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송금·결제 → ‘스스로 돈 버는 달러’ [홍익희의 비트코인 이야기]
글로벌 금융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는 여전하다. 오히려 최근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 형태를 통해서다. 다가오는 스테이블코인 시대에서 달러는, 기존에 지녔던 단순 가치 저장과 결제 수단의 기능을 넘어 ‘돈을 벌어오는 달러’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리프트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역할은 단순했다. 1세대인 테더(USDT), 서클(USDC) 등은 ‘1코인=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데 충실했다. 이때는 송금과 거래, 결제 정도가 스테이블코인 기능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스테이블코인 역할은 다양해졌다. 스테이블코인을 보유만 하고 있어도 이자나 배당 등을 주는 ‘차세대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며 디지털 예금 시대를 열어젖혔다.
그중 하나가 2024년 6월 발행된 ‘리프트달러(USDL)’다. 미국 암호화폐 기업 팍소스아랍에미리트(UAE) 주재 사업체 ‘팍소스인터내셔널’은 아르헨티나를 첫 시장으로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리프트달러를 출시했다.
리프트달러는 미국 달러와 1:1로 연동되며 이더리움 기반으로 발행된다. 토큰 보유자에게 매월 자동으로 이자가 지급된다. 리프트달러는 달러 예금, 단기국채 등의 유동자산으로 구성된다. 보유자는 현재 리프트달러를 통해 약 5%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리프트달러가 미국 소재 ‘팍소스’가 아니라 중동 소재 ‘팍소스인터내셔널’에서 발행되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사용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암호화폐 자산시장규제법(MiCA)도 이를 금지한다.
달러나 유로화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지급하면 달러나 유로화 은행 시스템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은 이를 피해 중동이나 면세 지역에서 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자가 발생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다.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제도권이 그대로 두지는 않았다.
유럽은 2024년 6월 MiCA를 발효,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준비금을 100% 보유해야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보유자에게 이자 지급은 금지했다. 은행 예금과 직접 경쟁을 차단하고 금융 안정성을 지키려는 의도에서다.
올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된 미국 지니어스 액트 역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면 ‘무허가 은행’으로 간주, 연방 예금보험·증권 규제를 적용한다. 당국은 “이자형 스테이블코인은 그림자 은행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며 뱅크런과 통화 정책 무력화를 우려한다. 미국·EU는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현금’으로만 사용하게 하고, 이자 기능은 차단하려는 것이다.

투자 수익 배분…YLDS, USDe, sDAI 대표적
규제 일변도 속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2025년 2월 SEC가 ‘YLDS(Yield Bearing Stablecoin)’이라는 새로운 이자형 스테이블코인을 공개 증권 형태로 승인한 것이다. 이는 미국 최초의 합법적 이자 지급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피겨마켓(Figure Market)이 발행하는 YLDS는 블랙록의 프라임 머니마켓펀드에 투자한 이익을 매월 배분하고, 연 3.85% 이자를 자동 지급한다. 예치가 아닌 단순 보유만으로 수익 발생. 사실상 미국 최초의 합법적 ‘디지털 달러 예금통장’인 셈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역시 ‘BUIDL’라는 토큰화 머니마켓펀드를, 프랭클린템플턴은 ‘BENJI’를 출시했다. 이는 매월 이자를 받는 수익형 RWA(실물자산 토큰) 상품이지만 언제든지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될 수 있어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을 띠고 있다. 현재는 기관 투자자 중심이지만, 점차 개인에게도 열릴 가능성이 크다.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간다.
에테나랩스에서 발행하는 이더리움 기반 합성달러인 ‘USDe’는 기존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단기국채 담보에 의존하지 않고, 델타 중립 헤징 전략과 현물+숏 포지션 구성을 통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한다. 곧 선물 시장 펀딩 수수료와 파생상품 차익을 이용해 연 10~15% 정도 수익을 창출 보유자에게 분배한다. ‘예금 이자’가 아닌 ‘투자 수익 공유’로 분류돼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이 밖에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다이(DAI)에 예치된 자산을 미국 단기국채 MMF에 투자해 발생된 이익을 자동 반영하는 ‘sDAI(Stable Diffusion Android)’, 테더 공동창업자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이자형 스테이블코인 ‘파이프로토콜(Pi Protocol)’도 주목받는다. 이들 스테이블코인 모두 글로벌 자본 시장 수익을 전 세계 누구나 클릭 한 번으로 얻을 수 있게 만든다. 은행 계좌가 없는 17억명의 인구에 새로운 금융 기회를 열어주는 셈이다.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의 장단점
높은 투자 매력도 vs 규제 리스크
이제 싸움은 ‘달러를 단순히 옮길 것인가’, 아니면 ‘달러가 돈을 벌어오게 할 것인가’ 구도가 됐다.
전자는 단순히 송금과 결제 기능만 갖춘 ‘규제 친화형 스테이블코인’이다. USDC, PYUSD, RLUSD 등이 대표적이다. 장점은 법적 안정성과 대기업·공공기관 채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자가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후자는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다. 앞서 언급한 USDe, sDAI, YLDS 등이 여기 해당한다. 장점은 높은 투자 매력도와 글로벌 사용자 확보 가능성이다. 단점은 규제 리스크와 변동성 위험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다. 이제는 달러 패권, 은행 예금 시장, 자산운용 산업까지 흔드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2030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3조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달러는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는 돈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나 투자자 수익을 위해 스스로 일하는 자산이 됐다는 점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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