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km 비자림로 공사 8년째, 옮겨 심은 나무 죽고 천미천은 흙탕물

김순애 2025. 10. 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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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모니터링 결과... 공사업체는 행정 처리 지연으로 9억 원 손해 주장하며 홈페이지에 민원 게시

[김순애 기자]

▲ 도로 확장 공사로 사라진 비자림로 숲 .
ⓒ 이홍우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비자림로(대천~송당)확·포장공사 지원업무수행처리 이의 제기'라는 제목의 글이 10월 5일자로 올라왔다. 작성자는 제주도내 건설회사 대표로 2022년 비자림로 공사가 재개되었을 때 하도급으로 참여해 실질적인 공사를 담당했다.
작성자는 '공사재개 후 시험터파기 결과 공사구간 대부분 연약지반(점성토) 상태로 확인되어 추가지반조사, 연약지반치환 등을 보고했지만 1년여 동안 미승인 상태로 5억 원 이상의 관리비 손해'가 발생했고 미승인 상태에서도 '발주처의 지속적인 조속한 시공추진 지시에 따라 계약과 다르게 연약지반 치환 시공'을 진행했지만 공사 대금 약 4억 원 지급받지 못했고 이는 '발주처의 부당[갑질]한 행정처리'라고 주장했다.
▲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 .
ⓒ 제주도청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제주도는 10월 20일 공식 답변을 통해 '손실 기간이라고 주장한 동안에도 2차분 및 3차분이 추진되었으며 2차분 준공금 및 3차분 선금급이 하도급사에 직불 처리'되었고 연약지반 치환 시공에 대해서는 '현장 실정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항'이라고 답했다. 실정 보고 승인 지연에 대해서도 '공정의 실제 시공 시기와 설계 변경 시기에 맞춰 보고가 승인된 사항'으로 모든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올해 상반기 도내 건설업체 수주액 1683억 원 중 공공 부문이 1462억 원으로 관급 공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주도에서 행정을 상대로 문제 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제주도의 잘못된 행정으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하도급 업체와 문제가 없다고 답하는 제주도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자림로는 도로 양옆에 빽빽하게 늘어선 삼나무가 만들어낸 이국적인 풍경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2002년 건설교통부 주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했다.

제주도는 27.3km의 비자림로 중 대천-송당 구간 2.9km 구간을 확장하기로 계획하면서 2014년과 2015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용역, 소규모환경평가용역을 실시했다. 2018년 8월 벌목을 시작으로 공사가 시작되자 많은 이들이 환경과 경관 훼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이후 비자림로 공사는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최근 찾은 2.9km의 길지 않은 공사 구간은 지하수자원보전지구 1등급 지역인 천미천,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인 선족이 오름, 웃선족이 오름, 거슨세미오름, 칡오름을 통과한다. 삼나무 벌목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하수와 오름 경관에서 중요한 지역이어서 함부로 공사할 수 없는 지역이다. 또한 전체 공사 구간 중 절반은 과거 국립목장이었다가 박정희 정권 당시 민간에게 불하된 송당목장과 맞닿아 있다.

