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의 문화참견] 일본 애니메이션, 이유 있는 약진

최근 국내 극장가의 눈에 띄는 특징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약진이다. 지난 주말(19일) 박스오피스 5위안에 3편이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이번 추석 연휴 최대 이변작으로 꼽혔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1위였고, ‘극장판 주술회전: 희옥·옥절’이 3위, 지난 8월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5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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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박스오피스 5위 안에 3편
소수 취향에서 주류 콘텐트로
독보적 몰입감, 반복 관람까지
J팝도 인기몰이, 문화판 흔들어
」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사진 소니픽처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3/joongang/20251023002547750dspv.jpg)
그중 ‘체인소 맨’은, 취향 타는 일본 애니는 다세대 관객을 겨냥하는 명절 영화로는 역부족이라는 공식을 깨면서 기대 이상 선전했다. 더이상 “극장가에 일반 대중은 없다. 취향만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전기톱 인간이 된 소년 데블 헌터가 미스테리한 소녀 레제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액션물로, 21일 누적 관객은 221만 명이다. 두 달째 꾸준히 흥행 중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547만 명을 모아, 올해 흥행 1위인 한국영화 ‘좀비딸’(563만 명)을 바짝 뒤쫓고 있다. 역대 일본 애니 국내 흥행 1위인 ‘스즈메의 문단속’(558만 명·2023)을 넘어설지도 관심사다. 혈귀에 맞서 싸우는 귀살대가 무한성에서 최종 결전을 벌이는 내용이다.
#코로나 팬데믹 최고 수혜자
세 작품은 모두 원작 출판만화→여러 시즌의 TV 시리즈→복수의 극장판으로 확장되는 지식재산(IP)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OST와 코스프레, 굿즈 소비 등이 더해지며 세계관을 완성하는 프랜차이즈물이다. 팬덤 기반의 N차 관람 외에 입소문 효과에 의한 일반 관객의 유입도 적잖다.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코로나 팬데믹의 최고 수혜자로 꼽힌다. 이 기간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일본 애니에 입문한 신규 팬들이 늘면서 시장 파이 자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지난달 미국에서 개봉하며 2주간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25년 전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세웠던 외화 흥행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젊은 관객이 할리우드에 ‘우리 취향이 바뀌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개봉 첫 주말 흥행 기록이 업계 예측보다 55%나 높았다고 보도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현재까지 6억 달러가 넘는 글로벌 수익을 올리며, 역대 일본 영화 중 최고 수익작이 됐다. 틈새시장 오타쿠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일본 애니가 주류 콘텐트로 진화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넷플릭스의 발표에 따르면 구독자의 50% 이상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있으며, 시청횟수도 5년 동안 3배 증가했다. 한국 넷플릭스 톱 10에 든 일본 애니도 2021년 5편에서 올해는 22편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이미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흥행 신화를 쓴 넷플릭스는 일본 애니 제작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관객을 모으는 일본 애니의 힘은 뭘까. 화려한 액션과 빠른 전개, 서사와 감정의 폭주, 작화 연출의 높은 완성도가 그 특징으로 꼽힌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실사 영화가 구현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과 독특한 스토리, 뛰어난 작화를 대형 화면에서 확인하고 싶어 하는 관객이 극장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작 만화가 가지는 ‘만화적 판타지성’을 극대화해 애니메이션을 아예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장르로 만들고, ‘인력을 갈아 넣은’ 듯한 작화 기술의 완성도로 독보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몰려오는 J팝
OST도 덩달아 인기다. 요네즈 켄시가 부른 ‘체인소 맨: 레제편’의 오프닝 곡 ‘아이리시 아웃’은 공개 직후 멜론차트 6위를 찍었고, 현재 애플뮤직과 유튜브뮤직 1위다. 엔딩 곡인 ‘제인 도’도 애플뮤직과 유튜브뮤직 3위에 올랐다.
‘아이리시 아웃’이 세운 멜론 6위는 J팝 최고 성적이다. 2022년 J팝 최초로 멜론 톱100에 진출한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가 세운 17위 기록을 훌쩍 넘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 SNS 숏폼, 애니메이션 OST, 커버 챌린지 중심으로 시작된 J팝 바람은 이제 반짝인기를 지나 일본의 정통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들이 폭넓게 인기를 끄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카제가 BTS나 빌리 아일리시 등 정상급 아티스트만이 서는 고척돔 콘서트를 매진시킨 것은 J팝 붐과 영향력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한때는 일본 애니를 보거나 J팝을 듣는 것을 떳떳해 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27년, 양국의 정치적 갈등, 일부의 반일 정서에도 불구하고 “일본 문화가 서브컬처에서 주류 가까이 올라서는 중”(임희윤 평론가)이다. 특히 일본에 대한 정치적 콤플렉스가 없는 젊은 세대에선 보다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열린 국내 최초의 J팝 페스티벌 ‘원더리벳 2024’의 관객 2만5000명 중 85%가 1020이었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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