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는 국민 피해 안중에 없는 입법 폭주" [강찬호의 뉴스메이커-정수경 변호사]
정수경 국선변호사 - 법사위 국감장에서 6분간 여당 의원들과 설전

“뭐야! 검찰 편이냐?”(민주당 의원들)
“여러분들이 범죄 피해자로 이따위 (허접한) 불송치 결정문을 받으면 납득되시겠나요? 여러분은 돈 있고 권력 있고 지위 있고 변호사도 많아 그런 취급 안 당하시겠지만 일반 고소인들은 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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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의 사건 불송치 급증
피해자의 사선 변호사 선임 부담 더 늘 것
경찰의 수사 질 떨어지고 지연 문제 심각
일반 민생 사건은 보완수사권 유지돼야
」

“정수경 참고인! 과도하게 흥분했습니다.”(추미애 법사위원장)
“저 같은 변호사 잘 먹고 잘살라고 이런 법 만드셨습니까? 정말 감사하지 않습니다.”(정수경)
“참고인, 비방·언쟁하라고 이 자리 선 건 아니지 않나요. 발언을 중단합니다.”(추미애)
지난 14일 늦은 밤 국회 법사위 국감장에 선 정수경 변호사(50)는 아동납치·성폭력·스토킹 사건을 국선으로 1500건 넘게 맡아온 13년 차 변호사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진 지난 4년간 수사 지연과 불송치 급증 실태를 목격해온 그는 국감장에서 단 6분 동안 민주당이 추진 중인 보완수사권 폐지의 문제점을 속사포처럼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과 추 위원장의 제지로 쫓겨나듯 국감장을 떠난 그를 만나 못다 한 얘기를 들어봤다.
“입 막은 추미애, 중립성 상실”
Q : 국감엔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A : “한국여성변호사회 상임이사를 맡아왔는데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서 ‘아동 납치 관련해 국감 참고인으로 나와줄 변호사’를 요청하더군요. 그런데 시국이 부담됐는지 지원자가 없어 제가 나갔죠.”
Q : 그 결과 난리가 났는데요.
A : “그날 낮 2시에 법사위 들어갔는데 밤 10시가 돼서야 ‘참고인 나와주세요’라고 해요. 8시간 동안 여야 의원들 고성으로 싸우는 거 듣고 너무 피곤해 할 말만 하고 가야겠다 생각해 아동납치 얘기하면서 ‘수사권 조정만 해도 문제가 많은데 보완수사권마저 폐지하면 국민 피해 누가 책임지냐’는 평소 생각을 얘기했죠. 그랬더니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 무시하냐’며 고성만 지르더군요. ‘국민이 짊어질 비싼 변호사 비용 의원님들이 내실 거냐’고 하니 더욱 큰 소리로 공격하더군요. 정말 화가 났어요”
Q : 어떤 점에서 가장 화가 났나요.
A : “민주당엔 법조인 의원들이 많으니 대책 없이 보완수사권 폐지하면 뭐가 문제인지 다 알 텐데 ‘우린 법만 바꾸면 그만’이란 식이니 화가 나죠. 말만 개혁이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의 사적 목표를 위한 폭주 아닌가요. 부부가 이혼 소송 앞두고 싸우면서 아이 굶기는 꼴이에요.”
Q : 추미애 위원장이 ‘과도하게 흥분했다’며 발언을 중단시켰는데요.
A : “위원장이 지켜야 할 중립성에서 벗어난 것 같아요. 그래도 6분 동안 참고인으로 얘기할 건 다 했어요. ‘과도하게 흥분했다’는데, 국감장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의 문제점을 지적한 건 저만이 아닙니다. 장애인 보호 변론에 앞장서온 김예원 변호사나 안미현 검사 등도 같은 주장을 했을 만큼 객관성과 설득력이 있는 얘기잖아요.”
“4년간 불송치 뒤집은 사건, 딱 한개”
Q : 수사권 조정 이후 변호사로서 체감한 문제점은 뭔가요.
A : “2010년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그때부터 10년간은 검찰에 수사종결권이 있었고, 2021년부터 4년간은 그게 사라진 ‘검수완박’ 체제였어요. 두 기간을 비교하면 확실히 검수완박 이후 4년간 수사의 질이 떨어지고 지연도 급증했어요. (예를 들면요?) 경찰이 성범죄 사건을 불송치하면서 보낸 결정문에 적힌 이유가 딱 세 줄이었어요. ‘피해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가해자는 저렇게 주장한다. 증거 없어 불송치한다’는 거예요. 국감장에서 ‘의원님들은 이따위 결정문 받으면 납득하겠느냐’고 한 게 바로 이거예요. 요즘 경찰은 양측 진술을 경청하고 분석하는 대신 ‘과학 증거’에 대한 의존이 너무 높아요. ‘휴대전화 포렌식 넘겼다’며 서너 달 손 놓는 식이죠. 엘리베이터에서 강제추행 당한 여성 사건도 어이가 없었죠. 가해자가 피해자 엉덩이를 의도적으로 만진 게 분명해 보이는 CCTV 영상까지 있는데도 경찰은 ‘공개된 장소에서 그럴 리 없으니 고의가 없는 행동’이라며 불송치하더군요. 동료 변호사 사건인데, 가해자 진술만 갖고 결정을 내린 거죠.”
Q : 수사 지연도 심각하다면서요.