공사 현장에 가보니 일요일인데도 인부들이 나와서 제법 큰 후박나무를 심고 있었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목장 소유주의 민원에 따라 설계 변경을 통해 나무를 새롭게 심고 있다고 한다. 도로와 목장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면서 몸값이 비싼 경주마들이 차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목장 소유주가 큰 나무들을 심어 차 소리가 넘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경주마와 번식용마를 키우고 있는 송당목장은 말의 가임기에는 공사를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제주도에 했고 제주도는 그 요구를 수용해 말의 가임기인 봄철에는 소음이 큰 공사를 멈추기도 했다.
▲ 비자림로 삼나무가 베어진 자리에 후박 나무를 심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
ⓒ 김순애
소음이 큰 공사와 베어버린 나무들은 몸값이 비싼 경주마 뿐만 아니라 비자림로의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공사 승인 전에 진행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 '법정보호종이 서식하지 않기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했지만 시민들의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비자림로 공사 구간에 팔색조, 애기뿔소똥구리, 맹꽁이, 긴꼬리딱새 등 10여 종이 넘는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은 이 결과에 대해 "비자림로는 공사를 진행하느냐 중단하느냐 수준의 곳이 아니다. 기존 도로까지 없애 숲 전체를 자연보전지역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환경권보다 재산권이 효력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에서 재산으로 인정받는 말 주인의 요구는 무게가 실리지만 재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법정보호종들의 서식지 훼손은 법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주도가 약속한 비자림로 환경저감대책,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제주도는 서식이 확인되지 않다고 했던 법정보호종들이 발견되자 ▲ 공사차량 속도제한(20㎞/hr 이하) ▲ 갈수기에 교량(제2대천교)설치 공사 이행 ▲ 법정보호종의 일반적인 산란 시기와 이소 시기 등을 고려하여 5월 중순 이후 긴꼬리딱새, 팔색조 도래 확인 후 9월 초순경까지 공사중지, 전문가를 통한 현장조사 후 공사 재개 ▲ 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 전문기관을 통한 포획·이주 ▲ 애기뿔소똥구리가 밀도 높게 서식하던 일부 구간에 편백나무와 홍가시나무 수백 그루 식재로 야간 불빛을 차단하여 서식환경 보호 ▲맹꽁이 서식지 주기적으로 보전여부 관리대장 작성 ▲삼나무 외에 팽나무 등 184 중에 대해서는 벌목하지 않고 이식 ▲ 도로폭 22m에서 16.5m로 축소 등의 저감 방안으로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재협의 후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가 진행되자 10명의 시민들이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정도가 중대하고 상당하기에 이에 대한 협의를 기반으로 결정된 사업은 무효라는 행정 소송을 냈었다. 1심과 2심 재판 결과 시민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2023년 12월 13일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지만 제주도가 부실 부분을 보완하면서 "환경영향평가 중 부실 부분으로 초래된 도로 확장공사와 관련된 환경공익이나 주민들의 환경이익에 대한 침해 우려 또는 가능성은 상당 부분 해소 내지 보완"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제주도가 공사에 따른 "환경오염과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여 이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책이 "무용하거나 실효성이 없다고 단정짓기도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은 2024년 5월 제주도가 진행한 환경저감대책을 모니터링한 결과에 대해 ▲ 주먹구구식으로 수목 이식이 진행되어 고사한 나무와 이름표가 잘못 부착된 나무 다수 발견 ▲ 팔색조 번식장소 주변 도로 가장자리에 차폐 나무 울타리를 조성하겠다는 약속 미이행 ▲ 조류 산란기 공사 중단 약속 미이행 ▲ 맹꽁이 서식처에 공사 중 발생 토사 적치 및 맹꽁이가 발견됨에도 맹꽁이 미확인 기록 등 서식처 관리 부실 ▲ 수목훼손 최소화 약속 지켜지지 않음 ▲ 갈수기에 교각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 미이행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 본격적인 다리 공사가 시작되기 전 천미천 모습 2019년 6월 천미천
ⓒ 비자림로 시민모임
▲ 2025년 10월 19일 바닥이 훼손되고 흙탕물이 된 천미천 천미천은 긴꼬리딱새, 으름난초 등 수많은 법정보호종 생물의 서식 기반이다.
ⓒ 김순애
필자가 찾았던 지난 19일, 비자림로 공사 구간을 통과하는 천미천의 바닥은 흙과 돌들이 쌓여 하천 흐름이 막혀있었고 주변 일대는 온통 흙탕물로 변해 있었다. 2년 전 제2대천교를 해체하고 새롭게 교량을 세우는 공사가 진행될 때 방문한 현장에서는 발파 작업 및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 주변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천미천은 비자림로에서 서식하는 법정보호종 조류들에게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하는 주요한 생태계이다. 다리 공사가 진행되는 제주도는 교량 설치 작업을 갈수기에 진행하고 오탁방지막, 가배수로침사지 등을 통해 토사 유출로 천미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천미천의 모습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랐다.

저감대책에서 약속한 184 그루의 나무들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죽은 나무들이 많았고 필자가 방문했을 때 이식한 나무들 중 상당수는 새로운 나무들로 대체되어 있었다.
▲ 비자림로에 이식된 수목 상태를 확인하는 시민들(2024. 3.24) .
ⓒ 비자림로시민모임
▲ 이식 수목 이름표가 있는 나무들은 상당수 사라지고 나무들이 새롭게 심어졌다. 2025년 10월 19일.
ⓒ 김순애
2016년 도로구역 결정고시를 통해 총 사업비 207억 원을 투입해 2020년 완공예정이었던 비자림로 확포장사업은 생태파괴 및 환경영향평가 작성 부실 논란에 이어 행정 갑질 논란을 거치면서 사업비는 265억 원으로 60억 원 가량 증가했고 사업 기간도 2025년 완공으로 5년 이상 늘어졌다.

제주도는 비자림로 공사 구간을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주행속도 역시 현행 60km/h에서 70km/h으로 높이려 했으나 환경저감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행 속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애초의 공사 목적과 모순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2018년 환경 훼손 논란이 커졌을 때 265억 원의 세비를 투입해서 10년 가까이 천미천과 비자림로의 생태계를 악화시키며 공사를 강행하기 보다 오히려 과감히 공사를 중단하고 최재천 교수의 제안처럼 비자림로 공사 구간을 자연보전지역으로 설정했더라면 제주도의 품격은 한층 높아졌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투데이에도 실립니다.필자는 제주녹색당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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