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도 야간 산불 잡는데…1220억 산불 헬기는 밤에 못 뜬다, 왜
김방현 2025. 10. 25. 08:01
헬기를 판 회사가 경영 위기에 놓여 야간 비행 교육을 해줄 수 없었다. 또 비행 여건에 맞는 날을 골라 야간 비행 훈련하기도 쉽지 않았다. 산림청은 미국에서 대형 산불 진화 헬기를 사 놓고도 야간 진화 현장에 한 번도 투입하지 못한 사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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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운행 가능한 헬기 사용 못 해
25일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실에 따르면 산림청은 2018~2020년과 2022년 등 4년간 미국 에릭슨사에서 대형 산불 진화 헬기인 S-64를 연간 1대씩 총 4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매입에 쓴 돈은 총 8563만 달러(약 1220억원)였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진화 헬기 50대 중 야간 운행이 가능한 헬기는 수리온 3대와 S-64 4대 등 총 7대다.
S-64는 담수량 8000L 규모의 대형헬기다. 이는 1대당 도입 가격이 2000만 달러가 넘지만, 도입 이후 야간 운행에 한 번도 투입하지 못했다. 야간 비행 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28일 대구시 북구 함지산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수리온 2대만 야간 진화에 투입됐다. 수리온 담수량은 2000L로 S-64의 4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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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10m이상일 때 비행 못 해
산림청에 따르면 S-64를 야간에 비행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훈련된 조종사가 필요하다. 훈련 시간은 이론 4시간, 실습 16시간 등 20시간이다. 그런데 실습 조건이 까다롭다. 가시거리가 5㎞정도 확보되고 해발 600m 이하에 구름이 없어야 한다. 또 바람이 초속 10m 이내로 불 때만 비행할 수 있다. 야간에는 안전 문제 때문에 한 번 비행 시 5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또 야간 헬기 착륙시설이나 야간 표시등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 때문에 기본 실습 시간 16시간을 채운 다음에도 수시로 훈련이 필요하다고 산림청은 설명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 4월 대구 함지산 산불 당시에는 이런 조건이 모두 맞았기 때문에 밤에 불을 끄러 출동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남 산청이나 경북 의성 산불 때는 바람이 거세고 연기가 너무 많아 야간에 헬기를 동원할 수 없었다.

야간 운행이 가능한 헬기는 장비에도 차이가 있다. 조종사는 야간에도 시야 확보가 가능한 '나이트 비전 고글(NVG)'을 착용하고, 계기판도 밤에 식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헬기를 판매한 미국 에릭슨사 사정도 야간 조종사 훈련을 더디게 했다. 산림청은 당초 에릭슨사 조종사에게 야간 조종 훈련을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조종사 등 상당수 인력을 해고했다고 산림청은 전했다. 이 바람에 에릭슨사에 교육을 맡길 수 없었다. 이후 산림청은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수리온 조종사 가운데 1명을 야간 비행 훈련 교관으로 양성했다. 이 교관이 S-64헬기 조종사 7명을 교육한다. 이 헬기에는 조종사가 대당 2명씩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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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내년 2월 조종사 현장 투입 가능"
산림청 관계자는 “야간 헬기 비행은 불빛이 없는 깜깜한 밤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라며 “안전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는 산불이 나도 야간에 헬기를 띄우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김남용 사무관은 “야간헬기 조종사를 내년 1월까지 교육해 내년 2월부터 야간 산불에도 투입하겠다”라며 “앞으로 산불이 잦은 봄철에도 진화 작업이 더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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