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갈수록 많아져" 거리가 다 쓰레기... 사람 사는 곳 맞나

정주진 2025. 10. 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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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쓰레기'... 환경 재앙으로 질병·건강 위험에 노출된 주민들

[정주진 기자]

 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 공격으로 파괴된 가자시티 지역을 걷고 있다.
ⓒ AP=연합뉴스
주민들이 거주하고 통행하는 시내와 거리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고 곳곳의 쓰레기 더미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기자의 취재를 통해 쓰레기로 둘러싸인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가자 시티의 상황을 보도했다. 몇 미터 높이가 되는 작은 쓰레기산도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기자는 수거가 이뤄지지 않아서 시내 곳곳에는 온통 쓰레기가 널려 있고 냄새가 진동한다고 보도했다.

가자 시티 주민인 자말 나사르는 "역겨운 냄새 때문에 고통스럽고 갈수록 많아지는 바퀴벌레나 모기는 견디기 힘들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이런 상황 때문에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 시티 한 병원의 의사인 파티 후세인은 "피부병이 많아지고 거리에서 쓰레기를 소각할 때 나오는 독성 연기로 호흡기 질병이 늘고 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 시티에서만 수십 대의 쓰레기 수거 트럭이 부서졌고 연료와 부품 부족으로 남아 있는 수거 트럭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가자 시티 공무원인 마헤르 살렘은 이런 문제에 더해 '이스라엘이 동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어서 쓰레기를 도시 밖으로 운반해 치울 곳이 없고 처리 비용도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는 세 개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데 모두 휴전 후에도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는 동부 지역에 있다. 휴전이 발효됐지만 일상 회복은 더디고 그중 쓰레기 문제는 신속하게 처리할 일이지만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문제, 쓰레기

가자지구의 쓰레기 문제는 전쟁이 시작된 몇 달 후부터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기반시설을 무차별로 파괴하고 각종 공공서비스를 불능화시키면서 쓰레기 수거 체계도 무너졌다. 전쟁 동안 쓰레기 수거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장비 부족과 이스라엘의 매립지 진입 불허로 수거 및 처리된 쓰레기는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유앤개발계획(UNDP)은 2025년 2월 보고서를 통해 '피란민들이 집중된 가자지구 남부에서 매일 약 2000톤의 쓰레기가 나왔는데 수거된 건 매일 600-700톤이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쓰레기는 주민들 거주지나 피란민 텐트 주변 등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쌓였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월 말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다. 냄새가 지독하다"는 주민들의 호소를 보도하기도 했다. 거의 2년 동안 수거되지도 처리되지도 않은 쓰레기는 곳곳에 쌓여 이제 가자지구 전역이 쓰레기에 둘러싸인 상황이 됐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곳곳에 쌓인 쓰레기가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많은 주민이 쓰레기 더미 바로 옆의 텐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쓰레기 문제가 환경과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되고 이미 상상할 수 없는 고초를 겪은 주민들의 고통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인권센터(Palestine Center for Human Rights)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 곳곳에 쌓인 쓰레기 때문에 벌레와 쥐가 확산하고 쓰레기 더미에서 나온 침출수가 토양과 대수층에 침투해 주민들이 생수로 쓰고 있는 지하수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료 쓰레기 문제도 지적하면서 화학물질과 오염물질이 포함된 의료 쓰레기가 병원과 보건소 등의 주변 곳곳에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생활 쓰레기뿐만 아니라 건물 파괴로 생긴 잔해도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UNDP는 가자지구에 쌓인 잔해가 약 5500-6000만 톤에 달한다면서 이는 3.4제곱킬로미터 넓이인 뉴욕 센트럴파크를 둘러싸는 12미터 높이 벽을 쌓을만한 규모라고 밝혔다. UNDP는 모든 잔해를 치우는 데 1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잔해에서 배출되는 독성 물질이다. 중동의 아라바 환경학연구소(Arava Institute for Environmental Studies)는 지난 9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잔해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연구에 참여한 사미르 아피피는 "(많은 주민이 거주했던) 난민 캠프 건물의 지붕은 석면 슬레이트로 돼 있는데 그것이 깨지면서 나온 석면 물질로 공기는 물론 토양과 식수도 발암 물질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연료 부족으로 플라스틱과 다른 쓰레기를 태워 요리와 난방을 하는 상황 또한 독성 물질 오염 위험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암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석면, 공업용 화학물질, 중금속 등으로 가자지구 공기가 오염돼 있어서 빠른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오수 처리 체계 붕괴의 심각성도 지적하면서 오수가 주거지와 도로로 넘치고 이로 인해 지하수와 해수가 생활 화학물질은 물론 전쟁에서 나온 잔여물로 오염된 상황을 지적했다. 그 결과 수인성 전염병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 재앙 속 가자지구... 건강 문제 우려

쓰레기, 건물 잔해, 오수 등으로 인한 가자지구 상황은 한마디로 환경 재앙이다. UNEP는 9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2년 동안의 전쟁으로 가자지구의 토양, 담수 체계, 해안 등이 전례 없는 수준의 환경 피해를 입었다면서 복구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UNEP의 인거 앤더센 사무총장은 "담수 체계를 복구하고 잔해를 치우고 필수 서비스를 복구하는 건 주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시급히 필요하다"면서 "생태계 복구 또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식량 및 식수 안보와 나은 미래를 위해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쓰레기와 건물 잔해 등으로 인한 공기 오염과 환경 재앙 문제는 전쟁 동안에도 꾸준히 지적됐다. 다만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고 매일 수십, 수백 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가운데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가자지구 주민들 또한 생존하기 위해 쓰레기와 함께 살 수밖에 없었다. 이제 휴전이 발효됐으니 점진적인 일상 회복을 위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 복구를 고민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거의 90%의 사회기반 시설이 파괴된 가자지구가 다시 '살 만한' 곳이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는 주민들이 쓰레기, 건물 잔해와 함께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 지내야 하고 매일 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질병 피해가 늘어날 것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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