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中에 집중, 김정은 바빠"…판문점 번개 파행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방한에선) 중국에 집중하고 싶다”며 “너무 머지 않은 미래에 북한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이 불발됐음을 인정한 말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으로 지칭하며 회담에 대한 김정은의 호응을 기대해왔다. 제재 해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김정은 스케줄 바빠…머지 않아 만나겠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에 오르기 몇시간 전 “전날(28일) 함상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발사돼 서해해상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초 비행해 표적을 소멸했다”며 “특히 핵전투 태세를 부단히 벼리는 것은 우리의 책임적 사명이고 본분”이라고 주장했다.

‘핵보유’를 인정하라는 시위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해당 보도는 대외용 매체에만 게재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사회룰 향한 맞춤형 메시지란 의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수십년간 미사일을 발사해왔고 또 다른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며 방한 시점에 맞춘 미사일 시험발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난 그와 항상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며 “알다시피 그는 스케줄이 매우 바쁘지만, 난 어느 시점에 그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돌아올 것이고, 어느 시점에 너무 머지 않은 미래에 북한과 만나겠다”며 “이제 우리의 초점은 내일(정상회담을 할) 중국이며 난 그게 초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사일 화답’에…“30일 핼러윈 행사 참석”
북한의 발표가 나온 직후 백악관은 언론 공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30일(현지시간) 오후 5시30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핼러윈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한국시간 31일 오전 6시30분에 열리는 이 행사에 참석하려면 30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늦어도 오후 무렵에는 한국을 출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위해) 순방 일정을 늘리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고 했다. 이날 백악관이 핼러윈 행사 일정을 공식적으로 공개한 것은 사실상 회담 불발을 공식화한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방한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계산을 통해 일본인 납북자 가족을 만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과 만날 경우 “그 문제(납북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납북자 문제를 포함한 인권 문제는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온 사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납북자 가족들을 만난 것 자체가 깜짝 만남의 불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명분 확보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6년전 北 아니다…김정은이 회담 결정권”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훨씬 강력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외교·안보·경제적 혜택을 얻을 필요가 사라졌다”며 “회담 성사를 위한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가 아닌 김정은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몸집’에 커진 배경으로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대가로 이미 미국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러시아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미국과 교류할 필요성이 거의 없어졌다”며 “사이버 화폐 범죄와 재개된 중국과의 무역은 국제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향후 김정은은 노벨평화상을 원하는 트럼프에게 역대 미국 대통령이 달성하지 못한 종전선언에 대한 서명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대화가 북한의 의도대로 진행될 경우 형식적 제스처에 불과한 종전선언을 대가로 동맹국인 한국은 물론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中에는 또 ‘타코’ 가능성…연말 물가 폭등 의식?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대두 수입 재개를 조건으로 ‘관세 전쟁’의 출발점이 됐던 ‘펜타닐 관세’를 인하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날 기내 간담회에서 “중국이 펜타닐 문제 해결에 협력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들(중국)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할 일과 관련해선 “미국산 대두 수출 문제와 관련한 농민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원료를 중국이 공급하고,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 펜타닐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중국에 20%의 펜타닐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무차별 관세 부과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말까지 만들어진 상황에서 펜타닐 관세 인하는 상징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가 위협을 가하고 중국의 보복에 곧장 후퇴하는 패턴은 올해 내내 반복되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중국의 ‘약탈적 관행’을 처벌한다는 트럼프의 말과는 달리 중국은 의미 있는 양보를 전혀 하지 않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다음달 추수감사절과 12월 크리스마스 등 미국의 대표적 소비 시즌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초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물가 폭등으로 인한 역풍 우려를 감안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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