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 일가의 재산은 무탈한가?
[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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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2년 8월 24일 서울 중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하지만 국가배상법이 예정한 절차가 거의 진행되지 않거나 법원에 의해 사실상 봉쇄되는 실정이다. 나아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로부터 국가가 줄소송을 당하고 있는데 온갖 범죄와 착취를 자행하고 정부 지원금 등으로 부를 축적한 박인근 일가에 대해서도 구상권의 행사가 필요하지 않은가? 5.18 광주 학살 피해자들에게 제공된 보상금과 관련해서도 그 학살 주범들의 재산에 대해서도 구상권이 행사되어야 하지 않은가?
우선 구상권 행사에 관한 상징적인 판례를 살펴보자. 1965년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이 선임하사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사건에서, 당시 중대장은 사건 발설을 금지하고 사망 원인(死因)을 단순히 심장마비로 기재하도록 지시했으며 가해자는 처벌을 면하게 됐다. 2009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진실을 밝혀내자 유족들은 소송을 통해 국가로부터 2억 원 상당의 배상금을 수령했다. 이후 국가는 가해 군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려 했으나, 법원은 소멸시효가 경과한 사건에서 가해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은폐를 주도하지 않았다면 국가가 신의칙상 그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5다217843).
근무 중 말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를 군 부대원들과 지휘관들이 조작한 때도 법원은 가해 군인에게 은폐의 적극적 주도가 없다는 이유로 구상권 행사를 부정했으며, 2025년 8월 28일 대법원은 유사한 논리로 고문기술자 고병천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좌절시켰다.
법원은 공무원의 안정적인 직무 집행을 보장하기 위해 구상권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사고를 견지했다. 그러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서 이러한 사고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
첫째, 공권력에 의한 학살, 고문, 살해 및 사인 조작과 같은 중대한 인권범죄나 인도에 반한 범죄는 보장받아야 할 직무가 아니라 명백한 금지사항이다. 둘째, 구체적인 실행자든 적극적인 주도자든 모두 공동 범죄자이므로 '적극적 주도'와 같은 용어로 면책지대를 설정할 수 없다. 더구나 적극적 주도자들에게 구상권을 만족시킨 경우도 아닌데, 이러한 면책 논리를 펼치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 법원은 정책적 고려라는 명분으로 응보적 정의의 최소한마저 부인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집단적 은폐 행위와 조직범죄(organized crime)에 상을 줌으로써 오히려 범죄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학살, 고문 등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국가배상이나 보상이 시행된 경우, 실질적 책임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보장하는 법률, 즉 '구상권행사보장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법률을 제정할 때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① 구상권 행사 대상의 특수성 정립
구상권 행사 대상으로서 일반 불법행위와는 차별화된 특수한 불법행위를 정립해야 한다. 예컨대, 현행 과거사법 및 진실화해법이 규정하는 학살이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은 본질적으로 인권범죄이므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당연히 추정된다. 또한 공권력의 비호나 묵인 아래 중대한 인권침해를 자행했거나 이를 배경으로 부를 축적한 박인근과 같은 사인 역시 구상권 행사 대상자가 되어야 한다. 구상권의 상대방은 공직사회의 말단 실행자뿐만 아니라 기획자, 지시자, 감독자, 비호자(무죄 방면자)까지 포괄해야 한다.
② 보상금과 배상금의 동일 취급
재판에 의한 국가배상금과 보상 법률에 따른 보상금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급부의 원인이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한 것이라면 명칭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구상권의 행사대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5.18 보상법상 보상금도 5.18내란에 관여한 자들 모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③ 구상 범위의 공정한 비율 요구
구상 범위에서는 공정한 비율이 요구된다. 과거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되던 국면에서 전체 사회가 침묵하거나 소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에서, 국가 폭력에 대한 사회 대중의 책임 또한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시민사회의 대리인인 국가는 소위 인권 범죄자에게 그 책임을 적절하게 한정하는 것이 정의롭다.
④ 소멸시효 도과 시 구상권의 자동 발생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불법행위일지라도 정의와 공익의 요청에 따라 손해배상이나 보상을 시행해야 할 때는 구상권이 자동으로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안일지라도 정의와 공익의 요청으로 인해 친일재산귀속법(2005년)이 제정된 선례가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진정소급입법이더라도 공익상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정당화된다고 판결하였다. 친일파의 재산도 환수되었듯이, 국가범죄자들의 재산 역시 환수되어야 한다.
과거청산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재발 방지의 보장이다. 경험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재발 방지 수단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응보적 정의로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과거청산 과정에서 공소시효를 극복하고 중대한 인권범죄자를 처벌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민사적 책임마저 추궁하지 않는다면 이는 한국 사회에 무책임과 부인, 그리고 공직자들의 조직적 은폐를 만연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제 구상권행사보장법을 통해서라도 국가범죄자들의 남아 있는 재산과 이를 상속받은 자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글쓴이 이재승 인권연대 운영위원은 현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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