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나고 싶다는 트럼프…그 만남 챙길 최선희는 러시아로

심석용 2025. 10. 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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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4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 1월 최 외무상의 방러 이후 10개월만인 이날 면담은 당초 예정에 없었다.AP=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의 양자·다자 외교 등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이 러시아를 방문한다는 북한 관영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참석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피력했음에도 우선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신 반미연대'를 과시한 우방국과의 연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외무상 최선희 동지가 러시아연방과 벨라루스를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들 국가 외무성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외무부가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이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러시아를 실무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 방문까지 고려할 경우 최 외무상의 순방이 트럼프의 방한 일정과 겹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가 24일(현지시간) APEC 계기 방한 기간에 김정은과 회동하겠단 뜻을 밝힌 상황에서 북·미 간 실무현안을 총괄하는 최선희가 평양을 비우는 것을 두고 북·미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러시아와의 혈맹 중시 노선을 재확인하면서 트럼프를 압박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김정은은 트럼프가 직면해 있는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자신이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짚었다.

북한은 전통적인 혈맹인 중국과의 밀착에도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노동신문은 이날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지난 25일 평양에서 중공군 6·25전쟁 참전 75주년(10월 25일)을 기념하는 연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참석자들이 "전통적인 조중(북·중) 친선협조 관계의 끊임없는 강화 발전과 두 나라의 부강번영을 위해 잔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정은도 지난 24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아 참배하며 북·중 혈맹을 과시했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이 6·25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전사한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의 장남인 마오안잉(毛岸英)의 묘에 헌화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토대로 한·미·일 연대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며 "트럼프가 이미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만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성된 정세를 최대한 활용해 몸값을 올리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동지가 중국인민지원군 조선전선(6·25전쟁) 참전 75돌 즈음해 지난 24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찾으시고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日 언론 "북한 통역원, 몽골서 한국 대사관 통해 망명"
일본 교도통신은 25일 태형철 북한 사회과학원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지난 8월 말 몽골 울란바토르를 방문했을 당시 북한 통역원이 한국 대사관을 통해 망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통역원의 소속기관이나 직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한 당국이 자국민의 해외 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사회적 지위가 있는 엘리트층으로 추정된다는 게 교도 측의 설명이다.

교도는 이어 "북한이 최근 몽골 주재 대사를 교체했다"며 "이번 사안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책임을 추궁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체제에서 엘리트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며 "북한은 한국을 적국으로 규정했지만, 외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엘리트 중에는 폐쇄적 체제에 회의감을 품은 사람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태 원장은 지난 8월 몽골 방문 당시 몽골 측에 적대적 두 국가론과 통일 포기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지지를 구했다고 한다. 북한이 학술기관 수장을 몽골에 파견한 건 7년 만이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와 통일부는 "확인해드릴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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