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타자’ 심우준

배영은, 고봉준 2025. 10. 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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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준이 8회말 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는 2타점 2루타를 터트린 뒤 더그아웃의 동료들을 향해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성 응원’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만의 특징적인 응원 방식이다. 팬들은 매 경기 8회가 시작되면 앰프와 음악 없이 오직 목소리 하나로 “최! 강! 한! 화!”를 외친다. 기나긴 암흑기를 거쳐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올해까지 변함없이 이어진 전통이다.

대전의 쾌청한 가을 하늘에 어김없이 육성 응원이 울려 퍼진 29일, 한화는 홈 팬들에게 26년 만의 KS 승리를 선사했다. 이날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S 3차전에서 1-3으로 뒤진 8회말 한꺼번에 6점을 뽑아 LG 트윈스에 7-3으로 역전승했다. 앞선 1·2차전 연속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내며 반격의 첫 승을 거뒀다. 한화의 KS 승리는 지난 2006년 10월2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 2차전 이후 6946일 만이다. 대전에서 열린 KS 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 1999년 10월26일 KS 4차전 이후 무려 26년 만이다. 한화는 2006년 KS에선 홈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승1무4패로 시리즈를 마쳤다.

내야수 심우준(30)이 한화의 2연패 고리를 끊어내며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올해 한화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4년 최대 50억원을 들여 영입한 선수다. 리그 최정상급 수비와 주력을 자랑하지만, 공격 능력에는 늘 의문부호가 붙었다. 올 시즌 타격 성적 또한 타율 0.231, 홈런 2개, 22타점, 39득점에 그쳤다.

부진한 타격 때문에 심우준은 올가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21년 KT 위즈 소속으로 통합 우승을 이끈 ‘KS 경험자’임에도 가을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동료들에게 넘겨줘야 했다. 잠실에서 2패를 안고 돌아온 홈 3차전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수비보다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심우준 대신 이도윤을 9번 타자 유격수로 기용했다.

심우준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는 더 극적인 순간에 강한 빛을 뿜었다. 한화가 1-3으로 뒤진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김태연의 좌중간 2루타와 이어진 손아섭의 우전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가 만들어지며 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루이스 리베라토가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문현빈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1점을 추격했다. 2사 후엔 채은성과 대타 황영묵이 연속 볼넷을 골라 밀어내기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대타와 대주자 카드를 모두 소진한 한화의 운명을 심우준이 떠안았다. 앞선 7회말 대주자로 투입됐다 처음 타석에 선 심우준은 흔들리던 LG 불펜 유영찬의 3구째 직구를 걷어 올려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를 작렬했다. 문현빈과 채은성이 차례로 홈을 밟자 2루에 안착한 심우준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포효했다.그는 경기 MVP와 결승타상을 한꺼번에 수상하며 상금 200만원도 함께 받았다.

심우준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팬들도 포기하지 않으셨을 거라 믿는다. 4차전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 선발 코디 폰세는 KS 첫 등판에서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져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LG 선발 손주영은 5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했지만, 팀의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두 팀의 4차전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LG는 요니 치리노스, 한화는 라이언 와이스가 선발투수다.

대전=배영은·고봉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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