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무회의 전 포고령 읽었다" 계엄날 CCTV 내밀자 바뀐 진술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소환된 국무위원으로부터 “국무회의 전 포고령 문건을 읽은 기억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앞서 법원이 지난 15일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계엄의 위법성 인식 경위와 구체적 내용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자, 특검팀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면서도 이를 보강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예정된 박 전 장관 소환조사를 앞두고 19일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와 관련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 전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과 함께 1차 소집된 인물이다. 그는 “국무회의 시작 전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문건을 받았고, 그중 포고령을 읽은 것 같다. ‘전공의 처단’ 등 표현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수사기관 조사에서는 포고령을 본 적이 없다고 했으나, 수사기관이 확보한 대통령실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시한 뒤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덕수 전 총리 역시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특검 조사에서 포고령을 국무회의 전에 받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특검팀은 해당 CCTV 영상에서 박 전 장관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 보는 장면을 확보했으며, 이 문건에 포고령이 포함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포고령에는 사법처리 관련 조항이 담겨 있어 주무부서인 법무부 장관에게 고지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특검팀의 논리 근거가 된다.
해당 포고령은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영장 없이 체포를 가능케 하는 등 위헌·위법 소지가 다수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법률가이자 대통령의 법무참모인 박 전 장관이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본다. 비법조인인 김 전 장관조차 문구의 비정상성을 문제 삼은 점 역시 고려될 수 있다. 반면 박 전 장관 측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이 포고령을 발표한 뒤에야 해당 내용을 인식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수사는 다른 핵심 참고인들로도 확대됐다. 특검팀은 18일 구상엽 전 법무부 법무실장, 21일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 30분 열린 법무부 실·국장 회의에 참석했다. 승 국장은 당시 회의에서 “포고령 1호 1조는 헌법 77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고 진술했다. 구 전 실장은 회의 직후 박 전 장관으로부터 포고령 위법성 검토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 압수수색 및 박 전 장관 폰 재압수수색
특검팀은 진술 확보에 이어 물적 증거 확보에도 착수했다. 22일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다시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했다는 정황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보다 압수수색 대상 기간을 확대한 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앞서 법원이 허용했던 범위가 지난해 12월 3~4일 이틀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계엄 준비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하반기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특검은 서울구치소 소속 직원들의 휴대전화도 압수수색했다.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에게 ‘포고령 위반자’ 수용을 위한 구치소 공간 확보를 지시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실제 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4분 박 전 장관 전화를 받은 뒤, 약 20분 뒤 김문태 전 구치소장과 수용 여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당시 수용 거실 확보 움직임이 실제 있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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