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그린 가장 현실적인 핵전쟁 시나리오
[김건의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 8년 만에 신작을 가져왔다. <허트 로커>(2008)와 <제로 다크 서티>(2012)에서 전쟁의 극한 상황 속에 놓인 개인을 추적했던 감독은 그 시선을 확장해 전쟁 그 자체를 겨냥한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정체불명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18분, 그 짧은 시간 동안 백악관과 펜타곤, 군사기지를 오가며 시스템 전체의 작동과 마비를 동시에 포착한다. 2024년에 러시아가 핵 독트린을 변경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지금, 영화는 불편할 정도로 시의적이다.
다큐멘터리같은 리얼리즘, 숨막히는 1막
3막 구성의 영화는 먼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군사기지의 평범한 아침으로 시작한다. 다니엘 소령(앤서니 라모스)이 지휘하는 팀이 미확인 ICBM을 감지하는 순간부터 핸드헬드 카메라는 관객을 현장에 던져 놓을 것 같은 기세로 사람들을 비춘다.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백악관 상황실로 전환되는 시퀀스는 압권이다. 올리비아 대위(레베카 페르구손)가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 프로토콜을 가동하는 과정을 카메라는 숨 가쁘게 따라간다.
시카고까지 18분. 이 간단한 정보가 상황실에 전달되자 영화는 18분간 서스펜스를 발생시켜 스크린 너머 관객을 휘어잡겠다고 선언한다. 캐스린 비글로는 군사 용어와 프로토콜을 밀도 있게 사용하며 전시 상태에 걸맞은 위기감을 극대화한다. 백악관 상황실, GBI(Ground-Based Interceptor) 같은 약어들이 연속적으로 나오지만 전문용어의 홍수가 오히려 관객을 압도한다.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사람들의 생존을 결정한다는 아이러니를 체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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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스틸. |
| ⓒ 넷플릭스코리아 |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동일한 상황 18분을 3개의 관점에서 반복하는 구조다. 1막이 현장에 가장 가까운 상황실이었다면 2막은 이 상황을 브리핑받는 군부의 시각으로, 3막은 미국 대통령(이드리스 엘바)의 시점으로 같은 시간을 재구성한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상황을 다른 인물의 시각에서 반복될수록 긴박한 상황에서 피부로 느껴졌던 위기감이 1막에 비해 줄어든다는 점이다. 1막의 압도적인 몰입감은 2막에서는 조금 더 거리감을 두었고, 3막에서는 군통수권자인 대통령 개인의 고뇌에 집중한다. 이러한 구성은 서스펜스를 연속적으로 만드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배치로 보인다.
앤서니 장군(트레이시 레츠)이 타국을 향한 보복 공격을 주장하는 2막에서 관객은 ICBM이 어디로 떨어지는지 이미 알고 있고 요격도 실패한 사실을 안다. 대통령이 헬리콥터 안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3막에 이르면, 관객은 무력감에 젖어 든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관점에서 보든, 자국으로 향하는 미사일을 막지 못했고, 도시와 시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을게 확정적이며 해결책은 없다.
3막에서 국방장관 리드 베이커(제러드 해리스)는 시카고에 있는 딸에게 사실을 전달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선택을 한다. 국가 안보 시스템의 정점에 있는 인물조차도 핵무기로부터 가족을 지키지 못하는 무력감. 견고할 것만 같았던 방공시스템이 총알로 총을 맞추는 확률에 가까웠다는 아이러니함. 캐스린 비글로 감독은 이 장면을 감상적으로 다룰 생각도 없다. 건조한 카메라 앵글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넌지시 관조할 뿐이다.
'지구는 다이너마이트로 지은 거대한 집'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핵 공포 영화들의 직계 후손이다. 시드니 루멧 감독의 <페일 세이프>나 믹 잭슨의 <스레드>가 핵무기의 공포에서 태어난 영화였다면, 캐스린 비글로는 이번 영화에서 핵전쟁의 시뮬레이션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언제든 핵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심어둔다. 영화는 미국을 향해 날아드는 미사일의 출처를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 그들의 정보망에 걸려있는 러시아나 중국, 북한일 수도 있고 AI의 혼선으로 인한 시스템 오류일 수도 있다. 모호함은 현재의 지정학적 불안을 더욱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지구상에는 9개국이 1만 2000개 이상(2023년 기준)의 핵탄두를 보유했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 속 대통령은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 우리가 다이너마이트로 가득 찬 집에서 산다고 하더라"라고 말한다. 은유가 아닌 사실이다. 당장 유럽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전쟁 와중에 러시아는 비핵국가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공격할 경우 핵 사용이 가능하다고 독트린을 변경했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상상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현실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라고 말한다.
영화는 미사일이 시카고에 떨어졌는지, 대통령이 타국에 보복공격을 가했는지, 사람들은 얼마나 죽었는지 보여주지 않고 암전된다. 관객을 영구적 불안 상태에 남겨두려는 선택이다. 오래전부터 캐스린 비글로는 핵무기와 비확산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이 모든 무기에 대해 무엇을 할지 결정하라는 초대장이다. 또한 세계를 전멸시킬 수 있는 무기가 어떻게 좋은 방어수단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위시한 상호확증파괴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관객에게 위로나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생각조차 않는다. 오직 경보를 울릴 뿐이다. 2025년 현대 역사상 가장 진지하지 못한 미국 정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더욱 특별해 보인다. 캐스린 비글로는 질문 자체의 부조리함을 관객들에게 2시간 남짓 체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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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스틸. |
| ⓒ 넷플릭스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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