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미터.'와 '신인감독 김연경'... 일본 학생들이 부러워졌다
[김성호 평론가]
육상의 꽃이 무엇일까. 적잖은 이가 100m(미터) 달리기 종목을 꼽을 것이다. 단 10초 내외의 승부지만, 수많은 이가 주먹을 꼭 쥐고 지켜보는 육상의 흔치 않은 인기 종목이 바로 100m 달리기다. 그저 100m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이를 가리는 종목의 상징성을 바로 이 종목이 갖고 있는 것이다. 우사인 볼트, 칼 루이스 등 육상 종목 불세출의 스타들이 모두 이 종목에서 나왔다. 대지를 박차고 달려 인간이 이를 수 있는 가장 빠른 나아감에 이르는 것, 100m를 달리고 또 지켜보는 이유가 아닌가.
그런데 말이다. 한국 육상에서 100m가 없어졌단 충격적 소식이다. 바로 여자 육상, 100m 국가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것도 벌써 15년이나 됐다는 이야기다. 한국 여자 단거리 육상대회에서 1등을 해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다. 육상연맹이 2010년을 끝으로 여자 100m 국가대표를 뽑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자원은 제한돼 있으니 그나마 메달 획득에 가망이 있는 종목에 집중하겠단 것이다. 계주며 중장거리와 같은 종목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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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 미터.' 스틸컷 |
| ⓒ 미디어캐슬 |
이 영화에서 그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바로 주인공 토가시의 고교시절이다. 어릴 적 별 노력 없이도 언제나 가장 빠른 아이였던 토가시는 중학교에서 마음을 다치고 육상을 포기하려는 마음을 먹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록이 나아지지 않은 때문이다. 주변의 다른 이들은 조금씩 향상되는 반면, 저는 언제나 제자리걸음이다. 나아지지 않는 성적이 마침내는 종목에 대한 애정마저 갉아먹었던 것이다.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갈망하게 되고, 갈망은 먹이를 주지 않으면 스스로를 갉아먹는다는 것. 토가시의 애정이 그렇게 갉아먹혀간다.
그러나 고교시절, 토가시는 부활한다. 육상이 전혀 유명하지 않은 학교로 진학한 왕년의 유망주는 저보다 먼저 저와 같은 길을 간 니가미 선배를 만난다. 이들의 부활이 영화 < 100 미터. >의 한 장을 이룬다. 이 에피소드에서 눈여겨 보게 되는 것은 일본 학생체육의 현실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열의를 갖고 저마다의 최선과 경주하는 일이 이뤄진다. 학업과 병행하며 체육을 이행하는 이들이 각 학교에만 수십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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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감독 김연경' 방송화면 |
| ⓒ MBC |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이 있다. 야구와 축구를 다룬 스포츠 예능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전설적 스타인 김연경을 앞세워 얼마 다르지 않은 틀로써 제작된 MBC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방송에서 김연경이 감독을 맡은 원더독스가 일본 고교 배구 최강팀이라 불리는 슈지츠 고교팀과 한일전을 치르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슈지츠 고교와 일본 고교팀, 그를 설명하는 가운데서 자연히 한국 배구의 현실이 드러날 밖에 없다.
일본 고등학교 배구팀은 전국 수천 개에 이른다고 평가된다. 이 중 동아리 수준을 넘어 정식 학교체육팀으로, 인터하이라 불리는 고등학교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팀이 약 500여 개가 된다. 인터하이와 함께 전 일본 배구 고등학교 선수권 대회, 이른바 봄고배구까지 고교 전국대회라 불리는 무대 본선에 참가하는 팀은 최상위 40여 개다. 본선 진출만도 경쟁이 치열한 일본 학생배구는 초라한 한국배구의 현실을 돌아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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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 스틸컷 |
| ⓒ 찬란 |
올해 '씨네만세'에서 다루었던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란 영화가 있다. 일본 여자고등학교에서 조정부로 활약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청춘 성장 애니메이션이다. 한국 여고에 조정부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도 부원 부족으로 폐부 위기를 넘기며 그 안에서 극복과 성장, 성취의 이야기를 다뤄낸 이와 같은 작품이 한국에선 아예 존재 자체가 불능에 닿지 않을까 우려할 밖에 없는 일이다. (관련 기사 :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 일본 동아리 문화에서 배워야 할 점)
한국에서도 조정뿐 아니라 여러 스포츠가 사회인이 참여한 가운데선 활발히 운영된다. 생업을 하면서도 사회인 대회에서 조정 종목 우승을 거머쥔 바 있는 지인 김도운씨는 "조정은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하며 동료들과 진한 유대를 나누고 삶을 충만하게 하는 스포츠"라며 "생업 이외에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일이 삶의 슬픔을 중화시키고 내가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고 그 의미를 강조해 말했다. 나는 이에 공감한다. 사회인이 할 수 있다면 학생은 왜 아닐까. 일본과 한국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지는 아니한가.
영화 < 100 미터. >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건 한국의 문화적 저변이 일본에 비하여 무척이나 얄팍하다는 인식이다. 소위 엘리트 체육 진흥을 통하여 한국은 열악한 저변에서도 훌륭한 선수를 길러내고 탁월한 성적을 내어 왔다. 그러나 그 사이 한국인 일반은 스포츠를 삶 가운데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협동심을 기르며 충만한 삶의 가능성을 도모할 기회를 잃어온 것이다. 나는 그를 개탄스럽게 여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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