 성별,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조화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리더십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요즘 세대 간의 생각 차이는 정말 크다.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왜 이렇게 다른가”라고 이해하지 못하고, 젊은 세대 역시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끌어내는 리더십이 지금의 시대에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다양성은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경험과 시각이 모여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스피크 업 문화(Speak-up Culture)'가 필수적이다.

세대, 성별,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강점을 찾아내어 이를 통해 더 큰 시너지와 효율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 방향을 향해 매일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완벽한 리더는 없지만,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듣고, 소통하려 노력하겠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지향점은.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종의 '소명의식'이 생긴다. 한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더욱 강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또 지금까지 내가 선배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후배들이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려 한다. 리더십은 자신이 이룬 성취보다 다음 세대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단순하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 스푼의 여유를, 내일은 오늘보다 한 스푼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그렇게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자 한다.

박현남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은 유리천장을 허문 대표적 여성 금융인이다. 그가 걷는 길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왔다. 1993년 BNP 파리바에서 금융인 경력을 시작, 1999년 도이치은행에 합류한 뒤 26년 넘게 자금·투자은행 부문을 두루 거쳤다. 2013년 여성 최초 외국계 투자은행 지점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2025년 도이치은행 최초의 여성 한국대표가 됐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 국회 의회외교활동 자문위원, 주한외국은행단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금융 발전에도 헌신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주한 외국 경제기관 주한독일상공회의소를 이끌며 경제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2021년 여성 첫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2023년에는 최초 여성 연임 회장이 됐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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