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일 그렇게 할 거면 그냥 나가라 [신필규의 아직도 적응 중]
[신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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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보고 든 생각이다. 조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궁금했다. 과연 그는 무슨 말을 할까. 그렇게나 국회 출석을 회피하더니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는 뭘까. 조 대법원장이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전하든 그가 결심을 굳힌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감을 확인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증언을 거부했고 증인 선서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참고인 신분으로 질의를 받게 된 이후에도 입을 꾹 닫고 허공을 바라보며 침묵을 유지했다.
우선 이 태도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고위공직자가 국정감사장에서 보이기에는 부적절한 태도였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국정감사란 공직자들은 혼이 나고 의원들은 호통을 치는 자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단순히 그렇지만은 않다.
당연한 것을 부러 강조하자면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직접 선출한 대의기관이다. 의원들이 때로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국민들에게는 대법원장과 같은 고위공직자가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 왜 그렇게 하는 건지 물어보고 견제할 힘도 시간도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표로 의사를 모으고 대의자에게 권력을 위임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공직자들에게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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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가 선언되자 법사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 ⓒ 연합뉴스 |
고위 공직자들이 개인의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자리에 부여되는 권한은 그들의 것이 아니다. 그걸 자기 것으로 착각할 때 권력 사유화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의원의 질의를 국민에게 위임받은 힘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식했다면, 저렇게 오만한 무시로 일관할 수 있었을까? 그런 인식을 못 하는 사람이 자기가 가진 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장에 정말 왜 나왔을까. '증인으로서 출석할 수 없다, 증언하지 않겠다, 선서도 하지 않겠다, 질문한다면 침묵하겠다.' 이 의사는 서면으로 밝혀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는 굳이 국정감사장에 나왔고 결국 참고인 신분으로 자리에 앉은 채 꾸역꾸역 질의를 받았고 모두 다 무시했다.
질의를 하는 사람도 거기 앉아 있는 본인도 괴로울 짓을 왜 하는 걸까. 표면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우둔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조 대법원장의 행동이 수동적인 회피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수단이 침묵일 뿐, 조희대 대법원장이 보내는 메시지는 무척 명확했다. '너희가 아무리 나에게 물어봐라. 내가 꿈쩍하지 않으면 너희는 아무것도 못 한다.'
이건 명백한 힘의 과시다. 그리고 자기 것도 아닌 힘을 누군가 과시한다면 우린 그걸 '부당한 권력 사유화'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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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5월 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왼쪽부터) 마용주, 박영재, 신숙희, 권영준, 오석준, 이흥구, 조대희, 오경미, 서경환, 엄상필, 노경필, 이숙연. |
| ⓒ 사진공동취재단 |
물론 법관이 모든 사건에 기계처럼 동일한 판단을 내릴 순 없다. 하지만 경향이라는 건 있다. 이제까지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쪽으로 판례를 쌓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사실공표 위반 혐의에 대해선 그에 반하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절차적인 면에서도 대선 전에 선고를 내리기 위해 절차를 지나치게 급하게 진행한 건 아닌지, 사건 검토는 제대로 한 것인지도 의심을 받고 있다.
물론 대법원의 판결이 절차를 심대하게 위반했거나 위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선고를 이유로 법관에게 책임을 묻거나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시 대법원의 행태를 그냥 넘길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결과도 절차도 지나칠 정도로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설명이 필요하다. 대법원이 정치적 논란이 될 사안을 빠르게 종식시키기 위해 그랬다고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금껏 대법원이 그러한 종류의 모든 사건에 신속한 판단을 내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속도'만 놓고 보자면 사례가 전무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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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이럴수록 필요한 건 더욱 진솔한 해명이다. 절차가 그렇게 빠르진 않았다거나, 사실은 재판 기록을 이만큼 오래 봤다고 변명해선 안 된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했다면 어떤 이유에서, 어떤 논의를 통해,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밝히면 된다. 과정 자체가 납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해명을 가장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대법원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하지만 앞서 적은 것처럼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정확히 정반대로 행동했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고 양해조차 구하지 않았다. 기관장으로서 대법원이 현재 받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체 불가능한가? 조 대법원장이 사법에 있어 유일무이한 능력자라 그가 아니면 대한민국에 대법원장을 할 사람이 없나? 그렇진 않을 것이다. 지금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대법원장이 꼭 조희대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기관장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나? 글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언급했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인식은 의심스럽고 태도는 불량하고 기관의 신뢰와 관련한 직무는 유기하고 있다. 반드시 대법원장이 조희대여야 할 이유도 없는데, 심지어 최근 조 대법원장의 행보는 그를 그 자리에 남겨두어야 할 이유마저도 없앴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이유로 나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탄핵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장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을, 아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사람을 기관장으로 앉혀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태도가 저런 식이면 '나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답은 하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자리를 정리하라. 사퇴하고 나가시라. 일을 바로하기 싫다면 결자해지라도 해라. 적어도 대법원을 불안한 눈으로 볼 필요가 없어지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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