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차관님, 당장 판교 아파트 파실래요? [편집장 레터]
다이어트해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처절한 식단 조절과 단내 나는 운동으로 살을 뺀다 한들, 원래 체중보다 더 찌는 요요현상을 경험하곤 합니다. 두서너 번 겪다 보면 좌절감에 휩싸이죠. 아무리 노력해봤자 체중 감량에 성공하리라는 기대감은 사라지고, 다이어트를 아예 포기합니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 작동하는 겁니다.
정권마다 내놓는 부동산 정책을 보고 요요현상을 떠올렸습니다.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잠시 하락하는 듯해도 다시 반등해 최고가를 찍곤 했죠. 특히 민주당 정부 때 그랬습니다.
그래도 마음 깊이 응원했습니다. 한 나라를 이끄는 정부가 ‘무기력증’에 빠져 부동산 안정화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10·15 대책을 낼 때도 고민이 많았으리라 이해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실망스럽습니다. 이번 대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허점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자세한 내용은 커버스토리에서 다뤘습니다.
정책당국자의 내로남불은 더 참담합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신뢰와 실천 의지가 핵심입니다. 공직자가 정책과 발맞춘 개인 행보를 보이면 국민은 믿고 따라가죠.
그런데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헛웃음 나오는 얘기를 하더군요. “평소 돈을 모은 뒤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라”는 겁니다. 지금 집값이 노동소득으로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살 수 있는 수준인지, 정말 집값이 떨어진다고 자신하는 것인지 의아하더군요. 이 차관이 배우자 명의로 최고 호가 42억원짜리 판교 아파트에 투자했다는 점은 더 어이없습니다. 대출로 집을 사는 갭투자를 단단히 막겠다는 게 정책 핵심인데, 정작 주무부처 차관은 갭투자로 차익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막았습니다.
정부·여당의 황당한 시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억원짜리 아파트는 서민이 사는 곳이라고 합니다. 10·15 부동산 대책이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에 대해 “서민이 살 만한 집을 건드리지 않았다”며 한 말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15억원짜리는 서민 아파트’라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을 만날 일이 꽤 있습니다. 연예인, 먹거리, 여행, 학교생활, 직상 상사 등을 소재로 재잘재잘 웃고 떠들다가도, 내집마련 얘기만 하면 입을 꾹 닫습니다. 어떻게 미래 설계를 해야 할지 도무지 답이 없어서입니다. 부모에게 물려받는 길밖에 없다는 ‘웃픈’ 결론에 모두 서글퍼집니다. 내집마련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돈을 모으겠다는 동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역시 ‘학습된 무기력’입니다. 젊은이들이 착실한 자금 축적보다 대박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일지 모릅니다.
정부에 간단한 성공 팁을 제안하겠습니다. 국토차관께서 부동산이 떨어진다 하셨으니, 본인 믿음대로 당장 판교 아파트를 파시면 어떨까요? 그럼 부동산 시장이 반응할 겁니다. 안정화 이후 싼 가격에 다시 구매하시길요. 공직자로서의 언행일치 기대하겠습니다.
[명순영 편집장·경영학 박사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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