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모르고 넘어간' 스포츠의 날, 일본은 전혀 달랐네
[박장식 기자]
지난 10월 15일은 어떤 날이었을까. '어떤 기념할 날이 있었나'라는 대답이 먼저 돌아올 터이다. 매년 10월 15일은 기념일, '스포츠의 날'이다. 1962년 지정된 '체육의 날'을 시작으로 올해 63주년을 맞이하는 스포츠의 날은 법정기념일로서의 의미가 큰 날이다.
하지만 '스포츠의 날'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거나, 별다른 의미 없이 달력에만 붙은 날인 줄 알았던 사람들도 적잖을 터. 스포츠는 모든 사람의 일상에 가까이 붙어 있기에 의미가 큰 날이지만, 10월 달력에 함께 붙어있는 '국군의 날'에 크게 인지도가 밀린다. 하다 못해 야구 종목의 올림픽 금메달을 계기로 제정한 8월 23일, '야구의 날'보다도 아는 사람이 적을 정도다.
옆 나라 일본도 '스포츠의 날'이 있다. 매년 10월의 둘째 주 월요일, 올해는 10월 13일을 '스포츠의 날'로 기념하는데, 한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도쿄에 위치한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는 문을 열어 시민들을 맞이하고, 올림픽 경기를 치렀던 경기장에서도 올림픽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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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일본 도쿄도 키타구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가 활짝 문을 열고 시민들을 맞이했다. '스포츠의 날' 행사를 기념해서다. |
| ⓒ 박장식 |
정말 문자 그대로 문을 활짝 열었다. 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여느 축제장을 들어가듯 자유롭게 센터에 입장할 수 있다. 배구, 배드민턴 등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종목들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을 직접 살펴볼 수 있고, 일본 올림픽 대표팀을 후원하는 아지노모토 역시 부스를 마련하고 이벤트를 펼쳤다.
이날 스포츠마츠리에서 공개된 국가대표 훈련장은 복싱과 역도, 유도와 배구, 배드민턴과 체조까지 여섯 개의 종목. 특히 유도 종목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2개의 매트를 일반인에 개방하면서 어린이들이 '즉석 대련'에 나서기도 했고, 복싱 훈련장 역시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선수들이 훈련하는 샌드백에 직접 묵직한 펀치를 날릴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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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의 날'을 맞아 아지노모토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의 복싱 훈련장이 공개되었다. 일본 최초의 여자 복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리에 세나가 훈련한 곳이기도 하다. |
| ⓒ 박장식 |
미리 예약을 했다면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펜싱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우야마 사토루, 2012 런던 올림픽에서 2개의 동메달을 따낸 데라가와 아야 등이 나서 참가자와 함께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격·탁구 등 여러 종목을 체험하는 한편, 장애인 스포츠 체험 행사도 함께 열려 의미를 더했다.
'북적북적'했던 일본 스포츠의 날... 반면 한국은 '조용'
스포츠의 날 행사는 국가대표 선수촌에서만 펼쳐지지 않았다. 도쿄도 관내의 경우 4년 전 올림픽을 치렀던 여러 경기장에서도 스포츠의 날을 맞이해 시민들이, 특히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일본 무도의 상징'이자 2020 도쿄 올림픽의 유도 경기장이었던 도쿄 치요다구의 무도관(부도칸) 역시 '무술·스포츠 페스티벌 2025'를 열고 스포츠의 날을 맞이한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가라테 은메달을 따냈던 시미즈 키유가 토크쇼를 펼치는 한편,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유도와 검도, 가라테 등 다양한 무도 종목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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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스포츠의 날' 행사를 맞이해 열린 스포츠페스타에서 2025 데플림픽 정식 종목인 테니스를 체험하고 있는 어린이들. |
| ⓒ 박장식 |
반면 한국의 올해 '스포츠의 날'은 어땠을까. 10월 15일이었던 이 날은 눈에 띄는 행사가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체육인 우대 제휴 카드'를 스포츠의 날을 기념해 출시했고, 국민 스포츠 진흥을 위한 '숏폼 공모전'을 진행하기는 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공단 홍보대사로 위촉한 소식도 눈에 띈다.
하지만 시민들이 마음 놓고 참가하기 좋은 행사도, '스포츠의 날'을 조명할 수 있는 소식도 많지 않아 '국가 기념일이 맞나' 싶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되려 스포츠의 날로부터 이틀 뒤 있었던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에 체육계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다 보니, 이 날이 진짜 스포츠의 날인 것 같은 착각도 들었을 정도다.
스포츠의 하위 종목인 야구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을 기념하는, 지난 8월 23일 야구의 날이 공식 기념일이 아님에도 도리어 알차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8월 23일 '야구의 날' 기념 뷰잉 파티를 개최했고, 다른 해에도 팬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열었다. 올해 야구의 날에는 2년 연속 KBO 리그천만 관중 돌파라는 경사로운 소식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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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스포츠의 날' 행사를 맞이해 일본 도쿄도 키타구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배드민턴 국가대표 훈련장을 관람하고 있다. |
| ⓒ 박장식 |
하지만 하위 종목, 야구의 기념일보다 '스포츠의 날'의 인지도가 크게 밀린다면 이것은 행정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의 날'을 달력에만 찍혀 나오는 기념일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문화체육관광부·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 그리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좋은 기념의 날로서 스포츠의 날을 함께 활용할 방안을 찾지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당장 한국은 '스포츠의 날'이 공휴일이 아닌 만큼, 10월 15일이 포함된 주를 '스포츠의 주'로 활용해 주말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하는 종목 체험 행사를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립으로 운영되는 스포츠 시설의 이용 요금을 할인하는 한편, 최근 보존의 중요성이 대두된 서울 태릉선수촌을 일본의 사례처럼 일반에 개방해 스포츠 정책을 홍보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꾸릴 수도 있다.
한국은 스포츠를 위한 기념일을 지정한 세계에서 일곱 개 밖에 되지 않는 나라 중 하나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No Sports, No Future'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스포츠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려 하는 만큼, 대중으로부터 잊혀졌던, 하지만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한 이 기념일을 국민과 스포츠가 만날 수 있는 날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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