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조정호 회장 세금 '0원'에서 힌트 얻은 이 법안, 기재부가 반색한 이유
[이주연 기자]
"왼쪽 주머니에 있던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이동 시켰을 뿐인데, 왼쪽 주머니 돈은 세금을 내고 오른쪽 주머니 돈은 세금을 안 내는 거잖아요. 말이 됩니까?"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벌떡 일어나 양쪽 주머니에 번갈아 가며 손을 넣은 채 말했다. "어차피 같은 바지에 있는 주머니잖아요"라는 말도 이어졌다.
영업 활동 등으로 생긴 이익(이익잉여금-왼쪽 주머니)이 아니라 자본준비금 감액분(오른쪽 주머니)을 배당 재원으로 삼는 '감액배당'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감액배당은 기업의 자본금 일부를 돌려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본 거래로 인한 소득'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비과세되고 있다. 반면 이익잉여금을 배당할 때에는 세금을 내고 있다.
차 의원은 지난 7월 이 같은 감액배당에도 일반배당과 같이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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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자료사진) |
| ⓒ 유성호 |
기업분석업체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가장 많이 감액배당을 한 기업으로 두 차례에 걸쳐 6890억 원의 감액배당을 실시했다. 이와 같은 감액배당은 기업들의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감액배당을 위해 자본준비금을 감액한 규모는 11조 4416억 원으로 지난해(5조 3408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제도적 틈을 메우고 모든 납세자가 공정한 규칙 아래 놓이게 하자"는 취지로 차 의원이 내놓은 법안이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안이다. 그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특혜성 배당'의 길이 막히게 될 것이고, 이게 조세 정의"라며 "조세 형평성이 회복되고, 기업의 자본관리도 보다 투명해지며, 세수 역시 정상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는 수천 억 원의 세금 내고, 누구는 한 푼도 내지 않아... 형평에 맞지 않다"
다음은 15일 차 의원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 감액배당금에 대해 소득세 및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는 법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나.
"일반적으로 이익잉여금으로 배당을 하는, 일반 배당에는 과세가 된다. 그런데 이걸 자본준비금으로 이동시켜서 배당을 하면(감액배당을 뜻함) 과세가 안 된다. 왼쪽 호주머니에 있던 걸 오른쪽으로 옮겼을 뿐인데 세금을 안 내는 거다. 이 때문에 대주주들이 세금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 다 한 바지에 있는 호주머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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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
| ⓒ 남소연 |
"현재 상법에서 자본준비금을 감액 할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배당을 해도 좋다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 세법에서 이를 비과세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은 감액배당의 경우 과세가 되지만, 개인의 경우는 비과세라는 것은 법리에도 맞지 않고 조세 형평에도 맞지 않다. 이걸 바로잡으려는 거다. 유사한 규모의 배당을 받더라도 누구는 수천 억 원의 세금을 내고, 누구는 한 푼도 내지 않는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다.
이런 구조를 바로잡자는 취지이고, 특정 인물을 겨냥한 건 아니다. 메리츠금융지주 상황이 법안 발의에 힌트가 된 건 맞다. 감액배당으로 세금 0원?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에 반한다. 결과적으로,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제도적 틈을 메우고 모든 납세자가 공정한 규칙 아래 놓이게 하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 법안 발의한 후 반응이 있던가.
"기획재정부에서 이 법안에 대해 고마워하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계속된 부자 감세로 곳간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정권을 인수 받았다. 정부로서도 고민이 많았을 거다. 감세 된 걸 회복하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발행하거나 해야 하는데 일단 과세를 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고 정치권에서 먼저 치고 나가주니, 가려운 데 긁어준 격이지 않을까 싶다."
- 감액배당 과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기업의 배당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인데 어떻게 보나.
"감액배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지배주주의 지분율 자체가 굉장히 높은 경우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조정호 회장의 현 지분율은 54.3%이다, 기자 주) 배당으로 가져갈 돈이 세금을 내고도 여전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도, 지배주주가 자기 몫을 가져가는 데는 배당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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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가 장중 3500선을 돌파한 10월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10.2 |
| ⓒ 연합뉴스 |
- 6월에 자본시장법 개정안, 7월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법 & 감액배당 과세 가능 법안, 8월에 차등배당시 배당소득세 절반, 9월에 문어발식 보수에 대해 법인세를 더 내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 중에서도 꼭 통과돼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법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법과 감액배당 과세 법안이다. 정부와 민주당 역시 같은 기류를 공유하고 있어 코스피 5000 시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함께 힘을 모아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해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법은,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했을 때에는 취득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 스스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제도적 장치다. 다른 나라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면 소각하는 게 당연한데, 우리나라는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주주환원 측면에서 불합리하다. 자사주 소각을 오너의 선택에 맡겨두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더해지면,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은 한 단계 성숙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 오너들이 문어발식 보수를 받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거다. 법인세법을 개정해 특정 임원이 근무 일수, 근무시간, 이사회 참석 횟수, 의사 결정 기여도 등 실질적인 직무수행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보수를 손금에 산입(기업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잡지 않았지만, 세법상으로는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항목)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우 미등기 회사까지 합쳐 7개의 회사에서 200억 원(경제개혁연구소의 '2023~2024년 임원보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총 7개 계열사에서 216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넘게 보수를 받고 있다.
4개 기업 대표이사에, 3개 기업의 미등기 임원을 한다? 분신술을 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롯데 측 증인이 나왔기에 '회장이 분신술 쓰는 걸 본 적이 있냐' 질의했다. 당연히 없다더라. 정당한 업무의 대가로 보수가 지급되도록 억제시키면 일반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제발 상식적으로 하자, 그거다.
주가(지수)는 '이익x신뢰'로 요약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이익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신뢰(거버넌스·환원정책·투명성)에서 할인(코리아 디스카운트)을 받아왔다. 감액배당 과세, 자사주 소각, 차등배당 인센티브 같은 조치들은 모두 그 신뢰를 쌓는 제도다. 코스피 5000시대를 위한 밑바탕은 결국 이런 공정한 시장질서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 속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코스피 5000으로 가는 길목에서, 시스템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자본 시장만 과도하게 상승하면 위험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자본 시장으로 흐름이 이동해야 한다는 건 동의하지만 걱정되는 지점이 있는 거다. 자본 시장에서 만들어진 거품이 역으로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거 역시 주의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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