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말·조롱으로 얼룩지는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

2025. 10. 2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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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옆자리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국감장에서 고성을 주고 받았다.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저질 합성사진에 가짜뉴스로 동료 의원 공격


‘카드결제’ 청첩장 논란 되자 황당한 해명까지

어제(21일)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장은 난장판이었다. 일선 고등법원 국감에서 질의하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과 바로 옆에 앉은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고성을 주고받는 말다툼을 벌였다. 주 의원은 최 의원이 질의를 방해했다고 주장했으나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두 사람 모두에게 퇴장을 명령하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법사위에서 연일 반복되는 추태다.

최 의원은 전날에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관련해 황당한 질의를 했다. 나 의원의 배우자인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에게 “(김건희 여사 모친) 최은순씨의 내연남 김충식씨를 아느냐”며 “김씨가 새로 만나는 내연녀를 나 의원 언니가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김 법원장이 “나 의원은 언니가 없다”고 답했는데도 질의를 멈추지 않았다. 기본적 사실관계 확인조차 없이 야당 의원을 공격한 셈이다. 최 의원은 지난 13일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얼굴을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초상화와 합성한 사진과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적은 팻말을 들어 비판을 받았다.

무소속인 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출신으로,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권 밖으로 순번이 밀렸으나 지난 6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비례 의원직을 승계했다.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국감을 희화화하는 장본인이 됐다.

법사위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과방위에선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이 찌질한 놈’이라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문자메시지와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자, 박 의원이 욕설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태 수습이 안 되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감장에서 기자들을 퇴장시키는 일까지 생겼다. 최 위원장 자신도 국감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딸 결혼식을 하면서 모바일 청첩장에 카드 결제 링크를 달아 논란을 자초했다. 야당 의원의 비판이 쏟아지자 최 위원장은 “문과 출신인 제가 (국감 준비 때문에)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잠을 못 잘 지경이었다”며 “신경을 못 썼다”고 말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황당한 해명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국감이 수준 이하로 흘러가고 있다. 여야 균형을 고려한 국회 내 오랜 관행까지 깨면서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집권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정책을 날카롭게 검증하고 지적해야 할 야당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예의·스타·정책이 실종된 ‘3무(無)’ 국감이라는 얘기가 나올까. 지지층 관심 끌기에만 몰두한 채 품격도, 부끄러움도 잃은 의원들을 자제시키지 않는다면 남은 국감도 국민의 분노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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