A : “성범죄 사건을 예로 들면 우선 경찰이 두세 달 수사한 뒤 불송치해요. 피해자가 검찰에 이의신청하면 검찰이 두세 달 보고 대개 불기소 처분을 해요. 드물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한다 해도 경찰이 두세 달 더 수사한 뒤 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버려요. 그럼 검찰이 두서너 달 보다가 불기소로 마무리하죠. 이러니 1년은 금방이죠. 검찰에 수사권 있었을 땐 검경 간에 전화 한 통이면 되던 게 이젠 서류가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사건 번호도 검경이 서로 달라 피해자가 갖고 온 번호로는 알 수 없어 제가 전화해서 찾아야 해요. 이러니 지연 안 되는 게 이상하죠. 정말 드물게 기소가 돼도, 피해자는 사건 발생 뒤 1년, 길게는 3년 뒤에야 법정에 서는 경우가 많아요. 기억이 희미해져 당시 상황 묘사하다가 ‘거짓말’이란 가해자 측 공격을 받기 일쑤죠.”
Q : 불송치가 급증했다는데 체감한 실태는요.
A : “지난 4년간 불송치가 훨씬 늘었어요. 이 기간에 제가 맡은 사건 수백건 중 보완수사로 불송치가 뒤집힌 건 딱 하나뿐입니다. 남성 A가 여성 B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건인데 경찰은 ‘허위란 인식이 A에게 없었다’며 불송치했어요. 이럴 경우엔 사실 적시 명예 훼손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게 기본인데 경찰이 안 한 거죠. 검찰에 이의 신청한 결과 보완수사가 이뤄져 결국 기소됐는데, 이유는 너무 당연했기 때문이죠. 검찰에 수사권이 있었다면 분명히 바로 기소됐을 겁니다. 혐의가 막히면 연관된 다른 혐의 검토하는 게 검찰의 임무였으니까요.”
Q : 현장에서 겪은 경찰의 역량은 어떤가요.
A : “국선 변호사 해보면 베테랑 수사관과 경험 없는 수사관의 능력은 천지 차이인데, 베테랑은 극히 드물어요. 요즘 변호사들 경쟁이 치열해 죽기 살기로 하는데, 경찰 조서가 부실하면 피고인 변호사한테 바로 먹잇감 주는 거예요. 성범죄 수사에선 피해자와 가해자 간에 1~2년간 문자 내역을 떼보는 게 기본인데 이조차 하지 않는 수사관이 많아요. 이러니 불송치가 급증하죠. 경찰이 쓴 불송치 이유서도 문제예요.”
Q :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가요.
A : “검사가 불기소 이유를 썼던 과거엔 검사에 따라 간혹 무성의한 이유서가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쓴 불송치 이유서를 보면 한결같이 무성의했어요. ‘업무 폭증으로 자세히 못 써준다’는 변명으로 때운 이유서까지 있더군요. 어렵게 보완수사 결정이 떨어져도 원래 수사했던 경관이 사건을 재차 맡는 것도 문제예요. (다른 경관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같은 경찰서 사람이에요. 서초경찰서 형사 1팀의 A 수사관이 맡았던 사건을 2팀의 B 수사관에게 돌려봤자, 동료의 불송치 결정을 쉽게 뒤집을 수 있을까요? 동료 변호사한테 들었는데, 경찰이 피의자 진술 조서를 집에서 제멋대로 고쳤다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물론 열심히 임무를 다하는 경찰이 대부분일 텐데 그분들이 불쌍해요.”
Q : 왜 불쌍하나요?
A : “검사가 수사권이 있었을 때는 법적 지식이 깊으니까 수사가 원활했어요. 지금은 경찰 홀로 수사하니 쳐내기에 급급한 실정이에요. 피의자 변호사들만 신나게 된 반면 피해자는 변호사 선임 부담이 커졌죠.”
“호남 집안 출신, 민주당 찍었는데도…”
Q : 국선변호사를 하게 된 사연이 있나요?
A : “변호사 개업 3년 차인 2012년에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국선 변호사 제도가 신설됐어요. 사법연수원 시절 아동 성범죄를 다룬 영화 ‘백야행’을 보고 약자를 돕는 국선 변호사의 꿈을 품었기에 원년 멤버로 들어가 일해왔죠. 다룬 사건이 1500여건 됩니다.”
Q : 보완수사권 폐지되면 국선 변호사 수요는 더 늘겠죠?
A : “그렇다고 봐요. 그런데 국선 변호사는 아동학대·성폭력·스토킹 사건 등만 지원되니 안타깝죠. 또 2018년 법무부에서 국선 변호사 보수를 40% 깎으면서 국선 변호사 동기들이 많이 그만뒀어요. 2022년 기준 검찰이 주는 국선변호사 보수는 40만원쯤이고 여성가족부에서 150만원 지원하는 게 전부죠. 이런 처우가 그대로인 가운데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면 국민의 사선 변호사 선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겁니다.”
Q : 민주당은 “정수경은 국민의힘 편”이라고 보는 듯한데요.
A : “아버지가 전북 장수군 출신이시고, 저도 민주당에 투표했던 사람이에요. 12·3 계엄에도 반대해요. 민주당이 오해할까 봐 국감장에서 그 입장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저쪽 편’이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참고인으로 나온 사람한테 칼 들이대고 ‘어느 편인지 말해’하는 느낌이에요.”
Q : 바람직하다고 보는 수사 모델은요?
A : “변호사로서 체감상 일반 범죄는 검찰에 수사권이 있었을 때 국민이 더 보호받았다고 판단됩니다. ‘정치 검찰’ 논란을 빚는 권력 수사는 빼고, 일반 민생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고 봐요. 그게 정 싫다면 경찰에 인력·예산을 확실히 밀어주든지요.”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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