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내전’ 빠진 나사…반머스크파 장관 vs 일론 머스크

중국과 우주경쟁을 벌이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NASA)이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나사 국장 대행을 겸인 중인 ‘반(反)머스크파’ 숀 더피 교통장관과 달 착륙선 개발을 도맡은 스페이스X의 대표 일론 머스크가 공방을 벌이면서다.
더피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CNBC ‘스쿼크박스’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가 (우주개발) 일정을 미루고 있다”며 “중국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 (스페이스X 말고도) 다른 기업들에도 (우주 개발의)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르테미스(Artemis) 달 착륙선 계약을 다시 열어 블루오리진 등 민간기업들이 경쟁하게 하겠다. 이 일을 계속 추진해서 중국과의 두 번째 우주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과 ‘제2의 우주경쟁(Second Space Race)’에 뛰어든 상태다. CNN 등에 따르면 나사는 2021년 29억 달러(약 4조1467억 원) 규모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 추진 계약을 스페이스X와 맺었다. 아르테미스는 무인 달 궤도 탐사, 유인 궤도 탐사, 유인 달 남극 착륙의 3단계로 이뤄진 달 탐사 계획이다. 1단계는 2022년 이뤄졌고 2·3단계는 준비 중이다. 스페이스X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인 달 착륙 시스템 구축을 맡고 있는데, 머스크의 화성 이주 구상인 ‘스타십(Starship)’ 우주선 발사가 여러 차례 실패하며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30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한 중국은 이미 달 뒷면 탐사선 ‘창어(嫦娥) 6호’ 성공 이후 달 탐사에 사용하기 위한 ‘로봇 개’ 시제품 테스트에 벌써 착수한 상태다.
스페이스X의 일정 지연은 2027년 이전에 달 착륙 임무를 성공시켜 중국보다 앞서겠다는 미국의 계획에 치명타와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구상도 어긋나고 있다. 더피 장관은 “우리는 한 기업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블루오리진이 더 빨리할 수 있다면 좋다. 우리는 중국보다 먼저 달에 캠프와 기지를 세울 것”이라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나사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양사에 이달 29일까지 개발 가속화 방안을 제출하라고 통보했으다. 또 동시에 업계 전반에 ‘RFI(정보 요청)’를 발송해 추가 업체 참여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머스크는 22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우리 없이는 달에 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더피 장관의 비난 보도가 담긴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숀 더미(Sean Dummy)가 NASA를 죽이려 한다”, “(더피 장관은) IQ가 두 자릿수인 사람”이라는 등 강도 높은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또 “나사를 교통부 산하에 넣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친 짓”이라고도 지적했다. 더피 장관은 NASA를 교통부 산하에 편입하려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두 사람의 설전은 우주 개발을 둘러싼 선의의 논쟁이라고는 보기는 어렵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 나사 국장으로 지명했다가 철회한 재러드 아이작먼이 다시 차기 후보로 떠오르면서 더피 장관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아이작먼은 핀테크 억만장자이자 스페이스X 우주비행 임무를 두 차례 수행한 ‘친머스크파’로 분류된다.
반면 지난 7월부터 나사 국장 대행을 겸임 중인 더피 장관은 폭스뉴스 출신 진행자 출신으로, 그간 머스크 대표와는 대립각을 세웠다. 머스크 대표와 더피 장관은 지난 3월에도 항공 교통관제사의 감축을 두고 충돌한 적이 있다. 당시 정부효율부 수장이던 머스크는 감축을 시도했지만, 더피 장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더피 장관의 국장 대행직이 약 2개월 남은 가운데 지난 13일 진행된 차기 국장 면접 자리에서 ‘친머스크’ 아이작먼과 ‘반머스크’ 더피 장관은 설전을 벌인 데 이어, 이후 서로 백악관 인맥을 동원해 로비전을 벌였다고 WSJ는 전했다. 더피 장관 측은 아이작먼이 로비스트와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를 동원했다고 주장했고, 아이작먼은 “사실무근”이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익명의 소식통 발언으로 미 언론에 “대권을 노리는 더피 장관이 대중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나사 국장 자리를 노린다”는 정보도 흘러나왔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곧 최종 결정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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