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인생 이모작... 오늘도 카메라 들고 바다로 간다

진재중 2025. 10. 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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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사람, 그 현장을 기록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여정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진재중 기자]

 드론 날리는 현장을 AI로 형성
ⓒ 진재중
나는 오랫동안 현장을 누비며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인이었다. 카메라와 마이크로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문제를 드러내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내 사명이었다.

그런 내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글을 쓰는 일은 방송제작보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영상으로 생생히 전달되던 현장이 글 속에서는 자칫 말라버린 풍경으로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남다른 기사를 쓰려 애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다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 소리를 담아내고, 해안 침식을 그림처럼 그려내며, 사라져 가는 해조류의 흔적을 어민들의 아픔과 겹쳐내면 글은 자연스레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는 곧 내 일상이자 소명이 되었다.

내 첫 기사는 환경부가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해안사구'로 지정한 안인사구를 정작 지켜내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한 것이었다(관련기사: 강릉 하시동·안인해안사구 해안,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https://omn.kr/22l1b)

모래 위에 무너져가는 생태계와 관리 부실의 민낯을 담은 이 기사는 '시작점'이자 '각성의 기록'이었다. 글을 쓰는 일이 단순한 보고가 아니라 변화를 촉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다.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로 올린 강릉.안인사구
ⓒ 진재중
그 후 내 손에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드론이 있었고, 모래밭을 두 발로 걸으며 영상을 담고 소리를 기록하는 카메라도 있었다. 바닷속으로는 고프로가 들어가 해조류의 넘실거림과 바다사막화의 아픔을 생생히 실어냈다. 이들은 나의 기사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이자 동반자였다.

그러나 그 동반자들과의 여정이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하늘에 띄웠던 드론은 바닷속으로 잠수해 되돌아오지 않았고, 파도를 담던 카메라는 소금기에 절여져 셔터를 닫아야만 했다.

바다 현장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했지만, 그만큼 진실을 약속했다.

파도보다 더 멀리 파장 일으킨 오마이뉴스 기사

그 진실은 통했다. 모래밭을 걸으며 연안 침식 문제를 제기했던 기사들은 국정감사 자료로 활용되었고, 해조류가 사라진 바닷속을 담아낸 글은 전문가와 관계자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단서가 되었다.

처음에는 '오마이뉴스에 채택만 되어도 다행이다' 싶었던 기사가 시간이 흐르면서 거센 파도보다 더 멀리 파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24년 9월 24일 오마이뉴스 <해안침식 전문가들, 안인해변 점검나섰다> 기사
ⓒ 진재중
 2024년 12월 30일 오마이뉴스 <한겨울에 다시마를 심는 사람들, 바다숲 살아야 어민도 산다> 기사
ⓒ 진재중
오마이뉴스가 정한 네 단계 ― 잉걸, 버금, 으뜸, 오름 ― 중 최상위 등급인 '오름'에 하루 두 편이 채택되는 행운을 누린 날도 있었다. 지금까지 '오름' 등급에 오른 기사만도 30여 편을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강릉 물 부족 문제를 다루며 농민들의 아픔을 대변했던 기사("바로 앞에 저수지 있는데"... 강릉 농민들의 분노 https://omn.kr/2f9ux)는 수많은 댓글과 함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단순한 기사 한 편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와 시대적 고통을 드러내는 기록이 독자에게 울림이 되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기사가 채택되어 보도되면 신문·방송사에서 취재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고, 독자들로부터 "시의성 있는 기사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 기사에 등장한 인물(인터뷰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연락도 잇따랐다. 이 모든 것이 오마이뉴스라는 열린 매체의 영향력이었다.
 강릉 물부족 문제를 다룬 오마이뉴스 기사
ⓒ 진재중
돌아보면, 나의 글은 그저 기사가 아니었다. 파도 소리를 기록한 메모였고, 해안선이 후퇴하는 현실을 담은 그림이었으며, 어민의 눈빛 속에 담긴 고통을 대신 전하는 목소리였다.

방송인으로서의 경험은 기자로서의 글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 글들은 어느새 바다의 일기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 어느덧 200여 편의 기사가 되었다. 애초 '한 백여 개만 써보자'던 계획을 훌쩍 넘어섰고, 이제는 '1000개의 기사는 써야지'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시민기자로서의 여정이 한 권의 책으로
▲ 동해안 앞바다의 일출 해안가에서 이 영상을 담으려다 카메라가 파도에 잠겼다
ⓒ 진재중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출판사에서였다.

"선생님께서 오마이뉴스에 연재하신 글(해안환경리포트)을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안선과 바다 생태계가 처한 위기를 생생하게 기록하신 글은 책으로 묶여 더 많은 독자에게 전해져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 책을 통해 단순한 환경 보고를 넘어, 해안 개발 현장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싶습니다."

그 메시지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책을 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로 뛰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해 온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아닐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이 책을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해안과 해양 생태계, 그곳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기록으로 엮고자 한다. 모래언덕과 해조류 숲이 위기에 처한 현실을 기록하며 아파하는 모래 위의 식물들을 위로하는 글이 되고자 한다.

<해안침식과 해양환경 그리고 그 속의 삶을 기록하다!>(가제)라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 해안환경리포트가 다시 태어난다. 그렇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의 여정은 한 권의 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접속이 아닌 접촉하려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향한다.

☞ 진재중의 해안환경 리포트 연재 보기(https://omn.kr/2a6r4)
 AI로 해안현장을 취재하는 사진을 형상화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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