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황금빛 사라진 들녘…벼 깨씨무늬병에 시름 깊어진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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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농사는 완전 망했습니다. 겉은 노랗지만, 벼 속이 여물지 않아서 속이 타들어갑니다."
콤바인 운전대를 잡은 농민 최모(65)씨는 "올해는 흉작이라 수확을 해도 웃을 수가 없다"며 "벼가 속이 비어서 낟알이 안 찼어요. 겉보기에만 노랗지, 알곡은 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벼 잎에 곰팡이성 병해가 번지기 시작했고, 그 병이 바로 '깨씨무늬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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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장마 여파로 벼 ‘속 빈 이삭’ 확산
전북도 4432㏊ 피해…“㏊당 82만원 보상도 역부족”

“올해 농사는 완전 망했습니다. 겉은 노랗지만, 벼 속이 여물지 않아서 속이 타들어갑니다.”
23일 오후 전북 김제시 진봉면 한 들녘. 김제평야와 만경평야가 맞닿은 금만평야로 불리는 이곳 일대는 호남평야의 한복판인 대표적인 곡창지대다.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논 사이로 붉은색 콤바인(복합수확기)이 쉼 없이 벼를 베고 있으나 수확하는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다.
황금빛 들판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벼 잎과 줄기에는 갈색 반점이 퍼져 있었고, 이삭은 속이 텅 비어 있었다. 추석 무렵 내린 많은 비와 강풍으로 인해 들녘 한쪽의 벼들은 일어서지도 못한 채 그대로 누워 있었다. 콤바인 운전대를 잡은 농민 최모(65)씨는 “올해는 흉작이라 수확을 해도 웃을 수가 없다”며 “벼가 속이 비어서 낟알이 안 찼어요. 겉보기에만 노랗지, 알곡은 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전북 김제 지역의 쌀 수확량은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진봉면 석소DSC(건조·저장시설) 책임자 박선재(40)씨는 “정선기(곡물 선별기)에 넣으면 껍질이 비어 있거나 쭉정이가 너무 많다”며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1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삭이 패는 시기였던 7~8월, 3주 가까운 장마가 이어지며 일조량이 급감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벼 잎에 곰팡이성 병해가 번지기 시작했고, 그 병이 바로 ‘깨씨무늬병’이다. 이 병은 잎과 줄기에 검은 반점을 남기며 낟알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게 만든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재배면적 가운데 4432㏊가 깨씨무늬병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는 3만6320㏊의 논이 피해를 봤으며, 이 중 전남이 1만3330㏊로 가장 피해가 컸다.
전북 역시 전국 평균보다 높은 감염 비율을 보였다.

깨씨무늬병은 농작물 재해로 인정돼 정부가 피해 보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여전하다. 김제에 거주하는 농민 이모(63)씨는 “보상해준다고 해도 농사 망친 걸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병해가 퍼지는 이유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통 한 필지당 약 3t 안팎의 수확량으로 75~80가마를 확보했는데, 올해는 65가마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올해 잦은 비와 고온 현상으로 작물 스트레스가 누적돼 병해충이 급증했다”며 “피해 조사는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이며, ㏊당 82만원 수준의 보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벼 흉년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다습한 여름 장기화를 지목했다. 이삭이 패는 시기에 비가 반복되면서 벼가 충분히 익지 못하고 병균에 노출된 것이다. 전북도는 병해충 예찰 강화와 함께 저항성 품종 보급, 장마기 전후 방제 시기 조정 등 중장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김제=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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