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보물찾기 한 고구마 밭, 안 팔길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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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례 기자]
지난 주 남편과 프랑스 한 달 여행을 즐겁게 마치고 귀국했다. 바로 본가인 창원으로 가지 않고 아산 아들 집에서 이틀을 푹 쉬었다. 프랑스에서 가져온 치즈랑 스낵으로 와인을 마시며 여독도 풀고 여행과 귀국 사이 틈을 이어가려 했다. 그리고 이제 집으로 가려는데 남편은 시골집 밭의 고구마가 수확 시기를 넘겼다며 거기부터 가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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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여행 프랑스 와이너리와 성, 음식 사진 |
| ⓒ 김성례 |
그러나 사실 나는 전원 생활도 좋아하지만 농사보다는 여행을 더 좋아한다. 이미 여행기 두 권을 낸 여행 작가이기도 해서 이제 내 삶의 30% 이상을 여행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런 내가 철 따라 씨 뿌리고 곁에서 돌보며 수확도 해 줘야 하는 농사일과는 맞지 않다. 그래서 농담처럼 나는 노마드형이고 남편은 정착민 스타일로 서로 다르니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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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텃밭 농사 남편의 텃밭농사 감자, 단호박,포도, 각종 야채들 |
| ⓒ 김성례 |
나로선 난생 처음 해 보는 고구마 캐는 일이 날씨도 햇빛도 적당해서 좋았다. 처음에는 의무감에 불과했는데, 가끔 하늘과 산도 쳐다보며 흙을 만지니 흙을 가르고 고구마를 찾아내는 순간 마치 어린 시절 보물 찾기할 때처럼 예상치 못했던 경이로움과 기쁨이 올라왔다. 붉은 흙투성이의 단단한 고구마를 하나씩 들어 올릴 때 남편과 함께 고구마 순을 사다 심을 때가 떠올랐다. 그간의 남편의 몇몇 수고가 있었지만 이렇게 튼실한 결실을 보다니! 내겐 오로지 햇볕과 바람과 흙의 덕분으로 돌아온 잊고 있었던 전혀 뜻밖의 선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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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구마캐기 가을걷이 고구마수확 |
| ⓒ 김성례 |
자유와 정착 사이, 균형 찾아가기
여행의 자유로움 만큼, 흙을 만지고 생명을 키워내는 일의 고귀함과 안정감이 내게 얼마나 필요한지 깨달았다. 여행과 글쓰기는 여전히 내게 소중한 바람이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과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은 나를 성장시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그러나 고구마를 캐며 바람과 흙의 향기, 그 촉감을 즐기던 순간, 나는 밭을 팔아치우려 했던 이전 생각은 너무 짧고 경솔했음을 인정했다.
땅은 내 존재의 베이스캠프요, 삶의 본질적인 리듬을 일깨워주는 존재이기에 이 땅에서 얻는 소소한 기쁨과 생명의 경이로움은 그 어떤 화려한 여행 경험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또 다른 핵심 가치였다. 앞으로도 바쁘게 여행을 다니고 돌아와 다시 흙을 밟으며 나는 진정한 균형과 행복을 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여행과 농사, 두 가지 다른 삶의 방식이 서로 시너지를 주며, 오히려 나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삶을 완성해 줄 것이라 믿게 되었다.
프랑스에서의 눈부신 햇살 아래 펼쳐진 포도밭, 예술혼이 가득한 도시의 거리 등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보며 꿈꾸었던 삶의 방식이 다시 돌아와 이 곳 내 땅과의 그 균형 속에서 더욱 피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호미로 흙을 파고 맨손으로 흙을 만지며 고구마를 캐는 행위가 마치 일종의 명상처럼,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게 하듯이 여행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떠도는 자유를 주었다면, 흙을 만지는 경험은 다시금 '땅'이라는 근원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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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구마 가을걷이 고구마 수확 |
| ⓒ 김성례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채택되고 난 후 브런치, 블로거에도 실립니다. 기사 채택 후 프랑스 현지가정 호스트 여행이야기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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