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정당성 vs 표현의 자유, 학생신문 <토끼풀> 갈등의 핵심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2025. 10. 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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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학생 인권 침해 여부 조사 착수... 학생언론 가이드라인 필요성 제기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지난 16일 토끼풀신문은 청소년 단체 23곳과 함께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 은평시민신문
서울 은평구 신도중학교가 학생들이 발행한 신문 <토끼풀>의 배포를 금지한 조치를 두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은 해당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학교 측은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우머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 학생 언론 활동의 기준과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8월 배포 시도 후 금지 조치

<토끼풀>은 지난 8월 28일 신도중에서 15호 신문을 처음 배포했다. 신문은 신도중 1~2학년 부장교사들의 사전 승인을 받아 교내에서 100부가 배포됐지만, 다음 날 학교 측은 배포 금지 조치를 내렸다.

<토끼풀>은 연신중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2024년부터 시작된 학생신문이다. 이름은 게임 '젤다의 전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신문에서 이름을 따왔다. 처음에는 연신중 복도에서 A4 종이신문으로 시작해 점차 다른 학교로 확산됐다. 올해부터는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월 1~2회 정기 발행하고 있다.

신문은 학생들이 직접 주제 선정부터 취재, 편집, 배포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는 연신중·영락중·진관중·신도중 등 4개교에서 약 30여 명의 학생이 기자로 활동하는 연합 동아리로 성장했다. 학생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한 자유로운 의견 교환으로 주제를 정하고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취재해 글을 쓴다.

하지만 배포 다음 날인 8월 29일, 신도중 측은 <토끼풀>에 참여한 학생들을 불러 "배포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토끼풀>에 따르면 학교는 이후 교사들을 동원해 이미 배포된 신문 100부를 모두 수거했다.

이에 대해 <토끼풀>은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학교의 배포 금지 조치에 대한 근거를 요구했다. 교육청은 신도중의 답변을 전달하며 "교육의 중립성, 교육활동 침해 여부, 학부모 민원 발생 소지 등을 고려해 정식 동아리의 유인물만 배포하도록 부장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끼풀>이 요청한 구체적인 근거나 회의록은 제시되지 않았다. 신도중은 "부장회의는 법정 회의록이 아니어서 회의록이 없다"며 "학생생활규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고 답변했다.

<토끼풀>이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하며, '어떤 내용이 중립성 위반이고, 교육활동 침해인지' 구체적 설명을 요구했지만, 신도중은 동일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관리 vs. 자율... 교육현장의 딜레마

이번 갈등은 교육현장에서 관리자들이 직면하는 현실적 고민을 드러낸다. 학교는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지만 동시에 안전하고 질서 있는 교육환경을 유지해야 할 책임도 갖고 있다.

특히 공립학교의 경우, 관리자들은 학부모 민원, 교육청 평가, 언론 보도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한 교육 관계자는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절차를 무시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특히 외부 주도 활동의 경우, 학교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많아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의 이러한 우려에도 소통 방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토끼풀>은 지난 9월 16일 신도중에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9월 19일, 학교가 해당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일방적으로 설명한 것도 갈등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학교 측은 "언론 탄압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하느냐"며 반문하며 "앞으로 건의사항이 있으면 교감·교장실로 찾아오라"고 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의 우려 자체는 이해할 만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학생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았다면 이런 갈등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방적 금지보다는 조건부 허용이나 단계적 접근이 더 교육적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끼풀>은 10월 16일, 청소년 단체 23곳과 함께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신도중은 신문 배포 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불법적으로 압수한 모든 신문을 원상 반환하라"며 "청소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토끼풀>은 신도중의 배포 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의미로 10월 16일자 17호 신문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이들은 "은평구 학생 언론 <토끼풀>은 최근 일부 학교의 언론 탄압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한다"며 "정상적으로 신문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청소년과 선생님을 비롯한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선 15일에는 '배포 금지에 강제 압수... 언론 탄압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학생들이 만드는 유인물의 배포와 게시물 게시를 금지하는 것부터 위헌·위법"이라며 "지금이 전두환 정권 때인가. 아무리 결재를 받으면 허가해 준다고 해도 '결재' 자체가 위헌적이다. 이것이야말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 아닌가"라고 학교 측을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무작정 학생들의 입을 막는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목소리의 표출을 보장하고 토론하는 것"이라고 했다.

<토끼풀>이 활동하는 4개 학교 상황도 엇갈린다. 문성호 편집장은 "4개 학교 중 3개 학교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배포 금지 처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학생 인권 침해 여부 조사"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는 10월 16일 긴급 논의를 통해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신도중의 학생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직권 조사를 권고했다. 시교육청은 서울 내 학교들의 표현의 자유 관련 규정 현황도 조사해 보고할 방침이다.

<토끼풀> 문성호 편집장은 "교육청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면 그에 따르겠다"며 "혐오 표현 금지 등 합리적 기준이라면 얼마든지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점이다. 학교는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외부 단체의 교내 활동"이라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은 "부장교사 승인을 받았고 내용상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보다 교육청 차원의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의 건전한 언론 활동을 장려하면서도 교육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도중에서 토끼풀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학생 6명 중 2명이 부담을 느껴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불이익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평시민신문>은 17일 신도중에 학교 측 입장을 문의했으나, 학교는 "공문으로 질의해 달라"고 답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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