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놓치면 100년 뒤 본다"…12시간 줄서는 中 국보1호 열풍



“길 때는 12시간 줄서기도 했어요. 지금은 4시간쯤 걸려요.”
21일 오전 베이징 자금성의 오문(午門) 입구 직원의 말이다. 내금수교 광장 한쪽에는 일주일 전 어렵게 예약에 성공한 관객들이 번호표에 맞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 예약이 안 된다는 고궁 측과 실랑이를 하는 관객도 보였다.
동쪽 출구에서 만난 대학생 장(張) 양은 “줄이 길다고 해서 7시에 도착했다”며 “화폭의 세밀한 표현이 마치 천 년 전의 송나라가 다시 살아난 듯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이 10년 만에 공개된 송나라 화가 장택단(張擇端, 1085~1145)의 명작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앓이에 빠졌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고궁박물원 개관 100주년 기념특별전 ‘백년수호-자금성에서 고궁박물원까지’에서 10년 만에 일반에게 선을 보이면서다.
북송의 수도였던 변경(汴京, 지금의 허난성 카이펑·開封)의 청명절(4월 5~6일) 풍경을 폭 24.8㎝ 길이 528㎝의 비단에 그린 작품이다. 중국에서는 국보 1호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작품에는 봄뿐만 아니라 겨울부터 봄을 거쳐 여름까지 송대 번화한 시가지에 814명의 인물, 28척의 배, 60마리의 가축, 건물 30동 등 당시 일상을 정교하게 묘사했다. 주융(祝勇) 고궁문화전파연구소장은 “금(金)나라의 감정관 장저(張著)는 ‘신의 작품(神品)’ 반열에 올렸다”며 “청명절 외에 정치가 맑고 밝은(淸明) 이상적인 시대를 그렸다는 해석도 전한다”고 저서에서 평가했다.
기자는 지난 7일 청명상하도를 직접 관람했다. 갖고 있던 연간 입장권으로 운 좋게 예약에 성공했다. 오문 전시실은 동측·중앙·서측으로 나눠 자금성이 엄선한 소장품 200점이 전시 중이었다. 전시 초반 중앙의 청명상하도에 관객이 쏠리자 동→서→중앙으로 관람 순서를 바꾼 상태였다. 작품 앞에서 30여분을 기다려서 변하(汴河)의 홍교(虹橋) 위에 펼쳐진 가마꾼과 말 탄 관리를 비롯해 청명상하도의 진면목을 감상했다. 휴대폰으로 감동을 담는 사이에 “다음 관객을 위해 멈추지 마세요”라는 안내원의 확성기가 쉬지 않았다.


이달 29일 전시가 끝나는 청명상하도 관람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화가 겸 역사학자인 룽훙쥔(榮宏君)은 지난 11일 오전 9시 반에 자금성에 도착해 7시간을 기다려 폐관 시간인 4시 반에 청명상하도 앞까지 왔으나 끼어들기로 다툼이 벌어지면서 관람을 포기해야만 했다. 남방일보는 “청명상하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긴 줄을 섰다”며 “8시 전에 도착하면 3시간, 11시에는 7시간, 12시는 8시간이 걸린다”고 보도했다. 고궁 측은 관람객들이 실랑이에 화장실조차 못 가는 상황이 벌어지자 지난 12일부터 대기 번호표를 도입했다. 당일에는 운영이 매끄럽지 않아 밤 11시까지 12시간 가량 기다려 관람하기도 했다고 중국 SNS에 불만이 폭주했다.
청명상하도 앓이는 지난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개관 90주년을 맞아 청나라 황실 그림을 모은 ‘석거보급(石渠寶笈)’ 특별전으로 일반에게 공개됐다. 류훙쥔은 “당시에도 새벽 2시까지 10시간 줄서기가 예사였다”면서도 “다만 그 때는 온정이 있었다”고 이번 전시회 운영에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애호가들은 “이번에 놓치면 100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며 일주일 남은 청명상하도의 마지막 예약에 혼신을 다하는 분위기다.

청명상하도는 타이베이의 국립 고궁박물원도 모사본 일부를 소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은 명나라 구영(仇英, 1494~1552)의 작품 3점과 청나라 심원(沈源)의 길이 1185.9㎝ 판본 등 총 8점을 모아 특별전을 열었다. 베이징의 진본은 지난 2007년 홍콩 반환 10주년을 기념해 홍콩 전시회를 열었고, 2012년에는 중·일 수교 40주년을 맞아 도쿄에서 특별 전시되기도 했다.
당국이 문화 부흥을 강조하면서 중국에서는 최근 옛 명화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청명상하도와 함께 국보 1호로 평가받는 송나라 천리강산도(千里江山圖)를 그린 무용극 ‘지차청록’(只此靑綠)’이 큰 인기다. 화가 왕희맹(王希孟)의 창작과정의 고뇌를 무용으로 표현한 수작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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